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4 19:22

이방인 4/8

조회 수 1519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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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 사이에 흔들리는 마음의 좌표

"좋은 아침~"
"응, 너도 좋은 아침~"
아침은 맑고, 학생들은 활기찬데 하미의 마음은 아직도 어두웠다. 그렇다고 하미가 좋지 않은 일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하미는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은 여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데서 더욱 심각해졌다.
"나나세 님~ 오늘도 변함없으신 모습…… 아아."
"정말 저분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멋 져 라."
"어떻게 하면 저분이 나를 바라봐주시도록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한몸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텐데~"
"나나세 님을 생각하며, 나나세 님을 바라보며, 나나세 님을 위해 사는 행복은 우리 여자들만 받는 낙원의 선물임이 틀림 없어."
"그래그래. 남자들은 참 불쌍하단 말야."
하미는 그럴 수만 있다면 남자가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당혹감 하나 정도는 떨쳐버릴 수 있을 테니까. 이상하게 하늘을 봐도 나나세 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다 나나세님의 얼굴이 흐릿해 지면서 나루의 얼굴이 되기도 했다. 위험해. 이건 중증이야.
초당 복잡한 산술을 푸는 계산기 마냥 생각을 하고 있는 하미에게 단짝 학우가 접근해왔다.
"하미, 아직도 아픈거야? 표정이 말이 아니네."
"아, 아냐. 그냥 생각할게 있어서."
"무슨 생각? 아… 나나세 님에 관한거구나?"
어째서 낙원의 여학생들은 이렇게밖에 생각 못하는걸까. 하지만 이번은 학우의 짐작이 맞았다. 그래서 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실은 나나세 님이 집에 오셔서……"
"우와, 굉장해라. 완전 총애를 받고 있잖아? 그런데 표정은 그렇게 안보이네?"
"기뻐. 하지만 그것만이 아닌거 같아……."
나나세 님이 밝힌 충격적 사실, 굳게 정했던 다짐은 작은 일들이 수많이 얽혀 복잡해졌다. 나나세 님만을 생각하는 여학생들이 부러웠다.
이런 속도 모르고 단짝 급우는 멋대로 짐작하고 결론을 내렸다.
"아…… 설마, 다른 학생들이 너를 해할까봐? 그런건 걱정안해도 이 해연 님이 목숨걸고 지켜줄테니까!"
"이름이 해연이었구나."
"너무해! 단짝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으라고!"
소설 시작한지 6쪽만에 처음 이름이 나온 조연, 해연은 하미의 무관심함에 혀를 내둘렀다. 해연이 여러가지 표현으로 하미의 귀를 들볶을 동안 나루가 들어왔다. "여, 안녕." "안녕." 나루는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학급에 완전히 물든 것처럼 보였다. 그중 몇몇의 볼은 빨개지기까지 했다. 뭐야, 나만 그런건 아닌건가. 그와 함께 몸은 토착인인데도 마음은 이방인인 자신보다 이방인이면서도 마음을 열고 지내는 나루가 부러웠다.…뭐야, 그런거였나.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때,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존재감, 그러니까 그분의 모습을 보자마자 꺄악하고 소리를 질렀다는 이야기다. 나나세 님이 강림하셨다. 다들 좋아서(심지어 해연마저도) 꺅꺅 거리지만 하미의 마음은 그와는 반대로 식어갔다. 그래, 나나세 님은 나를 보러 오신 것이다. 어제 했던 말의 대답을 들으러. 아니나 다를까. 나나세 님은 곧장 내쪽으로 다가오셨다. 저벅저벅. 나나세 님의 신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하미의 심장소리와 같았다. 점점 커져오는 것조차도.
"어때. 충분히 생각해봤나."
아직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아, 아뇨……."
그와 함께 급우들의 시선이 변했다. 우등생인척 하면서 감히 먼저 꼬리를 쳐? 단순순정파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뒷꼬리를 쳤잖아?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돼. 왜 아니겠니. 그건그렇고 저런 멋없는 여자에게 신경쓰는 나나세 님도 참 야속해라. 야속해. 응 야속하고 말고. 역시 천재라는게 존재하나 봐. 우리가 아무리 애를 쓰고 가지려고 해도 그 가지지 못한걸 갖고 태어나는 사람이. 나나세 님은 못마땅한듯 옆을 슬쩍 쳐다보고는 불만스럽게 운을 떼셨다.
" 넌 누구냐."
"아, 저요?"
나루는 스스로를 가리키며 되물었고, 나나세 님은 그 표정 그대로 받아치셨다.
"여기에 수상한 사람이 너말고 누가 있는가."
"아, 형님 절 모르신단 말씀입니까. 몇 년을 안봤다고 하지만 실망입니다."
"난 너같은 동생이……"
"그야 친척이니까요. 그러지 말고 우리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죠."
"그러니까 난 친척이……"
나루의 사람다루는 법은 타고난 듯 했다. 굳세게 나온 나나세 님조차 그 제멋대로에 휘말려 끌려가는 꼴이라니, 마치 어제의 자신을 보는듯 해서 하미는 무서웠다. 일단 두 사람을 말려야 할 듯 한데.
그러나 정작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색기의 마녀께서 남자 둘을 홀려놓았네요. 어머, 그거 참 대단하네요. 그런데도 저렇게 정색이라니 정통 철면피인 거죠. 네 정통 철면피. 하미는 그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벌걸음을 더욱 더 빨리 했다.



