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해 하던 말티아는 문앞에 들어서는 프리실을 보며 급 화색을 띄웠다.
"나 봐주러 온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아니'라고 단호히 말하기는 했지만 프리실은 자신할 수 없었다. 어서 촌장님 부터..
말티아는 케이시부인의 손아귀에서 떨어져 프리실에게 찰싹 붙었다. 케이시부인은 쌍심지를 키고 그런 말티아를 노려보았다.
"싸돌아다니기만 해봐."
"흥."
프리실과 함께 있는 이상 함부로 밖을 나갈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아는 케이시부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뒤 또다른 문제거리를 찾았다.
"프리실 혹시 어머님 못봤니?"
"메르할머니는 아까 저쪽으로 뛰어 갔어요."
내가찾아 올게! 라고 말티아가 힘차게 말했으나 케이시는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리고는 프리실에게 미안한 듯이 잠깐 말티아를 부탁한다며 메르할멈을 찾아 다녀오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왜요?"
물론 그 할머니는 약간? 문제가 있긴 했으나 사라진다고 걱정할 인물은 아니다. 말티아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신출귀몰하여 일일이 찾는건 말이 안된다. 들뿌리에 있다보면 구석진 곳에서 벌레 가지고 노는?! 할머니를 발견 하는가 반면, 마을 밖을 정찰하거나 사냥할때 뜻밖에 조우 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주할지 알수 없다.
"게르만이 눈을 때지 말라고해서. 그래서 잠깐 눈을 때지 말라 했더니.. 하.. 내잘못이야."
"무슨! 난 확실히 눈을때지 않았다고 프리실이 말려서 어쩔 수 없었을 뿐이야!"
... 그거미안하게 됬어. 라고 프리실이 말하자 무슨소리니? 얘, 너의 말을 내가 거부할리가 없잖니 호호호! ....... 라는 대화가 잠깐 오갔다. 아아 얄미워라.
케이시부인이 밖을 나가고 촌장님 어디계시는지 물으려는데 말티아의 표정이 싹 변했다.
"....??"
프리실은 그저 불안 하기만 했다. 이전에는 그냥 그러는 대로 그저 귀찮게 생각 했었지만 산모가 된 후로는 단순히 귀찮아 할 수가 없게 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앞에 두는 기분이다. 얘가 또 무슨 생각 이지?
말티아는 뜻모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프리실의 주변을 돌면서 닿을듯 훑었다. 제발 한순간이라도 그의 머릿속을 파헤쳐 보고 싶은 기분이다. 그녀의 행동을 프리실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물이 하나 늘었지...
"제법이야 프리실. 나보다 먼저 남자를 체가다니."
마침 그의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프리실은 뜨끔 했다. 하지만.. 아아 그런쪽인가. 더이상 이상한 소리 못하게 쐐기를 박으려는데 그가 먼저 말했다.
"정말 기운 차던데? 서슴없이 절벽을 오르질 않나,"
프리실은 어이가 없었다.
"뭐? 절벽을 오르는걸 봤어?"
또, 또, 그런 눈에 띄는 짓을.. 언제 그런짓을 보였는가 싶었는데 프리실이 씻을때 먼저 가있으라고 했을때가 떠올랐다. 아아 그때구나...
"그럼. 그리고 너를 안고 뛰어 내리는 것도 봤어. 정말 어찌나 가슴 철렁했는줄 알아? 프리실을 영영 못보는줄 알았다고. 그녀석 그거잖아? 자살기도. 난 그때 정말 프리실 끌어들이는줄 알았어."
프리실은 말티아를 보는 매 순간마다 가슴이 철렁 거린다. 이젠 제법 덤덤해 질 법도 한데 매번 그감각은 새롭다. 너가 그 마음의 티끌이라도 알아 줬으면 싶긴 했지만...
"그녀석, 이상한걸 지니고 있어서. 하늘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을꺼야."
그러고 보니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정말 하늘에서 떨어진거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에릭은 반대로 하늘을 날아 간건가.. ...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죽을 수도 없어."
"알아. 삶과 죽음을 함께할거라고 맹세 했다며? 너가 갑자기 남자에게 푹빠질줄은 몰랐어. 하지만 난 인정 못해. 그런 이상하게 생긴 녀석따위, 순진한 나의 프리실을 감히..."
진심으로 살기까지 띄운다.
그녀의 살기가 어느정도 진심임을 알기에 평소 프리실이라면 기를 쓰고 말렸겠지만 어쩐지 이번만큼은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하지도 했다. 둘이 마주치면 어떨까... ....
의외성 인물 1,2 라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 그냥 프리실이 나서서 수습해야할 상황만 안일어 난다면 나름 괜찮을 지도.. 그런데, 맹세?
"...잠깐. 무슨소리야?"
