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3 19:05

이방인 3/8

조회 수 336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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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이방인을 만나다

"나는 이방인이야."
이방인? 저 너머에서 온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로 있었나!
"어디서? 어떻게? 그게 정말이야? 정말로 '악마의 나라'에서?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거기도 여기만큼 행복해?"
급 바뀐 하미의 태도를 보자 하미와 나루의 역할은 순식간에 바껴버렸다. 나루는 소꿉친구 이래로 이렇게 까다로운 애를 처음 만나 당황했다. 그 시절을 생각하니 식은 땀이 흘렀다.
「겨우 떼놓고 왔지만.」
한편으로는 소꿉친구와 이 '낙원의 아이'가 대면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깝게도 하미는 스스로의 상태를 몰랐다는게 문제랄까.
"한 가지씩만 말해……. 다 답해줄게, 그런 무서운 얼굴만 하지 말고."
"아…… 미안."
하미는 상대에게 그런 말을 듣자 당황했다. 무심결에 본성을 드러내버렸다. 그것도 이방인에게……. 생각해보니 마을사람에게 들키는 거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 관심 있는게 아니었구나. 왠지 신선한데."
"너희도 그래?"
"응, 저 너머 산봉우리 끝자락에는 낙원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지. 이야, 너희도 우리 세계에 관심이 있었단 말야?"
"아니, 나만……."
"정말로?"
"아마도."
"하긴. 여기는 낙원이라고 들었거든. 무병장수에, 언제가 식물이 풍부하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행복한 그런."
"그렇게 보여?"
"너만 빼고."
"그럼 제대로 찾아왔네."
하미는 애써 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되도록 공손해보이는 태도로 여행자를 맞아들였다.
"어서오세요. 낙원에."
"그렇게 말하니 정말로 낙원에 온게 실감나는데."



하미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바라마지 않던 소원이 이루어졌다. 저 너머에 사는 사람이 이곳에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낙원과 저 너머의 경계는 없다고 해도 무방, 나루를 꼬드기면 저 너머로 직접 가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게 운명이라는 건가?
그 뒤 나루와의 한 대화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저 너머에는 아직도 악마가 살고 있다. 그 호칭은 황제로 불리며 주변국들의 분쟁을 통해 더욱 실권을 다져나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나가고 있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기 마련이니까. 황제를 물리친 용사가 단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아르함 율켄부르크,(여기서 전설은 진실인걸 알고, 하미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처음으로 황제를 제거하고 일시나마 공화정을 선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바로 황제의 세력에 대해 제거당하고 역사상 가장 참혹한 방법으로 처형해 형대에 내걸어 황제에 반역하는 자는 이렇게 된다고 본보기로 삼았다. 그뒤로 황제에 대해 반역하는 자는 없었다.
여기에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아르함은 사실 죽지 않았다. 워낙에 요술에 능통하고 신출귀몰해서 아무리 강력한 권력을 가진 황제라 할지라도 아르함을 잡을 수 없었다. 아르함은 이 세계에서 공화를 함이 불리하다고 보고, 추종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황제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 '꿈의 낙원'을 세우고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거기는 우리와는 다르네."
"뭐, 건국설화니까. 도망쳐나왔다기보다는 승리했다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런가? 으응……."
하지만 전설로 존재한다는 구설수에 오르는 낙원의 위치는 황제측에서 날조한 것이었다. 황제측에서도 희망은 있어야 도움이 될테니. 모험가들이 아무리 찾고, 찾아도 못찾는 곳. 그래서 나루는 발상을 바꿔봤다. 먼저, 고지도를 찾아가면서 제국의 영토가 아닌 곳들을 중심으로 찾아다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전설과 가까운 곳,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그 마지막 종착지가 여기였다는 거지. 이야기에 나왔던 그대로야! 심지 않아도 열리는 과실하며, 거친 토양이 없고, 무엇보다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 지금까지 오만 곳을 둘러봤는데 이만한 곳은 찾기 드물걸?"
"다른 곳은 어떤데, 너희가 온 곳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
"하지만 조금 실망이랄까. 이상향에는 못미친다는걸까. 뭐 그 점이 더 자연스럽지만……."
나루의 제멋대로 태도에 하미는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른다.
"야! 내 이야기 안 듣고 있어?"
"아, 알았어. 말할게. 말할게. 이런 꼴 당하기 싫어 마을을 나와 낙원을 찾아다녔는데 이런……."
"찾을 수 있는 이유가 있었군……."
나루는 덧붙여 찾는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들어오는데는 별거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는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냐고 묻자, 나루는 "비밀."이라고 하면서 가버렸다. 어지간히 제멋대로라니까.
하지만 그 자유분방함이 하미는 부러웠다. 예상과는 달리 저쪽 세상은 낙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를 저 너머와 빗대서 '낙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모든게 규율대로였다. 모든걸 정해진대로 따라가야했고, 그 의문에 항변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아버지에게서 확실히 깨달았다.
'그런 고로, 난 떠나야 해.'
그렇다고 해서 이 '낙원'이 저 너머보다 못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저 너머도 힘겹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미래가 없다. 모든게 정해져 있다, 나루같은 자유분방함이 여기는 없다. 그게 설사 파멸로 나아가는 길이라 할지라도, 하미는 거기에 끌렸다.
'그리고보면, 개도 참 잘 생겼단 말야.'
무슨 생각하는거람. 하미는 서둘러 얼굴을 수습했다. 그러고보니 나나세 님밖에 볼 일이 없었지. 나나세 님만 생각하고, 나나세 님만 바라보고, 나나세 님은 사랑하는, 또래여자들은 그랬다. 나도 본래 그래야 하는데…
드륵.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온 것은 호랑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말투에 어느 것 하나 뛰어난
"나나세 님!?"
나나세 님이 누추한 하미네 집에 몸소 납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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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07.04 16:40
    잘 봤습니다~
    서툰 부분 몇몇이 있긴한데, 예전 글이라 그렇지 글 많이 쓰시다보면 절로 해결되는 문제들인 거 같네요. 지금은 뭐 잘 쓰시니까요 ㅎ
    전개는 거의 본능적으로 정석적인 흐름을 따라가시는 거 같네요. 저는 감각이 없어서, 그 정석적인 흐름이 있단 걸 책 보고서야 알았거든요; 그런 감각 있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 profile
    ㄴㅏㄹㅏㅣ 2012.07.04 19:20
    그런 정석, 필수는 아니에요
    단편이다 보니..................................압축을 하고 또 해서 이런 결과물이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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