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8 21:23

[단편] 카스트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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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


 

 

* * *
 


 보이시한 쇼트 컷의 여자였다. 이목구비가 섬세하다. 간호사의 기록에 따르면 그녀의 나이는 스물 둘. 이름은 유진이고 대학은 재학 중이다. 데스크를 통해 그녀의 이름이 불려 졌을 때, 그녀는 막 열두 마리째의 종이학을 접기 시작하려던 중이었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어요.”
 고급스럽게 꾸며진 사무실에 감탄한 듯 그녀는 한참을 주위를 둘러보다가 소파에 앉았다. 손에는 명함으로 만든 학이 꼭 쥐어진 채였다. 세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을 부족한지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세한은 녹음 버튼을 눌렀다.
 “교회에 다니지 않으니까 목사님한테 갈 수 도 없고, 친구랑 얘기할 만한 일도 아니라서 친구에게 갈 수도 없었어요.”
 유진은 헛기침을 했다. 세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고였죠. 아직도 가끔씩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그건 사고일 뿐이고, 이제 와서 거기에 대고 화풀이해봐야 남는 건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서 빨리 털어내고 올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 말이에요.”
 세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유진은 명함을 한 장 더 집어 새 종이학을 접기 시작했다.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저, 트랜스젠더에요.”
 세한은 종이컵을 꺼냈다.
 “커피 아니면 녹차, 어떤 걸로 할래요?”
 “아, 녹차로 주세요.”
 세한은 정수기의 꼭지를 위로 돌렸다. 김이 날 만큼 뜨거운 물이 쪼르륵 거리며 종이컵을 채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사무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는 그녀에게 녹차 티백을 담은 컵을 내밀었다. 유진은 종이컵을 받아쥔 채 팔꿈치를 괴고 멍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이따 물 값까지 받아낼 테니까.”
 유진은 쿡쿡 웃었다. 세한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 앞에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속눈썹이 참 길다. 그는 녹음기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묵직한 유리의 느낌. 다시 정적.
 “수술을 한 게 벌써 8년 전이네요.”
8년 전이면 14살, 중학교 1학년 때 벌써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다. 세한은 다리를 꼬았다. 인스턴트 커피는 느끼할 정도로 프림 맛이 진하다. 돈을 좀 더 주고라도 비싼 걸로 바꿔야겠어.

 

 

* * *

 

 
 한때 유진은 남자였다 짝사랑에 불과했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애도 있었다. 그녀의 집은 가난했다. 유진이 항상 주눅 들어 있던 탓은 또래에 비해 덩치가 작은 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동네 기사식당에서 일했다.
 어머니의 손은 항상 부르터 있었다. 찬 물로 설거지를 계속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단다. 어머니는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곤 했다. 매일 밤, 비틀대며 돌아온 아버지의 입가에서는 술 냄새가 났고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아버지는 잡히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집어 던지곤 했다. 어머니는 항상 멍이 들어 있었다.
 멍이 들어 있던 것은 유진도 마찬가지다. 유진은 또래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반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녀는 가지고 놀아도 뒤탈 없는 맘 편한 먹잇감이었다. 유진은 심심하다고 맞고 짜증난다고 맞았으며 집에 돈이 없다고 또 맞았다. 이제 좀 그만 해. 내려다보는 그들의 눈빛은 언제나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유진은 말수가 줄었고 성적도 바닥을 쳤다. 밥을 먹을 땐 혼자 죄인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닥치는 대로 입 안에 우겨넣었다. 너 같이 나랏돈으로 점심 먹고 다니는 애들은 편하게 먹을 자격도 없어. 그것이 D가 유진의 따귀를 갈기며 했던 말이다. 죽으면 편할까. 성적표를 받는 날이면 세상은 타고 남은 비닐봉지 찌꺼기처럼 축축한 잿빛으로 일그러지곤 했다.
 어떻게 했길래 애가 이 모양이야.
 아버지는 까막눈이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엔 아버지는 꼭두새벽부터 용역업체 사무소에 출근했다. 불경기였다. 일감은 늘 부족했고 그나마도 점점 품삯이 주는 추세였다. 넌 꼭 공무원이 되라. 공무원이 돼서 검은 양복도 입고 펜대도 굴리고 살아라. 아버지는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이면 유진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하곤 했다. 사람들은 항상 남의 손을 들어준다. 구구단보다 더 먼저 배운, 커피 보다 훨씬 쓰던 인생의 진리였다.
 어쩌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유진은 아직도 가끔씩 돌이켜본다. 혹시 그날 배가 아파서 조퇴했다던가, 아니면 공병이라도 주우러 학교를 빼먹고 옆길로 샌다던가 했더라면 과연 지금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유진은 수업을 듣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험도 잘 보고 나름 공부는 자신 있는 편이었지만 중학교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어려워진 영어와 수학은 유진을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난 안 될 거야. 학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일감이 떨어져 집에서 놀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진은 수업 시간이면 공책을 펼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해야 할 숙제. 준비물. 오늘 어떻게 맞았고 어디가 아팠는지. 유진은 주위의 모든 잡다한 것들을 꼼꼼히 기록했다. 별은 왜 반짝거리는지. 바다는 왜 푸른지. 왜 나는 이렇게 불행해야 하는지. 글을 쓸 때는 마음이 평온해진다. 유진은 일기를 쓸 때면 그녀를 제외한 세상이 모두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D는 유진을 괴롭히는 무리의 대장 격이었다. 특별히 덩치가 크거나 공부를 잘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돈이 많았다. D의 아버지는 시의원이었다. 선생님조차 D에게는 함부로 매를 들지 못했다.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다. 유진은 아침마다 D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야 했다. 왁자지껄하는 그들의 분위기에 유진은 항상 뭍 위로 던져진 물고기처럼 괴리감을 느꼈다. 사지를 아무리 퍼드덕거려보아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들은 너무나도 잔인하다. 아가미는 물속에서나 쓸모 있는 법이다.
 부풀어 오른 배 때문에 D의 교복 단추는 터질 것 같았다. 유진은 D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그만 해.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더 하면 다친단 말이야. 언제나 말은 입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유진의 몸은 늘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또래들 틈에 셖일 때면 그녀의 왜소한 몸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은 색 바랜 잔상으로만 남아 있는 어느 여름날. 일주일에 두 번씩 배정되어 있던 체육시간이 끝나고 있었던 일이다. D는 유진의 가방을 뒤졌고 일기장으로 쓰던 갈색 공책을 꺼내 들었다. D는 돌려달라는 유진의 말을 무시한 채 큰 소리로 일기를 읽었다. 모두가 깔깔 웃었다.
 유진은 D에게 달려들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유진은 거친 숨을 쉬었다. D와 그는 한 덩어리가 되어 교실 바닥을 굴렀다. 일기장은 조각조각 찢어져 허공에 흩어졌다.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버지가 떠오르고, 어머니가 떠오르고, 빛바랜 슬레이트 벽이 떠오른다. 까닭모를 분노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래. 유진은 나무 부스러기 보풀이 잔뜩 일어난 교실 바닥 위를 구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어쩌면 나는 괜히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주먹을 휘둘러도 남는 건 없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입을 앙다물었다. 세상은 요컨대 개미지옥 구덩이나 다를 게 없다. 아무리 진흙탕 속에서 발버둥질 쳐봐야 결국에는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애써봐야 소용없어. 어차피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테니까.
 몇 대나 맞고 있는 걸까. 전신에는 감각이 없다. D는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붉게 달아오른 뺨을 움켜쥔 채 몇 번이고 유진의 가랑이를 걷어차고 있었다. 피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대로 죽으면 어떨까. 자유롭고 싶다. 언제나 하늘 위를 바라보지만 빛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아파서라기보다는 억울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왜 나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걸까. 아득한 고통에 유진은 눈을 감는다. 

