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1 22:10

이방인 1/8

조회 수 326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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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낙원

"저기 봐, 나나세 님이야."
"어쩜~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저렇게 멋질 수 있을까."
"정말.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아."
"아, 나나세 님이랑 결혼하고 파."
"나도."
"나도."
중구난방 왁자지껄이었던 학생들은 교문으로 들어오는 미청년을 보는 순간, 일심동체가 되었다. 이 공식은 어떤 곳에 있든지간에 그를 발견한 여학생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됐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신이 지상에 강림한 듯한 외모, 게다가 세련된 말투까지. 어느것 하나 빠진게 없는 나나세는 촌장집의 외동아들이기도 했으니 가히 팔방미인이었다.  그런 생각은 하미도 변함없었다. 하지만 하미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게 나나세를 보는 것보다 더욱 기분이 좋았다.
질리지 않게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하늘, 그 하늘의 시작은 어디이며 끝은 어디인가. 저 너머에는 우리가 사는 곳과 같은 마을이 존재하고 있을까. 그런 점에서 새는 우리보다 나아보이는걸까…… 등등.
"하미, 어딜보고 있어?"
"응? ……응?"
단짝 학우가 그런 하미에게 말을 건넸다. 하미는 멍한 얼굴로 돌아보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듯 다시 한번 물었다.
"어지간히 빠져있구나~."
놀리듯 말하는 급우의 반응에 하미는 얼굴을 붉혔다. 나나세 님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시시콜콜한거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걸 알면 급우의 반응은 어떨까.
"아냐. 아냐! 애, 놀리지 좀 마."
"애는~ 우리 모두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하하…… 그런가."
다행이도 급우는 하미가 나나세를 본 것으로 오해했기에, 하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편단심 나나세 님만 바라보고 있는 학우들, 그들이 하미는 부러웠다. 물론 하미도 나나세 님을 좋아하긴 하지만 저렇게 열성을 다 하지는 않았다.
"차렷! 경례!"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것보다 하미는 하늘, 그러니까 낙원 너머에 있는 세계에 더 관심이 있었다.
""수업 시작한다."
어릴적 엄마가 들려주셨던 악마의 나라와 맞서싸워 이긴 용사 아르함이 이곳에 터를 잡아 낙원을 만든 그야 말로 시시콜콜한 건국이야기, 누구에게나 물어봐도 바로 답이 튀어나오는 상식 중의 상식, 진부함의 진부함 그 자체에 하미는 관심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본질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 너머에도 그럼 다른 세계가 있는거지? 보고 싶어라~」
「하하, 우리 하미는 많은 것에 관심이 있구나. 하지만 아서라, 여기는 낙원이란다!」
낙원은 선택된 자들이 사는 장소, 그렇다면 선택 받지 않은, 그 너머가 존재한다는 결론인데 누구에게 물어도 그런건 관심도 없을 뿐더러,  여기가 낙원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도리어 반문한다. 하미도 그 생각에 일단은 동의했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물(食物), 어딜 가도 아늑한 들판, 친근한 분위기,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는 건강함, 행복한 하루하루…… 그게 모두 아르함 선조 님의 은덕이란다. 그분께서 우리를 악마의 손에서 구원해 주시고 우리들 이 땅으로 인도하신 거야. 그러자 그 말에 악마는 반박했다."
누가 하미더러 행복하냐고 물으면 잠깐 묵념하고, 행복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행복하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하미가 「악마의 세계」에 관심을 두자 마침내 아버지는 호되게 야단하고 다시는 손대면 의절하겠다고 단언했다.  하미가 배움에 그만큼 성과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죽이려고 들 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때 아버지의 성난 얼굴은 하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충격이었다.
자꾸 불안해진다. 언젠가는 학우들이 하미의 생각을 간파할지. 자꾸 초조해진다. 말을 꺼내려 해도 신경써야 하니. 하미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걸 알게 되면, 그러면……
"하미, 하미!"
"응?"
같은 자리 학우의 주문같은 몇 마디가 반복되자 비로소 하미는 정신을 차렸다.
"아, 미 미안."
"무슨 생각했어? 선생님이 널 몇 번 보신걸 알까 몰라."
"아, 그랬어? 미안해지네……."
"그래도 우등생이라고 널 함부로 못 건드리더라.. 이 부러운 녀석~ 나같으면 바로 나나세 님에게 청혼을 올릴 거야. 그 뒤는 순탄대로. 그야말로 낙원 위의 비단길! (아! 여긴 이미 낙원이지)  아~ 꿈만 같은 그대와 함께 살 수 있다면."
"난 바라만 보는 거만으로도 족해."
"한곁 같구나. 넌 정말로 그럴거 같애. 수업 중에도 계속 웃음 짓고 있었으니까."
"내가? ……쑥쓰러워, 야."
그냥 하미의 단짝일 뿐인 학우가 하미의 길을 제시해줬다. 저 너머로 가보는 것, 그게 하미의 하나 뿐인 행복이었다.  생각해도 그게 나을거 같았다. 언제까지 숨기고 살 수는 없으니. 저 너머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너무너무 많았다. 여기에서 하미는 외로운 이방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새장에 갇혀 사는 새는 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때, 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하미를 흘끗 보고는 들어오셨다. 하미는 소근거리게 이야기했다.
"저기, 수업 끝난거 아냐?"
"아냐. 잠깐 편입생을 인수받으러 가셨어.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그때, 선생님의 뒤를 따라 한 사람이 들어왔다.
"나루라고 합니다. 남은 한 해동안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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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요
머리가 안돌아가요 ㅠㅠㅠ
역겁정략 다음 편은 이미 썼는데 맘에 안들어서 올리는건 보류..............
당분간 다른걸 써야 겠군요....................

이방인은 2010년에 완결 낸 작품입니다
?
  • profile
    윤주[尹主] 2012.07.03 06:41
    어쩐지 영화 <아일랜드>나 <트루먼 쇼>같은 느낌이네요 ㅎ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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