2012.07.05 17:20

하림의 세계 2

조회 수 1553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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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회원증

 

할 말이 뭔데.”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더 없이 시크한 남자, 그게 바로 하림이었다. 혹시 몰라 방아자세를 취했다. 사실 막아도 소용없지만.

너도 들었겠지.”

?”

방금 내가 한 말 말야.”

, 그거.”

남자회원을 받는다는거 말인가. 무슨 꿍꿍이 속인지 모르겠지만 그건 사실이었나 보다. 참 힘든 결정하셨군.

받아.”

?”

미여가 손에 든 것은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카드였다. 하림은 얼떨결하며 손에 받았고 자세히 살펴봤다. 회원이름: 길 하림, 그리고 밑에 있는 모란무늬에 낯에 익은 문장…… 그리고 남자회원증?

축하해. 넌 아테나 파이오니아의 첫 남자 회원이야.”

소설 읽는 투는 그 상황이 자기도 달갑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하림도 싫었다.

누구 맘대로!!”

내 맘.”

미여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대응했다. 아이고, 미천하고 벌레같고 전염병같은 존재인 소인을 생각해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이제 전 무엇을 해드리면 좋겠나이까?

상층부의 결정이야.”

? 것보다 너 농담도 할 줄 아는 거냐?”

넌 중요한 말이라서 말야. 기분은 나쁘지만……

내용이 모욕적이다. 그리고 씹혔다. 하림이 겪는 여난의 지극히 작은 부분이었다.

남자 회원…… 예전부터 있어온 안건이긴 한데, 우리가 많은 남자를 상대할 수 없거든.”

그래서, 내가 맡으라고?”

죽어도 싫다. 것보다 하림이 상대하면 남자들은 모두가 청개구리가 될 것이다. 상층부는 제정신인가?

아니, 남자 회원 소수로 유지할 방책이지.”

……할 말이 없네.”

기가 찬다. 나에 대한 반발심을 이용해, 남학생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속셈이구나? 하림은 생각했다.

확실히 파이오니아에서 남자회원도 뽑아달라는 요구는 예전에도 있어왔다. 대부분 흑심이었지만. 그래서 거절해왔다. 하지만 다른 팬클럽은 성차별을 강요하지 않는데 유독 파이오니아만 그러는건 보이기에 좋지 않았다.

자부심이 생길 수야 있겠지만, 타 팬클럽에 비해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 것, 몇 달전에 학교축제에서 파이오니아가 개별 부실을 빌려달라는게 묵살됐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남자회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가.

다만, 내가 들어가면 남학생들이 아무도 오지 않을 테니 명분은 유지하면서, 기존 방침을 유지시킨다. 응응, 아주 기가 막힌 방책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날 싫어하지 않는 남학생들도 있잖아? 게다가 나에 대한 반발심보다 흑심이 더 큰 경우도…….”

그 경우를 생각하지 않은건 아냐. 우리 4천왕이 있잖아?”

하긴. 파이오니아의 4천왕은 모란 선배의 호위 말고도 간부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었지? 확실히 4천왕에게 징계를 받아 회원에서 제명된 여학생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렇게 치면 예상범위는 100명 내외일 테니, 4천왕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거참, 그러다 킬 하림 동호회가 오면 어쩌려고.

근데 말야. 왜 남자회원증은 금색인거지? 기존회원증은 은색이었잖아.”

여학생들이 자랑으로 내보이던 회원증은 분명 은색이었다. 그런데 남자는 금색……? 여존남비를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백합밭의 여우들이 할 생각이 아니다. 혹시 하청을 한건가. 그네들은 틀림없이 남자들이 쓸 카드 따위를 만들 시간은 없다! 라고 할 테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하림, 진실은 그런게 아냐.

? 그거 동색인데? 진짜 금색은 이거야.”

그러면서 미여가 보여준 카드는 내가 갖고 있는 카드와는 달리 진짜 황금으로 도배를 한듯한 색깔이었다. 저 반짝이는 것 좀 봐. 깨물어도 치아자국이 남지 않을거 같아. 잠깐, 그렇다면 이 여우들 처음부터 정보를 제한할 생각이었구나? 남자회원을 받을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바보같은 하림.

근데, 굳이 이걸 주려고 부른건 아닐 텐데?”

그야, 미여와 상층부가 처음부터 만인이 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주면 더욱더 남자회원을 줄일 수 있으니. 그러니 미여가 몰래 말할게 있었다는건 이게 아니다. 물론 공개적으로 주고, 몰래 만나면 되는 일석이조의 방법도 있기야 하지만, 그 경우에는 하림에게로 관심이 쏠려버린다. 그것도 최악으로!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적으로 만들지 모른다! 여학생들의 입장은 현재는 기피 관계, 상관이야 없지만 이대로 학창 보내기에는 막막한 설정이었다. 하림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어라, 뭘 이야기하려다가 여기로 샌거람. 결론은 미여가 할 다른 말이 있다는 것, 결국 하림은 정답을 맞췄다.

