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6 07:56

드래곤 나이트 -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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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or Name - Gold. 02

2156.06.02 PM 09:36

 

 죽을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무슨 수를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남자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유하는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그것만은 믿어 의심치 않았으리라. 본인 입으로도 구하러 왔다는 듯한 말을 했으니, 확실할 것이다. 유하는 자신의 폭넓고도 유연한 적응력과 사고방식으로도 지금 상황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마치 그런 것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다는 듯 유하를 구해준 남자가 재차 말을 걸어왔다.

 

“지금 상황이 정리가 잘 안 되시는 건 이해합니다만……. 본인 확인은 하나의 ‘절차’이니 대답 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당연히 본인인 것 같지만. ‘청 유하’씨 맞습니까?”

“어……. 예. 맞는데요…….”

 

 남자가 말한 ‘본인 확인’이 무엇을 위한 절차인지 유하는 알 도리가 없었으나,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인 자신의 앞에 누군가의 구원이 내려왔다는 것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원 저 쪽으로 날아가 자판기와 함께 나가 떨어져 있던 용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자판기를 깔아뭉개며 일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뱀파이어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평범한 요괴 종류였다면 기절이라도 했을 터인데, 아무래도 좀 튼튼한가 보군.”

 

 평범한 인간이라면 압도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공포감이 용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백발의 남자는 소용이 없다는 듯 목을 좌우로 힘껏 돌리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유하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당장 도망쳐도 목숨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판국에 몸이 굳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유하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소개가 늦었군요. 세계기업 ‘오닉시스’…… 아니, ‘OorX’ 한국지부 신임 지부장 ‘아르마이어 마르시 알렌티아’ 라고 합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직원들이 도착하면 설명 해 줄 테니, 그 때 까지만 살아 계시지요.”

 

 세계기업 ‘오닉시스’라면 유하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설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라, 모두들 ‘세계기업’이라 부르는 기업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시장과 기술 분야에서 못 되도 30%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증거로 당장 유하의 거주지에 있는 물건만 해도 오닉시스 기업에서 나온 물품들이 반 이상은 있었다.

 

 갑자기 여러 이야기가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에, 유하는 공포감도 잊고, 그거 자신이 쓰러져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게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하를 구해주러 온 백발의 남성과 금빛의 용은 이미 싸우기 시작한 뒤였다.

 그 남자는 인간이 절대로 낼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속도로 용의 공격을 피하고만 있었다. 유하가 힘겹게 안간힘을 써 가면서도 피하려고 했던 공격이 마치 저 남자의 앞에서는 수십 배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이전에, 용을 멀리 날려버리고 유하를 구해줬다는 것을 보아서 저 남자도 유하처럼 저런 것들이 눈에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유하는 결론을 내렸다. 저 남자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핫, 드래곤이라 해도 아직 어쩔 수 없나보군. 아직 어리니까 말이야?”

“비켜. 난 저 인간을 먹고 싶을 뿐이라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는 듯 용이 화염을 뿜었다. 그 화염은 아까 유하를 좌절시킨 화염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 그 일대의 보도블럭들과 자판기에 그을린 자국을 남기고 유하의 주변에 있던 잔디까지 그슬리고도 남을 정도였으니, 남자가 불에 타 죽고 자신은 다시 잡아먹힐 위기에 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유하는 순간 온 몸에 오한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있던 자리를 유심히 바라 본 유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오오, 그렇게는 안 되지. 사업을 하는 사람은 주어진 일을 철저히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무슨 술수를 부린 것인지는 몰라도, 화염을 정면으로 맞은 그 남성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어보였다. 그 남자는 미동조차 없이, 그저 불이 눈 부셔서 방해된다는 것처럼 한 쪽 팔로 자신의 눈을 살짝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용의 화염이 그의 옷과 피부에 닿고 있었지만 그가 불타기는커녕, 검게 그을린 자국조차 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장’이라면, 그 일에 대한 책임은 더 막중하겠지?”

 

 마치 더 이상의 불을 뿜기에는 힘들다고 말하는 것처럼 용은 불을 뿜기를 그만 두었고, 그 자리에는 방금 전에 유하가 보았던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용과, 그 모습을 가소롭다는 양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해서 내려다보고 있는 백발의 남자만이 남아있었다.

 

 유하는 순간 공포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저 남자는 겉보기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의 입술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날카로운 이가 유하의 눈에는 얼핏 보여 진 것 같았다. 아마도 그것은 환각임에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저 남자는 언제 자신이 그런 야만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냐는 듯, 원래의 미소로 돌아 가 있었으니까.

 

“나 화났어. 비켜.”

“몇 번을 설명해야 알아들어주실까. 뭐, 드래곤들의 긍지와 용맹은 높이 사지만……. 그래도 고집이 세기로는 둘 째 가라면 서러운 것도 드래곤들이니까.”