하미가 뒤쫓아갔을 때는 다행이 두 소년은 서로 싸우지는 않았다.
"그래. 척봐도 수상한 자네를 편입할만큼 학교는 무책임하지 않겠지. 필시 무슨 역할이 있겠군. 더는 묻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직 자네를 인정한건 아니다. 대답하라. 정체가 무엇이지?"
"무엇이긴요. 학생일 뿐입니다. 단지 평범한 학생……"
"입에 발린 대답은 그만둬라. 넌 누구지? 대답하라. 네놈의 목적은 대체 뭐지?"
"그만 하세요, 나나세 님!"
상황이 심상찮은 것을 보고 하미는 단박에 달려왔다. 하미가 온 것도 모르고 나나세 님은 계속 말을 이으셨다.
"내 신부인 하미를 꼬셔서 어쩔 속셈인거냐, 네놈은."
"신……부?"
그래. 어제 나나세 님은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새 들어 나쁜 일이라도 있냐고. 무슨 일만 있으면 달려오는 나나세 님이 거북스러웠다. 나나세 님은 어릴때부터 날 신경써주셨다. 금서를 아버지에게 들켰을 때도 나나세 님은, 위로하러 와주셨다. 여학생들이 사시사철 나나세 님만 바라보듯, 나나세 님은 언제 어디서나 내게서 눈길을 떼지 않으셨다.
"그래. 이제야 죄를 깨달았나?"
"하지만 하미는 나와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뭐?"
뭐? 나도 반문하려는걸 억지로 참았다. 그래, 떠나고 싶다고만 했지. 같이 떠나자고는 하지 않았다. 하미는 당혹해하다가 나루와 눈을 마주쳤다. 진심이었다. 이 사람들 대체 왜 이래?
"그게 무슨 소리냐? 네놈은 역시나 저주받은 땅에서 온 녀석이었나?"
"그렇습니다. 그녀는 이곳, 낙원을 떠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냐? 어째서? 그렇게 보살펴주고 언제나 지켜봐주고 무슨 일 있을 때마다 곁에 있어줬는데 어째서?"
"본인에게 물어보심이 좋지 않을까요."
그제서야 나나세 님은 하미가 다 듣고 있음을 깨달았다. 상황이 이렇게되면 당혹하기라도 할 텐데, 역시 나나세 님이었다. 하미의 어깨를 잡고 몰아세우듯 총알처럼 질책했다.
"어째서 나보다 저련 녀석이 좋다는거냐! 저녀석에 비해 내가 뭐가 못하다는거냐! 말해 봐. 저 녀석의 어디가 좋다는거냐!"
"에, 전 그렇다고는……"
한적 없다. 절대적으로 저 녀석의 착각이에요. 나루쪽을 보니 능청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제야 나루가 나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미는 치가 떨렸지만 이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다시 나루에게 떠넘겨봐야 배로 받아칠게 분명해. 그럼 분명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네, 낙원을 벗어나자고 생각했어요."
"어째서? 그렇게 때문에 널 감싸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나갈 이유가 있나?"
"아직 그건……."
왠지 나나세 님 곁에 있어서는 안될 느낌이 들었다. 그게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나나세 님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 그럼 여기서 확답을 들어보지."
그러면서 나나세 님은 나루의 멱살을 잡았다. 나루는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웃음 지어보였다.
"자, 선택해라. 나와 이녀석 중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
  • profile
    윤주[尹主] 2012.07.05 16:07
    이번 화에서 갑자기 나나세, 라는 인물이 두드러지네요. 동경의 대상이었다가, 갑자기 선택의 대상 중 하나로 변하는 과정이 좀 갑작스러워 보여요. 물론 나나세란 캐릭터와 나루란 캐릭터를 대비시킨 건 좋았지만요.
    다음 화에서 나나세란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설명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의도라던가, 평소 행동이라던가...
    잘 봤습니다^^
  • profile
    ㄴㅏㄹㅏㅣ 2012.07.05 16:46
    그래도 세뇌식으로 계속 언급에 언급을 했는데 갑툭튀처럼 보여졌나요;
    이번게 솔직히 드라마식 시도를 해본 단편이라.............좀 많이 미숙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하미는 나나세를 동경하진 않았는데(주변이 그렇지)...................나래 글이 좀 명확하지 않나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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