 

 


* * *

 

 


 세한은 두 번째 커피믹스의 포장을 뜯었다. 유진은 나른한 눈으로 스물다섯 번째의 종이학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입을 가리고 크게 하품을 했다. 세한은 슬쩍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이야기가 길어질 지도 모르겠다. 그는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커피믹스에 코를 대고 냄새를 음미했다. 어차피 진료대기실은 몇 시간 째 텅 비어 있었고, 오늘은 딱히 스케줄도 없던 차였다.
 “수술을 한 건 그때였나 보군요.”
세한은 새 종이컵을 꺼낼까 하고 잠시 고민했다. 약간 찝찝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마시던 건데 그냥 그대로 쓰는 게 낫겠지……. 그는 커피 믹스 안의 내용물을 그냥 들고 있던 컵 안에 털어 넣었다.
 “네. 아주 큰 상처였어요.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유진은 말꼬리를 흐리며 꿈꾸듯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세한은 뜨거운 물을 컵에 붓기 시작했다. 쪼르륵거리는 소리가 정적이 감도는 사무실 안을 채웠다.
 “D의 어머니는 돈으로 대충 덮고 넘어갔으면 하는 눈치였죠. 피해를 본건 이쪽이었는데도 어머니는 무릎을 꿇으셨어요.”
 “…….”
 “수술을 권한 건 의사였습니다. 지금이야 뭐 저 같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 내는 일도 많고 그렇지만 사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유진은 녹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명함을 집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나뿐인 아들을 평생 성 불구자로 살게 할 수는 없고, 방법이 있다는 데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지요.”
 “……그렇군요.”
 세한은 한숨을 쉬었다.
 “아마 힘든 결정이었을 테지요. 이제는 조금이나마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어요.”