 

 이미 주변은 충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쓰러진데다가 깔아뭉개진 자판기에, 검게 그을려버린 바닥, 용의 화염에 의해 타다 말고 검은 자국이 남아버린 나뭇잎과 잔디들. 도저히 공원의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 정도의 난장판으로도, 이 장면이 내일 아침 신문에 나고, 자신이 이 공원 주변에 있는 주거지구의 주민으로서 어느 기자에게 운 없이 잡혀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유하였지만, 무섭게 눈을 치켜뜨고 있는 소녀를 보고 있자니 절대로 여기서 싸움이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게, 소녀는 담담하지만 ‘먹이’를 빼앗겨 화가 났다는 것을 강하게 드러내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뱀파이어는 섭취 안 해. 하지만 계속 방해 한다면 정말로 죽일 거야.”

 

 지금까지 소녀가 용으로서 보여준 위압감과 전투에 대한 위력이라면, 죽인다는 말이 절대로 가볍게 들리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유하가 옛 시대에 출판되었던 픽션에서 보아 온 용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 모습은 폭군 그 자체. 아마 이런 생물들이 지구에서 판을 치고 있었다면 진작에 인류는 멸망했을 것이라고는 생각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뼈에 사무칠 정도로 와닿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용의 발톱과 이빨은 날카롭지 않고 뭉툭했지만, 사람의 피부를 찢고 살과 뼈, 뼈에 붙어 있는 근육을 갈라놓을 위력은 있어보였다. 실제로 그 위력을 통감했던 유하는 저런 싸구려 협박에도 쉽게 몸이 오싹거려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온화한 미소를 거두고 어느 사이엔가 대놓고 조롱한다는 듯이 표정이 일그러진 백발의 남성은 무엇이 웃긴지 웃음을 실실 흘리며 소녀의 말을 받아쳤다.

 

“섭취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시는 거겠지. 지금 이 세상에 있는 뱀파이어들은 나를 포함해 대다수가 후대를 생산할 생각이 없거나 사람의 피를 빨지 않는 것들이야. 저 어디 루마니아의 왈라키아에 둥지를 튼 귀하신 무리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 작자들은…… 글쎄. 잡은 인간은 피 뿐만 아니라 살 한 점, 뼈 한 조각 안 남기고 모조리 먹어 치우니까. 결론은 오래 살게 되어 강한 힘을 얻게 된 뱀파이어만 남게 되었단 소리고, 아직 어린 너로써는 나한테 덤벼봤자 본전도 못 찾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건드리지 못하는 거겠지.”

 

 저 백발의 남자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소녀의 기분을 크게 상하게 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유하는 뱀파이어니 드래곤이니 하는 이야기는 여러 픽션에서 많이 접해왔지만 저런 이야기는 논외여서 잘 알아듣지는 못 했지만, 대개 말의 억양이나 주변의 상황과 분위기를 추측 해 본다면 결코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는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증거로 남자의 말투는 어딘가 비웃는 듯한, 마치 어린 아이를 놀리는 어른의 말과도 같은 억양으로 들렸고, 그 이야기를 들은 소녀는 안 그래도 험악하던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킨 것도 모자라 무표정하던 얼굴까지 구겼다.

 

 유하는 잠시 이 상황이 누군가가 쓴 각본에 쓰여 진 대로 연출되고 있는 장면이고, 어디에선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곧바로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그가 살아오면서 들어보지 못한 강렬하고도 거대한 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떠한 음향 장치로도 낼 수 없을 이 소리에는 용의 화염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넘긴 남자도 잠시 몸을 휘청대었다.

 

“호, 한 방 먹었군.”

 

 남자의 여유로운 말투는 여전했지만, 몸은 그렇지 못했다. 휘청거리는 몸을 추스르고 있는 모습이나, 약간은 당황스러운 것 같이 하는 말은 솔직한 말로 ‘한 방 먹었다’는 그의 대사에 걸맞았다. 저 정도의 소리라면 이미 ‘음파’가 아니라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충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음파에서마저 유하는 공포감을 느꼈다.

 

‘제기랄, 이거고 저거고 공포스럽지 않은 게 하나도 없잖아.’

 

 남자가 한 말이나,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에서 저 소녀가 큰 음파를 낸 장본인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충격에 못 이겨 무력하게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귀찮다는 듯이 꼬리로 쳐낼 때 마다, 꼬리에 달린 거대한 방울이 울리며 현재 상황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 방 먹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지, 소녀의 입가에는 어느새 사악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비록 그것이 오래 가지는 못 했지만 말이다.

 

“체크 메이트다. 이쪽이 이겼어.”