"앗, 미안 프리실. 네취향을 탓하려던건 아냐. 사실 나도 흥미로웠거든. 하지만 그래도 속상한걸. 네가 갑자기 그런 남자에게 안긴다는걸 생각 하면..."
"아.. 안기지 않았어!!!"
당황을 감추기 위해 프리실은 버럭 화를 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대체! 스이우드와 난... 그런거 아니야. 삶과 죽음의 맹세라니. 그런 말 누구한태 들었어?"
"그거야 촌장님이..."
역시.. 프리실은 두통이 오는거 같았다.
"아니니?"
"아니라니까! 난 단지 감시차원에서 같이 있을 뿐이야. 나도 촌장님대문에 떠넘겨 진거라고."
프리실은 제대로 해명하기로 했다. 특히 말티아가 쓸대없는 말을 퍼트리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것이다. 더이상 오해 받는건 사양이다.
말티아는 이상하다 하면서 고개를 갸웃둥 거린다.
"그 스이우드라고 하는 자 자살기도 하는거 아니였어?"
"... 맞아."
"그걸 프리실이 막았다며?"
"그렇지."
"왜?"
"그거야 분명 이번 사태에 연관이 있을 테니까. 사라진 에릭도 찾아야 하고."
"에릭좋아해?"
"왜, 왜 그렇게 되는데! 사라졌으니까 당연히 찾아야 하는거 아니니?"
"흐음~ 그치만. 촌장님이 괜찬다잖아?"
"... 괜찮을 리가 없잖아."
"그럴려나? 하지만. 정말 괜찮을 수도 있는거아니니? 왜그렇게 생각해?"
"왜냐니. 그거야..."
촌장님은 말씀하셨다. 환구님의 권역 안에서 가호를 받고 있는 에릭이 해를 당할 리가 없다고. 설사 무슨일이 생겼다 해도 그라면 걱정 없이 잘 극복 할 거라고. 하지만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실 한단 말인가? 하지만.. 프리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있어서 프리실의 죽음을 보는 눈. 시안의 존재 그런 것을 모르는 그들이 프리실의 단언한 에릭이 죽지 않았다는 말을 받아 들였다. 그건 어째서 일까?
프리실도 사실 알고 있었다. 촌장님은 허술해 보이고 이상한 유언비어를 퍼트려도 허왕된 말은 하지 않는다. 근거. 그런걸 파고들면 서로 밑도 끝도 없을 것이다. 진일도, 말티아도. 페이와 언니, 그리고 모두들.
"나는..."
말티아가 프리실을 포옹했다. 평소의 과격하게 끌어안는게 아닌 부드러운 포옹이다.
"책임감 느끼니?"
프리실은 솔직해졌다.
"응."
"깔깔깔."
말티아가 호탕하게웃었다.
"역시 프리실 넌 순진해. 난 그런 네가 참 좋아."
"갑자기 무슨.."
포옹을 푼 말티아는 프리실의 정면서 서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기 말이야. 스이우드 가는 지금 너때문에 살고 있는 거지? 걔가 죽으면 너도 죽는 다며."
"맞아."
"헤~ 그럼 지금 걔는 널 위해 살아 있는 거네?"
"응. 응?"
"맞잖아? 널 죽게 하기 싫어서 사는 거잖아. 너만을 바라보며."
"그게..."
프리실은 당황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너는 그런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은 내맡긴거고. 그녀석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렇기는 한데..."
"그럼 맞구만 멀그래. 삶과 죽음의 함게 하는 거잖아. 그 이상의 깊은 연인이 어디있어?"
"연인 이라니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사는데 그게 연인이 아니면 뭐겠니?"
"그런... 아...."
프리실 본인의 의도야 어찌되든 주변사람이 보기엔 그 의미는 명백하다. 진일에 의해 비밀로 해두려던 것을 밝힌 그 시점에서 빼도박도 못한다는 것을...
"저기, 말티아. 너혹시 내 목에 있는 검은띠가 보이니?"
"검은 띠라니? 뭐 있어?"
역시나. 프리실이 스이우드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해 건 목걸이는 다른사람 눈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물론 짐작가는 바가 없지는 않다. 이 목걸이를 프리실에게 건대준 당사자에게 물으면 알 수 있겠지...
목걸이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당연히 프리실이 '너도 죽으면 나도 죽을꺼야!!' 하고 말하는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그때 프리실이 회장에서 선언한 것이다.
프리실은 얼굴이 달아 올랐다. 심장이 저릿하게 울린다. 그만둬 녀석이 알아차린단 말이야!!
"안되겠다. 쥐도새도모르게 마음을 낚아채간 그녀석 용서 못해 당장 봐야 겠어."
프리실은 말티아를 붙잡았다.
"제발 얌전히 있어줘."
프리실은 울고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