생각보다 눈치가 있네.”

난 그런 적 없어!”

? 누가 4천왕으로 받아주기라도 한대?”

하림은 순간적으로 미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 챘다.

남자 4천왕을 말하는 거야?”

. ……어떻게 그걸 알았지!?”

이거 풍기단속을 강화해야겠는데? 미여도 놀랐다. 회의 안건이 이렇게 빨리 새어나갈 줄이야. 4천왕 중 한 명으로서 좀 더 기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1학년밖에 권한은 없지만……

그 소문이 정말 사실인거야?”

긴가민가한 추측이 사실이었다. 하림은 학급의 그 여학생을 요지주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염진이 알려준 건가? 미여는 기밀엄수를 포기한 듯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 안건도 통과됐어.”

뭔가 미덥지 못한 얼굴이네?”

그야, 미학에 맞지 않으니까…….”

생각해보니, 교실에서 남자회원 받는다는'' 사실이라고 했지. 그 외 결정은 미덥지 못하다는 것. 그럼 남자회원은 미학에 맞고? 본인에게 물어보니,

내 미학은 여남(女男)을 가리지 않아.”

……그렇구나.”

어떤 여우들보다도 남자를 인정하지 않을거 같은 애가 그런 말을 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것보다 여남이라니? 그 소리를 해서 하림은 꿀밤을 한 대 맞았다.

여자만으로 완벽한 미가 탄생되지 않아. 여자가 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진 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거든. 그건……

그만!”

잘못하다간 미여표 미학 강의를 듣게 될거 같아 도중에 자른 하림이었다. 다시 꿀밤 한 대 때리고 미여는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 말야. 4천왕을 남자로 뽑는다고 생각해?”

그야, 남자회원도 뽑으니까?”

틀렸어! 사실 남자 4천왕이 전제조건이야.”

?”

하림은 혼란했다. 그러니까, 사실 본말(本末)이 반대였다는거야? 남자회원을 뽑기 때문에 남자4천왕을 들이는게 아니고, 남자 4천왕을 뽑기 때문에 남자회원을 뽑는거라고? 이 둘은 같아보이지만 상당히 다르다. 다시 말해, 파이오니아 상층부의 결정은 남자회원들의 압력에 비롯된게 아니었다는거다. 사실 2차 이유로는 있겠지만서도.

그렇다면 그 목적은? 남자로 4천왕을 뽑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 추측대로였다.

……별 문제 없었는데, 여성이라는 제약 때문에 호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 너를 비롯한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여성에게는 마법의 날이라는게 있잖아? 그게 한 명 빠졌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두세 명이 빠진 거야. 모란 선배님에게 지킴을 받았다는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는 모르겠어. 호위하는게, 목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사람 앞에서 아무런 힘도 못쓰고 도리어 지켜진다는게 얼마나 가슴아픈지는 잘 알거라 생각해.”

충분히…… 알지.”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하림은 말을 흐렸다. 근데 애, 묘하게 말하는 방식이 3인칭이다?

나도 빠졌으니까.”

……그렇구나.”

그래서 혼자 반대를 한거군. 보나마나 나머지 4천왕은 다 찬성했을 것이다.

내가 남았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

, 그러시겠죠. 뭐 혼자서 3학년 4천왕 전부를 상대해서 이겼다고 하니. 하림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미여와 알고 지내면서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보나마나 말로 도발해서 1:1로 싸워도 될걸 다 상대했겠지.

뻔히 보인다.

그래서 말인데.”

미여는 살기를 담은 눈을 풀지도 않고 말했다.

나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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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폭풍반 출석 명단

담임-나 기나(수학)


1번 감 익견

2번 강 상훈

3번 고 소혜

4번 구 미윤

5번 구 미호

6번 국 건해

7번 금 하늘

8번 길 하림

9번 단 수정

10번 룡 화춘

11번 류 시화

12번 리 미여

13번 만 민수

14번 문 시열

15번 민 추유

16번 백 슬기

17번 빈 정인

18번 빙 서화

19번 서 지소

20번 선 화하

21번 설 유이

22번 송 윤서

23번 안 미향

24번 염 연진

25번 예 지운

26번 옥 미리

27번 우 유빛

28번 은 바람

29번 임 희지

30번 장 주윤

31번 주 수영

32번 채 수지

33번 최 다정

34번 형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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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7.06 06:39
    음...왠지 이 글 쓰실 땐 고민 많이 하면서 힘들게 써내려가실 거 같단 생각이 드네요;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요.
    아무튼 끝까지 건필하시길 빕니다 ㅎ
  • profile
    ㄴㅏㄹㅏㅣ 2012.07.06 17:34
    세계관 짜는데 1달 걸렸고, 그 이후로는 쭉쭉 씁니다
  • profile
    khashaker 2012.07.19 00:56
    내용구성이나 세계관이 잘잡혀 있었네요. 다만 인터넷이란 점을 감안해서 문단마다 엔터키를 과감히 눌려주었다면 보기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으른 제 잘못된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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