 
* * *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유진은 몇 달 동안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인근에 있는 여중으로 전학 수속을 밟았다. 그냥 같은 학교를 다녀도 되지 않느냐. 아버지는 꼬질꼬질한 작업복 차림으로 그렇게 투덜거렸고 어머니는 김 여사님 부탁이라며 유진을 흘끔 돌아보았다. 유진은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반으로 접힌 명함을 한 장 건넸다.
 “연락해보라니까 내일이나 모레나 한 번 가 봐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한숨이 섞여 있었다. 아버지가 일을 쉬기 시작한 지 벌써 석 달이 넘었다. 김 여사는 D의 어머니였다. 유진은 꼴사납게 맑은 하늘을 노려보았다. 아버지는 다음날부터 시청에 취직되어 산림계 일용직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치마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유진은 다리가 휑한 느낌에 얼굴을 찡그렸다.
 “잘 어울리네.”
 어머니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중고로 구해온 교복은 유진에게 너무 컸다. 유진은 헐렁한 블라우스 단을 매만지며 눈을 감았다. 차라리 죽었으면. 그대로 사라졌더라면. 유진은 심호흡을 하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았다.
 “……김유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낯설기만 한 교실이었다. 수십개의 눈동자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유진은 속삭이듯 자기 소개를 마치고 빈 자리에 앉았다.
 유진은 언제나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남녀공학을 다니던 유진에게 온통 여자들뿐인 여중은 마치 다른 세계 같았다. 그들만의 분위기에 그녀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고 곧 겉돌기 시작했다. 세상에 혼자뿐인 느낌. 유진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성적은 점점 나아졌다.
 걸음걸이부터 말씨나 옷 입는 법까지. 전부 새로 배워야 했다. 누군가 옆에서 가르쳐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죄다 곁눈질로 배워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유진은 바깥출입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딱한 눈초리와 경멸의 시선. 조그맣게 소근 대는 말소리는 유진을 괴롭게 만들었다.
호르몬을 맞은 탓에 조금 빠른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내심 기대했지만 목젖은 올라오지 않았다. 가슴이 부풀기 시작했다. 속옷을 사 달라고 어머니에게 말 하려다 그만두었다. 어머니의 텅 빈 눈동자. 안쓰러운 시선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식당을 그만두었다. 아버지는 정규직으로 승진했다. 어머니의 배는 부풀어 있었다. 늦둥이였다. 아버지는 좋아하던 술을 어머니와 같이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유진은 밤마다 지긋지긋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나는 세상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아. 유진은 언제나 주위 사람들의 겉표면 위 어딘가를 떠돌아 다녔고 항상 붕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선 언제나 그랬듯 왕따였고 집에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에게 밀려 없는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다.
 항상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진에게는 독특한 분위기가 흘렀다. 모두 자연스럽게 유진을 피하게 되었다. 유진은 혼자 다니고 혼자 밥을 먹었다. 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어 외로움도 타지 않았다.
남동생이었다. 아버지는 동네 양장점에서 정장을 맞췄다. 동생은 포대기에 싸여 있었다. 유진은 조막만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난 늘 그래. 아무도 없는 빈 집을 지킬 때면 항상 유진은 아버지의 장롱에서 양복을 꺼내 입어본다. 너무 크다. 유진의 체구는 볼품없을 정도로 작다. 유진은 어머니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속옷 가게에 간다. 가장 싼 브래지어를 골라 계산하면서 그녀는 괜스레 죄 지은 듯 얼굴을 붉힌다. 그렇게 다른 날과 같은 하루는 저문다.
 언제나 다시 반복될 것 같은, 통로라고는 아무리 찾아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무저갱과 같은 일상은 그렇게 유진에게 아득하게 다가왔다.
 


 
* * *
 

 


  “속옷 가게는 처음이었거든요. 그때는 너무 민망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유진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세한은 유진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속된 말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귀하게 자랄 때 유진은 외롭고 힘들게 고생해가며 혼자 컸다. 종이학은 이제 테이블 한 귀퉁이에 일사종대로 쌓여가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혼자였던 건가요?”
 “음……, 아니에요. 이야기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녹차 좀 더 마셔도 될까요?”
 “아, 그러세요.”
 세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두세요. 제가 타 먹을게요.”
 유진은 그를 말렸다. 머쓱해진 세한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앉아 녹차를 타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잠시 정적.
 “쇼트 컷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세한은 입을 열었다. 유진은 싱긋 웃어보였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뜨거운 물이니까 조심하세요.”
 세한은 테이블 위로 시선을 돌려 명함을 한 장 집어 들었다. 이리저리 접어 학을 만들려고 해봤지만 손재주가 없는 그로써는 아무리 해도 실패만 거듭할 뿐이었다. 유진은 눈을 감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를 음미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그녀의 이름은 F다.
 F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쾌활한 여중생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책상 밑으로 번개처럼 빠르게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특기라면 특기였다. 2학년이 되고나서 첫 짝이었다.
 F는 항상 재잘거렸다. 어제 무슨 영화를 봤고 누가 누구랑 사귀고 요번에 본 시험이 몇 점이었고 하는 이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였지만 유진은 그녀의 말에 항상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성의 있게 맞장구를 쳐 주었다. F는 예뻤다. F는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웃음을 지을 줄 알았다.
짝은 곧 바뀌었지만 F는 유진에게 계속 말을 걸어 주었다. 학교에서 웃는 일이 많아졌다. F와 유진은 같이 다니고 같이 밥을 먹었다. 다른 친구들도 생겼다. 반이 바뀌어서 그런지 1학년 때 유진의 모습은 점점 지워졌다. 이제 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집에서 유진은 없는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새로 사귄 친구들은 그녀가 예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같은 따위를 궁금해 하지 않았다. 유진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잘 하면 다시 아버지한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치기 어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버지는 유진을 무시했다. 아버지에게 유진은 죽은 아들의 껍데기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시선은 온통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쏠려 있었다.
 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는 그들만의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가족은 너무나 폐쇄적이었고 또 높은 곳에 있어서 그녀는 도저히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행복한 웃음이 울려 퍼지는 벽은 너무나 견고해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틈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유진은 바깥에서 떠돌 뿐이었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글쎄……음, 목욕탕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봤지. 매일 찜질방이나 가게.”
 F는 자기 말에 자기가 쿡쿡거리고 웃었다.
 “너는 뭐 하고 싶은데?”
 “작가가 되고 싶어.”
 유진은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옥상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F는 유진을 보고 씩 웃었다.
 “멋진데?”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저 아래에서는 한참 1학년들이 한참 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다. 유진은 눈을 감았다.
 “……고마워.”
 “……뭐가?”
 “옆에 있어줘서.”
 “알면 평소에 잘하지 그랬니. 웃기고 있네.”
 피식. 미소가 터져 나왔다. 이월의 햇살은 눈부시다. F는 반짝거리는 햇빛에 눈이 아픈지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덧붙였다.
 “김밥이라도 먹으러 갈래?”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유진은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 뭘 우냐.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 이런 날에는 하하 웃어야지.”
 졸업식 전날이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 * *
 

