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2 23:06

나의 사랑 아버지 -1-

조회 수 349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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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것도 모르는 바람이 따가우이 뼛속을 자극해왔다.

그것은 쓰디쓴 겨울바람이기도 하였고,  마음 속에서 불어닥치는 혼란의 태풍과도 같았다.

어쩌면 인간의 순수한 분노를 토해내는 것도, 그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독기 일지도 모르는 험상궂게 일그러진 미간의 그 남자를 보고 있자면 두루뭉실 이런 표현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

엄동설한의 추위에 상의을 탈의한 남자가 그런 미간으로 연신 괴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 승완아! "

남자의 뒤에서 한참을 이리저리 서성이다 내뱉는다.

 

"으아아아아!!!!"

맹수의 표효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뒤에서 끌어안아 저지.

짧은 핫팬츠에 여기저기 늘어난 박스티의 추레한 모습의 시은

그것은 힘의 차이에서 우월한 짐승을 암컷이 저지하는 방법의 정석이었다.

 

오늘도 또 한참을 그렇게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동네를 전쟁터로 만든 시완이 마지막 한풀이를 쏟아냈다.

 

 "내가 그새끼... 용서할것같아....? 어림도없어... 아파...? 아프다고?

   우리엄마배때찌는 훨씬 더 아팠을거야.... 사람 돈가스 고기처럼 난도질을 해논사람이

   아프길 어딜아파.... 벽에 똥칠할때까지 콩밥처먹을 생각이나 해야지... 벌써 뒤질려고 한다면,

   용서가 되냐고!!! "

 

"그래도 여기서 이러면 안되지.... 집으로 들어가자... 어서.. "

 

"놔! 나 오늘 이 개시키 죽이고 온다. 건드리지마! "

 

"내일해... 내일해도 되자나! 어서 들어가자... "

 

지겹다.. 지겹다...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그래도 익숙한듯이 그를 다독이고있다.

 

"놔! XX 놓으라고!!"

 

"들어가!"

 

"놔!"

 

"너네 아버지 지금 없으니까 들어가라고! 니가 이러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슬퍼하셔.. "

 

"뭐?!"

 

승완의 팔을 온힘으로 붙잡던 그녀의 다부진손이 화장기 없는 자신의 입술을 가린다.

 

"뭐이 XX년아? 니가 뭘안다고 짹짹거려? 니가 울엄마 봤어? 아파하는거 봤어? 배때지 난도질당하고 아파서 우는거봤어? 이 XX년이 발정난 할배들 자동문열어주는 년 잡아다가 먹여살려놨더니 지 주제도 모르고 까부냐? 어? 이 더러운 년아? "

 

"병신새끼....

  니 아빠 감옥에서 썩어뒤진지 2년이야... 정신좀차려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거야... 맨날 술이나처먹고,

  내가 니 술만드는 기계냐? 그래 새끼야 니술값 만들려고 자동문 홀짝홀짝 열어제꼈더니 이제 내 동굴로 사

  람하나씩 지나다닌다... 너 같이 한심한새끼 때문에 내가 더러운년이된거다. 아냐?

  죽인다고 10년째 지랄하고있다너.. 니 아빠 병걸려 뒤진지 2년짼데 그전에

  8년이란 시간동안 뭐했냐? 다 죽고나서 죽인다고 난동부리면, 누가 진짜 정의의 심판이라고 칭송이라도

  한다디? 진짜 한심하고 더러운새끼는 너야 "

 

그녀는 그를 움켜진 손을 놓아버리고, 그렇게 반대편으로 곧장 뛰어갔다.

새벽 4시의 소란은

차가운바람과 가로등불빛 아래서 오후의 수다거리가 될때까지 달동네 전체를 서성거렸다가,

다시 승완의집을 찾은 한 노신사의 귀와 입으로 스며들었다.

 

"그만.. 일어나라...."

 

낮고 묵직하지만, 애써 근엄하지 않은 목소리.

 

아직 술과 싸우고있는 시완이 왼쪽눈을 찡그리며 창호지가 붙은 미닫이 문을 열었다.

 

"누구...... 아... 혀..형님오셨습니까... "

 

 

"그래, 아버지왔다."

 

어제 목구멍으로 쏟아부은 술이 말썽이어서일까.

떠나버린 시은이 걱정되서일까.

아님, 눈앞의 이 남자의 오오라 때문일까.

 

승완은 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이다.

어제의 짐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시은이는?"

 

"집나갔습니다... 하하... 제가 어제 과음을해서... 하하.. "

 

노신사는 혀를찻다.

 

"흠.... 아직도 정신 못차린거냐? "

 

"죄송합니다.."

 

승완이 고개를 떨구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신사가 헛기침을 하였다.

 

"2년째야... 슬슬 조직내에서도 움직임이 있을거다. 이렇게 이미 죽은 사람때문에 병신이 되고 싶지는 않겠

 지? 여기서 니가 계속 이러고 있으면 곧 폐기물처럼 널 처리할거야. 그래서.... "

 

"...................."

 

마른침이 넘어간다.

 

"네 모가지대신 딴 놈걸 하나 따오면 좋겠지 싶다. "

 

"...................꿀...꺽..."

 

5평남짓 방한칸내의 인원 모두가 들을만큼의 목넘김.

 

"누....누굽니까..."

?
  • profile
    클레어^^ 2012.03.13 06:45

    서, 설마 시은이 타겟?

    그나저나 소설 참 살벌하군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질 않나...;;

    (그런데 읽다 보니 '사람 돈가스 고기처럼...'이란 부분이 있는데, 사람과 돈가스 사이에 '을'을 붙이는 게 더 읽기 쉬울 것 같아요. 잘못 보면 '사람 돈가스'도 있는 줄로 오해하거든요...;;

  • ?
    네이키드 2012.03.15 19:01

    지적감사합니다.

    제가 의도하려고 했던건 사람... 돈까스고기처럼

    사람하고 한번 쉬고가려는 것이었는데. 그 의미전달이 잘 안된것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뭐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하는 창조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소재인듯하고,

    주인공들의 화법또한 거친것이 사실인데, X를 쓴건 꽤나 절충안이었답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khashaker 2012.03.26 22:16

    소설에서 주인공이 다혈질이군요. 이게 말빨에서 실천으로 발전하면 곤란해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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