 

 


 “제가 다른 지방의 학교로 가야 했거든요. 이제 다시 얼굴 보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죠.”
 유진은 나른한 추억에 잠긴 눈으로 스물네 번째 종이학을 완성해 테이블 위로 올렸다.
 “이사를 간 건가요?”
 “자취였어요. 아버지가 직접 방을 얻어 주셨죠.”
 세한은 팔짱을 꼈다.
 “집안 형편이 많이 나아지셨나 보네요.”
 “그것보다는 주위 사람들 시선 때문이 컸죠. 아무래도 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에요. 몇 달 만에 남자애가 여자애가 됐으니 소문이 안 날래야 안날수가 없었고.”
 “…….”
 “이사를 가기에는 아버지 직장도 있고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많으니까. 문제의 근원인 제가 가는 게 속 편한 해결책이었지요. 원망 같은 건 안 해요. 어차피 저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것도 불편했으니까.”
 “……그것도 그렇겠네요.”
 세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씁쓸한 이야기다. 요컨대 유진의 아버지는 눈에 닿지 않는 곳으로 그녀를 보내버린 것이다. 유진은 그녀의 가족에게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녀는 괴롭기만 하던 과거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무겁기만 한 짐이 아니었을까. 이상적인 가정에 방해만 되는 골치 아픈 걸림돌이 아니었을까.
 “걱정했던 거랑 다르게 혼자뿐인 방도 금방 익숙해졌죠”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요.”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 * *
 

 


 유진이 입학한 고등학교는 지역에서는 명문으로 소문이 난 인문계 남녀 공학이었다. 첫 입학식 날. 유진은 혼자 운동장에 서서 교장의 훈화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교는 무척이나 넓었다. 모두 낯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그녀는 지레 겁부터 먹었다.
 매달 유진은 아버지가 만들어준 통장에서 용돈을 꺼내 생활했다. 많은 돈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혼자 사는 살림에 부족하지도 않았다. 가난을 겪어본 유진은 절대 쓸모없는 곳에 돈을 쓰지 않았고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유진은 항상 작은 일에도 웃었고 상냥했다. 그녀는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았다. 다른 할 일이 없었기에 유진은 공부에 열중했고, 꽤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대학에 가면 좋을까. 공부를 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만큼 즐겁진 않았지만 유진에게 꿈을 꾸게 해 주었다. 언젠가는 좋은 대학에 가서 번듯한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는 환상.
 그리고 언젠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으리라는 착각. 언제인가부터 남자애들을 보면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억지로 맞지도 않는 신발에 발을 우겨넣을 필요는 없다. 자유롭게 타고난 대로 사는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유진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 긴 머리는 지긋지긋했다. 감기도 불편했고 날씨가 조금만 쌀쌀해지면 급격하게 푸석해지는 것도 싫었다. 갑자기 비어버린 목 뒤가 어색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K는 유진의 반 반장이었다.
 2학기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던 어느 겨울날. K는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유진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거절했고 K는 머쓱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름 용기를 내어 고백한 걸 텐데. 민망함과 동시에 미안함이 마음을 채웠고 유진은 네가 싫은 건 아니라고, 친구로 남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남자를 사귀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유진은 샤프 끄트머리를 잘근잘근 씹으며 곱씹었다. 그럴 형편이 되느냐는 둘째 치고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잖아. 사랑은 유진에게 너무나도 벅찬 것이었다. 문제집을 펼쳐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그 뒤로는 K와 많이 어색해졌고,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문 이과가 나뉘면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 말고는 아예 만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고백은 자연스럽게 가슴에 묻어둔 일이 되었다.
학교생활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수련회, 수학여행, 친구들과 간 노래방, 처음으로 마셔본 술. 영 낯설기만 한 화장……. 이윽고 유진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도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공부는 지긋지긋했고 성적은 열심히 하는 만큼 많이 오르지 않았다.
 동생은 이제 유치원에 입학했다. 유진은 코피를 쏟아가며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했다. 그녀는 이제 끝이지만 동생은 초등학교도 남았고 중학교, 고등학교도 남았다. 없는 살림에 짐이 될 수는 없었다. 재수는 절대 없어야 한다. 책값을 아끼려고 친구들 안 푸는 책을 얻어다가 풀었다. 괴로웠지만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악몽 같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유진은 독하게 공부에만 목을 맸다.
수능이 끝나고 찾아온 것은 개운함보다는 허탈감이었다. 유진은 목표로 하던 T대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속까지 시원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유진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졸업식 날. 가족은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유진을 보러 온 사람은 고속버스를 타고 온 F 한 명 뿐이었다. F는 꽃다발을 건네며 혀를 쏙 내밀었다.
 “자, 축하는 여기까지 하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뭐 먹고 싶은데?”
 “비싼 거. 오늘 왕창 뜯어내 줄게.”
 유진은 쿡쿡 웃었다. 그날 밤 F와 유진은 좁아터진 유진의 다락방에서 술판을 벌였다. 잔뜩 취한 유진은 펑펑 울었고 술기운을 빌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죄다 털어놓았다. 수술을 한 이야기. 왕따 당하던 이야기.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 F는 반쯤 풀어진 눈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야, 씨 너 진짜 외로운 년이었구나……. 아니, 이젠 놈인가?”
 F는 잔뜩 꼬인 혀로 중얼거렸다. 너 진짜 외로웠구나. 너 진짜 외로웠구나. 힘들었겠구나. 나 없이 고생 참 많이 했구나. 답답했겠구나. 힘들었겠구나. F는 결국 그날 유진의 이불에다 거나하게 토하고 말았다.

 

 K와 마주친 것은 새벽녘 첫차를 타는 F를 바래다주고 미쳐 챙기지 못한 짐이 있어 아침 일찍 학교로 되돌아온 다음이다. 봄방학이 시작된 학교는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술이 덜 깨서 그런지 머리가 무거웠다. 유진은 쌀쌀한 아침공기를 맞으며 학교 주위를 걸었다. 3년간의 기억은 쓰지만 달콤한, 다크 초콜릿과 닮아 있었다. 짐을 다 챙기고 나서도 유진은 일부러 늑장을 부렸다. 침묵이 감도는 학교에는 묘한 멋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서 졸업식을 했는데……. 유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모퉁이를 도니 누군가가 운동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K다. 발소리에 K는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서로 마주치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안녕.”
 “그래, 너도…….”
 운동장에는 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유진은 K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얀 입김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못 본 사이에 K는 훌쩍 자라 있었다.
 “음, 오랜만이야.”
 할 말은 결국 그것밖에 없었다. 유진은 말주변이 없는 자신을 탓하며 K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잠깐 걸을까?”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운동장을 걷기 시작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
 “대학은?”
 “잘 갔네. 너라면 거기서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너는 어떻게 됐는데?”
 “나야 뭐…….”
 “…….”
 “시간 참 빠르지.”
 “그러게.”
 “여기서 입학식을 치렀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K는 쓸쓸한 표정으로 공차는 시늉을 해보였다.
 “축구도 엄청 했었지.”
 유진은 생긋 웃어보였다.
 서로 쑥스러운 건 마찬가지라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핵심을 감싸고 있는 언저리만을 겉돌 뿐이다. 결국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지난 번 일 말인데…….”
 K는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때는 미안했어.”
 진심이었다. 그녀는 진지한 눈으로 K를 바라보았다.
 “미안할 게 뭐 있어? 나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벌써 2년 전 옛날 일인데.”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눈이 오려나 보다. 짙은 회색빛 구름이 햇살을 가리고 있었다.
 “미안해.”
 “넌 비밀이 많았어. 숨기는 것도 많고, 언제나 웃고 다녔지만 혼자 있을 때면 항상 표정이 굳어 있었지.”
 “…….”
 “……말이 이상할지는 모르겠는데 넌 너무 딱딱한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거야. 네가 버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그런 가면.”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을 만큼 크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하늘에서 쏟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유진은 맨들맨들한 철봉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난 네가 너무 슬퍼 보였어. 한번뿐인 인생인데 굳이 무겁게 살 필요는 없잖아. 가끔씩은 가면을 벗고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 줘도 나쁠 건 없다고 네게 알려주고 싶었어.”
 눈 앞이 흐렸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유진은 이를 앙다물고 억지로 참아냈다.
 “근데 그거 알아? 나 너 진짜로 엄청 좋아했었어.”
 K는 유진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미안해.”
 유진은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바보같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점심 안 먹었지? 졸업 기념으로 내가 쏠게.”
 
 사랑은 참 웃기는 이야기다.
 유진은 3년 동안 살았던 단칸방의 짐을 정리하며 되새김질했다. 사랑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유진은 징그러운 괴물일 뿐이었다. 아버지의 죄책감, 어머니의 공허한 눈길. 유진은 그 모든 것들을 똑똑히 기억했다. 도대체 나는 왜 태어난 걸까.
 K는 유진에겐 너무나도 아까운 사람이다. 아니, 누구를 데리고 와도 결론은 똑같을 것이다. 유진은 진정으로는 결국 사랑받지 못할, 누군가를 좋아할 자격도 없는 차가운 타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겉모습은 여자지만 그 안은 어쩔 수 없는 남자다. 반쪽짜리 가슴에 값을 매길수는 없는 법이다.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왜 모든 것들은 나한테만 가혹한 걸까. 가슴 부분이 찌르듯 아팠다. 나도 알고 있었어. 어차피 내일이란 건 없다는 걸. 아무리 애써도 결국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는 걸. 그렇지만 인정할 수 없었을 뿐이야.
 


 
* * *
 

 


 “인생은 참 허무한 것 같아요. 모두들 그런 말을 하죠. 어렸을 때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 다닐 때는 또 좋은 직장을 위해서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고 또 직장을 다니면서는 윗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라고. ‘열심히’라는 말은 어디에나 쓰이는 모양이에요. 이렇게 보면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한 지도 모르죠.”
 “…….”
 “그 단순한 세상은, 그 단순한 인생은 왜 이렇게 저한테 힘들까요, 왜 저한테만 이렇게 가혹한 걸까요?” 세한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의 제 짧은 삶은 어쩌면 그걸 다시금, 계속해서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은 결코 쉽지 않다. 세상은 언제나 네 편이 아닌 남의 편을 들어준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꾹 참고 있었던 그 사실 말이에요.”
 유진은 눈을 감고 차갑게 식은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
 세한은 뭔가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녀의 눈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헛헛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배고픔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요컨대 그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허무함이었습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걸까. 돌이키면 돌이킬수록 쓰디쓴 그런 공복 말이에요.”
 세한은 침묵을 지켰다. 유진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유진은 스물아홉 번째 종이학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유진은 대학에 입학했다. 언제나 밝고 상냥한 그녀였기에 인기도 많았고 노력을 계속 했기에 학점도 이럭저럭 좋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유진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사연이 많아 보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돈을 넣던 통장은 끊어진 지 오래였다. 유진은 과외를 해서 생활비를 꾸려 나갔다. 언제나 일은 밀려 있었다. 공부도 해야 했고 일도 해야 했고 글도 써야 했다. 유진은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자기만의 소설을 적었다. 한동안은 바쁘게 지낼 수 있었다. 2년은 순식간에 흘렀다. 텅 빈 시간들이었다.
 유진은 자기만 혼자 서 있고 모두 바쁘게 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공허 속으로 권태가 스며들었고 유진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다음 일로 넘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든 게 조금씩 엇나가고 있었다. 학점은 불안했고 과외를 맡은 애들의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었으며 소설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졸작이었다. 수렁 속에 잠긴 듯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그제야 유진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리저리 치이고 상처받은 마음을 유진은 애써 감추고 있었다. 가면을 벗고 진정된 모습을 보여달라는 K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가슴 속의 상처는 너무나도 아팠다. 초등학교 때부터 당한 왕따. 구타. 찢어진 일기장. 수술. 다시 외톨이. F와의 이별. 가족의 무관심. K의 고백. 모든 힘들었던 기억이 유진을 덮쳤고 그녀는 이번에는 외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난 왜 이렇게 사는 거지?
 팔로 무릎을 감싸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D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일의 원인. 그녀의 고통의 발단이 된 그 가증스러운 얼굴. 유진은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또렷한 D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쉴 새 없이 사타구니를 걷어차며 짓던 그 잔인한 미소. 유진을 깔아보던 그 차가운 눈빛.
 유진은 묻고 싶었다. D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왜 그때 죽이지 않았냐고. 왜 진작 나를 죽이지 못하고 살려둬서 아직까지 힘들게 하냐고 D에게 직접 따지고 싶었다. 유진은 휴학계를 학교에 제출하고 D를 찾아 중학교가 있었던 지역. 아직도 그녀의 가족이 동생과 함께 있는 곳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가면 안 된다.
 몇 년 동안 얼굴도 안보고 살던 가족이 유진을 반겨 줄 리 만무하다. 또 내려간다고 해서 반드시 D를 찾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씁쓸하지만 D가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머리는 냉철하게 상황을 재고 있었지만 유진의 결심은 확고했다.
 집으로, 쓰라린 기억밖에는 없는 고향으로 가는 길. 유진은 기차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매만지지 않은 머리는 사방으로 삐쳐 있었고 불면증에 시달려 눈은 퀭했다. 리얼리티가 결여된 삶. 그녀는 언제나 허공을 겉돌며 살았다. 그녀는 사랑받지 못했고 애초에 사랑받을 수도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처음 가는 집은 어색했다. 동생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유진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와는 다른 곳에 속한 타인이었다. 유진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따뜻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을 싸 들고 모텔로 향했다. 시린 겨울이었다.
 유진은 D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교무실에 들려 동창인데 연락처를 찾고 있다며 거짓말을 하고 졸업앨범을 뒤졌다. 사진은 한참을 찾은 후에야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기억 속의 그 모습 그대로 앨범 속에서 웃고 있었다.
 유진은 앨범 뒷장에 쓰인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옮겨 적고 학교를 나왔다. D는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을까? 그녀는 주소지에 나와 있는 붉은 벽돌로 된 양옥집을 올려다보았다. 무작정 찾아오기는 했지만 다짜고짜 초인종을 누를 용기는 없었다.
 유진은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D의 집 옆 슈퍼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2시간, 3시간, 4시간……. 해는 저무는 중이었고 다리가 지독하게 아팠다. 그냥 포기하고 내일 찾아올까 고민하고 있는데 검은색 세단이 문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것은 D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그 날 그녀의 기억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약간, 아주 약간 나이가 들어보이는 것 말고는 그대로였다. 유진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세단의 뒷좌석에 시선을 고정했다.
 D는 많이 변해 있었다. 피둥피둥하던 몸집은 제법 균형이 잡힌 모습이 되었고 무엇보다 키가 훤칠할 정도로 컸다. 얼굴만큼은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D는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며 인상을 쓰는 모습이 옛날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에 유진은 눈을 찌푸렸다.
 그 다음 날부터 유진은 D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그녀는 새로운 정보를 수첩에 적었다. D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지방대였다. D의 아버지는 이제 국회의원이었다. D는 방탕한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짧은 가방끈은 그의 콤플렉스였다. 술에 취하면 D는 항상 학벌이 뭐가 중요하냐며. 결론은 집안이라고 뇌까리곤 했다. D는 아버지를 믿고 허세를 부렸다. D의 곁에는 언제나 콩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혀를 내밀고 헉헉거리는 하이에나들이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D는 흔한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유진은 허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세상은 마지막까지 유진의 편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녀의 인생을 망친 이유. 항상 괴롭기만 하던 근본적인 원인은 이런 쓰레기 같은 놈 때문이다.
 콱 죽여 버릴까.
 진홍빛 충동이 들었다.
 요컨대 그것은 보상심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지금까지 유진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남는 것은 공허함뿐이었으며, 사랑을 받지도, 할 수도 없는 반쪽짜리 인생이었다.
 반면에 D는 모든 것을 가졌다. 좋은 부모를 만나 사랑받고 자랐으며 별 노력하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지위를 가졌다. 세상은 왜 이리도 불공평한 걸까. 남의 인생을 짓밟고도 멀쩡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D의 모습은 유진의 치를 떨게 했다.
 유진은 D의 뒤를 밟으며 스케줄을 차근차근 조사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에는 대학에서 전공과목 수업을 듣는다. 낙제를 면하기 위해 억지로 듣는 거지 별로 수업에 대한 열의가 있어서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수요일 밤에는 친구들을 불러 같이 술을 마신다. 술자리를 가질 때면 고급 횟집과 피아노가 있는 재즈 바 등을 즐겨 돌며, 꽐라가 되었을 즈음에는 클럽에 간다. 클럽을 나올 땐 여자를 낀 채다. 그대로 모텔로 향한다. 모텔에서는 늘 여자보다 먼저 나오며, 그 시간은 대게 새벽 4시 이전이다.
 목요일에는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다.
 금요일에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두세 시간 정도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찜질까지 마치고 나면 얼추 밥 때가 된다. 점심은 간단하게 밖에서 사 먹고 들어간다.
 주말은 애인과 함께 보낸다. 데이트 코스는 영화관, 볼링장, 야구장 등 다양한 장소다.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먹는다. 일본식 주점을 주로 들려 간단하게 술을 한 잔 한다. 애인과 헤어져 집으로 향한다.
 
 유진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죽이고자 한다면 시간은 목요일 새벽이 적당할 것이다. 새벽 4시경이면 거리에는 환경 미화원밖에는 남지 않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따라가 인적이 없을 때 일을 치르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어떻게? 유진은 즉흥적인 계획을 세웠다.
 첫째는 무거운 것, 즉 쇠파이프나 장도리 같은 걸로 뒤를 후려치는 것이다. 이 경우 별다른 저항 없이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퍽치기로 위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칼은 구하기도 쉽고 몸속에 숨기기도 편하다. 두 번째로는 칼이 있다. 찌르든 베든 쑤신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면 된다.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벽돌을 던지거나 목을 조르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운동을 하는 성인 남성이고 그녀는 상대적으로 체력적인 면에서 부족한 여성이다. 가능한 한 현실성이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게 좋을 터였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가 유진은 장도리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방법을 택했다. 비가 오는 날이 적당할 것이다. 유진은 D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3주째. 기적처럼 하늘에서 부슬비가 쏟아져 내렸다. D는 비를 맞으며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추운지 D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유진은 버석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 비옷을 벗고 최대한 발소리가 안 나게 걸으며 D의 곁으로 다가섰다.
 유진은 손이 하얗게 될 때까지 장도리를 꽉 움켜잡았다. 이제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 D는 바로 그녀의 앞에 있었다.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친 남자가 바로 앞에 있었다. 팔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공기 가르는 소리가 났다.
 D는 순식간에 쓰러졌다.
 비가 오고 있었다. 주위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골목이었다. D의 뒤통수에서 벌건 핏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진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 터져 나오는 비명을 억눌렀다. 유진은 심호흡을 했다. 조심스럽게 D의 코 쪽으로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숨결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 후련함보다는 죄책감이 더 컸다. 유진은 장도리를 집어 던졌다. 핏물에 젖은 쇳덩이가 번쩍거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축축하게 젖은 몸은 으슬으슬 시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발을 옮겼다. 따뜻한 곳으로 가야지. 가서 따뜻한 코코아라도 한 잔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나서……. 그리고 나서…….
 


* * * 

 

 


 “지금 제게 살인을 했다고 고백하시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죠.”
 “전 어디까지나 환자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의사일 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면 경찰서를 찾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세한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D를 죽였다고 해서 결코 헛헛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살인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아무것도 없었던 셈이죠.”
 “후회하고 있나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D는 그 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소식을 알 겨를도 없이 도망치듯 기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어쩌면 경찰이 지금 절 찾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유진은 담담하게 녹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가요?”
 “전 제 말에 공감해 달라고, 동정심을 갖고 절 바라봐 달라고 이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에요.”
 “…….”
 유진은 세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몸서리칠 만큼 독한 한이 맺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무척이나 허무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고해를 하려는 것도, 하소연을 하려는 것도 아니죠. 저는 그냥 이해해 줄 수 있겠냐고 묻고 싶은 거예요 제 입장을.”
 세한은 입을 다문 채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기구한 삶이다. 스물두 살의 짧은 생이지만 유진은 남들보다 훨씬 힘든 길을 걸었고 충분히 많은 고통을 당했다. 그녀는 사랑을 받지도 못했으며 사랑을 하지도 못했다. 언제나 버림받았고, 혼자였다.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유린당한 채, 그녀는 결국 비뚤어진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혹시 카스트라토가 뭔지 아시나요?”
 “……네.”
 세한은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가 오기 전에 거세된, 놀랍도록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 가수들을 뜻하는 단어다. 어렴풋하게 유진이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짐작이 가 세한은 한숨을 쉬었다.
 “고등학교 때 영화 <파라넬리>를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음…….”
 “친구들은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남자 목소리가 저렇게 높이 올라가도 되냐며 부럽다는 애도 있었어요. 저만 혼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죠.”
 “…….”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징그럽습니까? 남자의 탈을 쓴 여자의 목소리라니. 그 텅 빈 목에서 나는 건 노래라기보다는 차라리 절규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슬픈 처지를 동정해 달라는, 상처받은 어린 짐승이 우는 것 같은 그런 절규 말이에요.
 “…….”
 “어쨌거나 지금까지 두서없고 장황하기만 했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유진은 차갑게 식은 녹차가 담긴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컵 옆에는 얌전하게 접힌 종이학 서른여섯 마리가 놓였다.
 “이제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세한은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진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19세기 교황청에서 법적으로 거세를 금지하면서 카스트라토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더 이상 세상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남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조용히 떠돌다가 사라지면 그 뿐일 터, 그 이후의 일은 생각하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
 “그럼 이만.”
 정신을 차렸을 땐 유진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세한은 누런 커피얼룩이 배인 빈 종이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을 향했다. 노을은 붉게 타고 있었다.
 
 그 옛날. 신을 찬미하는 찬송가를 부르는 자리엔 꼭 카스트라토가 있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기 위해 상상 이상의 대가를 치룬 사람들. 사람들은 그들의 놀라운 미성에 감탄했지만 그게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이었다. 한갓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며 비웃음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카스트라토는 수많은 농담, 음담패설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되었다. 그렇지만 실로 그런들 어떠하랴. 좌우지당간 중요한 것은 그들의 노래는 정말로 아름다웠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달콤한 목소리보다 신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이시여, 저를 울게 하소서!
 
La dura sorte
E che sospiri
La liverta!
 
E che sospiri
E che sospiri
La liverta!
 
Lascia ch'io pianga
La dura sorte
E che sospiri
La liverta!
 

 

 

<끝>

03 08 퇴고완료.

아쉬움도 많았고 부족한 것도 많았던 작업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저는 당분간 휴기에 들어갈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 profile
    클레어^^ 2012.03.09 07:58

    카스트라토... 중국 청나라 때의 여자의 전족보다 더 고통스러웠겠죠?

    (참고로 전족은 작은 발이 예쁘다고 해서 어렸을 때부터 여자애의 발을 묶어서 발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만주족의 풍습입니다.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서 발이 기형이 되지요.)

    흐음... 과연 유진은 꼭 D를 죽였어야 했을까요?

    물론 저도 유진만큼 누군가가 원망스러운 적도 있었긴 하지만...

  • ?
    Jeffery.K 2012.03.09 20:54

    아쉬움이 많은 작업이었습니다. 공허하고 리얼리티가 결여된 삶. 고통만 당하다가 결국 비뚤어진 선택을 하게 되는 카스트라토의 삶을 그리고 싶었지만 제가 많이 부족한 탓에 졸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ㅠㅠ 한 사람의 인생을 키보드만 가지고 표현하겠다는 생각은 또 얼마나 오만한지요ㅜㅜ... 제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단편이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카스트라토.jpg


    표지 사진을 첨부합니다. 본문에 삽입이 안 됬네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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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 [1주일 넘어서 쓰는 다음 화입니다.]그래도 별은 빛난다 - 1. 아름다운 주말 2 클레어^^ 2012.03.17 385 0
1579 드래곤 나이트 - 6화 1 CreamApple 2012.03.14 361 0
1578 나의 사랑 아버지 -1- 3 네이키드 2012.03.12 349 0
1577 『각자의 시각에서 보는 감각 로맨스』횡단보도 23화! 2 ♀미니♂ban 2012.03.11 436 0
1576 프리휴먼 밝혀지는 진실들 2 dbeld 2012.03.10 349 0
» [단편] 카스트라토 2 Jeffery.K 2012.03.08 360 0
1574 드래곤 나이트 - 5화 2 CreamApple 2012.03.08 325 0
1573 [장르가 참 애매~한 새 연재입니다]그래도 별은 빛난다. - Prologue 4 클레어^^ 2012.03.08 383 1
1572 [단편][답장] 안녕하세요. 일전 문의하신 상품에 대한 답변입니다. 1 악마성루갈백작 2012.03.07 386 0
1571 드래곤 나이트 - 4화 2 CreamApple 2012.03.06 354 0
1570 피그말리온【#6】 1 ♀미니♂ban 2012.03.02 466 0
1569 [단편]정말 사랑하긴 한거요? 2 악마성루갈백작 2012.02.29 411 1
1568 [단편]소나기 2 악마성루갈백작 2012.02.28 496 0
1567 [단편]어떤 1초 1 악마성루갈백작 2012.02.27 454 0
1566 키보드 워리어 3 Jeffery.K 2012.02.25 410 0
1565 [단편] 소멸하는 밤이 오면 3 악마성루갈백작 2012.02.25 389 0
1564 『각자의 시각에서 보는 감각 로맨스』횡단보도 22화! 2 ♀미니♂ban 2012.02.24 511 0
1563 [단편] 솜씨네 3 메론왕자 2012.02.22 446 0
1562 [단편] 무지개 1 Jeffery.K 2012.02.21 361 0
1561 [단편] 무드셀라 증후군 3 Jeffery.K 2012.02.21 4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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