 

백발 남자의 말과 동시에 공원의 풀숲 사이로 두 명의 사람이 뛰쳐나와, 무방비 상태인 유하를 낚아챘다. 그 정도로도 소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놀람으로 일그러진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나머지 한 명은 백발의 남자와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두 사람은 그 것으로 됐다는 듯이 유하를 낚아챈 채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유하를 낚아챈 사람은 피를 연상시키는 검붉은 적발(赤髮)을 양 갈래로 올려 묶고 있었으며, 정장 같은 느낌의 검은 양복과 검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유하는 차마 그 사람의 얼굴까지 볼 경황은 없었으나 치마를 본 것만으로 이 사람이 여자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은, 손에 끼고 있는 푸른 금속으로 만들어진 건틀렛이었다.

 

 나머지 한 쪽은 건장한 청년처럼 보였다. 그는 지금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코트의 끝단과 옷소매가 털로 장식된 더워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지금이 밤인데다가 빛이라고 해 봐야 멀리서 어른거리는 가로등 뿐 이라 머리색까지 확실하게 판별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낮에 본다면 세피아 빛의 갈색 머리칼일 것이라는 확신이 왔다. 그런 갈색 머리칼을 뒤로 밀어 넘긴 스타일의 머리와 크게 어울린다고 볼 수 없는 모노클은 척 보더라도 미스 매치라고 느껴지는 이질감이 드는 패션 센스였다.

 도대체가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뭔가 질문을 하려던 유하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은, 유하의 셔츠 뒷부분을 낚아챈 적발의 여성이 아니라, 그 여성의 옆에서 같이 달리고 있는 남성이었다.

 

“미안 미안. 지금 상황이 정신이 없지? 회사에 도착하면 알려줄 테니까, 지금은 잠시만…… 으악! 온다!”

 

 먹이를 빼앗긴 용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었다. 용의 모습일 때 보다는 사이즈가 아담하긴 했지만 여전히 위압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금빛의 날개를 펼쳐, 유하를 낚아채고 달아나는 두 사람을 향해 맹렬히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 더욱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용에게 부딪혔다. 아까 그 자리에 있던 백발의 남자였다.

 

“사장님? 제가 이런 말 할 처지는 못 되는 걸 알지만, 좀 확실히 막아주세요. 간 떨어질 뻔 했잖습니까.”

“아, 그런가? 그건 그거 나름대로 미안하군. 하지만 너무 화려하게 등장한 자네들도 문제가 있어. 다음부터 이런 상황에서는 좀 조용히 임무를 수행 해 주게.”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는 유하의 시야에서 백발의 남자와 소녀가 어지러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애초에 유하는 지금 만화에서나 봤을 법 한 장면을 실제로 겪고 있었다. 빈 봉투나 종잇장도 아니고, 사람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그 사람이 공중에 들릴 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는 여성이 있었고, 그 옆에서 동일한 속도로 달리는 남성도 한 명 있었다. 뒷덜미를 붙잡힌 사람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 속도와 흔들림에 멀미가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런 멀미를 약간 덜어주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 넉살 좋게 유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준 올 백 머리의 남자가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퀴즈 하나 낼까, 유하 군…… 이랬나?”

“네? 갑자기 무슨 퀴즈?”

 

 이런 상황에서 퀴즈라니. 전혀 안 어울리는 스타일에 댄디한 아저씨나 낄 것 같은 모노클을 착용하고 있는 점을 봐도 그렇고, 이 사람은 일반적인 센스가 결여된 것이 틀림없다고 유하는 생각했다. 게다가 그 입에서 나온 퀴즈라는 것은 2156년도 현대를, ‘토지 혁명’을 끝마친 선진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문제였다.

 

“선진국에는 여러 역할을 분담해서 담당하는 각 지구(地區)가 있지. 바로 이 한국처럼! 그 지구끼리는 텔레포트 기기로 연결되어 있고. 그렇다면, 각 지구가 어떻게 연결 되어 있을까-요?”

 

 전문가들이 말하는 ‘과학적인 설계’가 어떤 것인지 유하는 몰랐지만, 각 지구마다 높낮이를 다르게 해서 나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분명히 딴지를 걸만 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하는 전부 포기했다는 듯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약간씩 높이가 다르게 구성되어 있죠. 예를 들자면 주거 지구가 가장 높다면 그 다음은 주거 지구를 둘러싼 상업 지구, 보존 지구, 교육 지구, 비즈니스 지구 순서대로 높이가 낮죠. 그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잖아요. 거창하게 퀴즈라고 할 것 까지야…….”

 

 막 딴지를 걸려고 하는 찰나, 박수소리와 함께 그의 말을 막아내며 남자가 말을 이었다.

 

“오오, 정답!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회사’가 있는 ‘비즈니스 지구’가 어떤 방향인지도 알겠네?”

 

 순간 불안한 기운이 유하를 엄습했다. 유하는 그것만은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설마…….”

 

 비즈니스 지구 쪽은 유하가 갈 일이 거의 없었지만, 어느 방향인지는 알고 있었다. 주거 지구의 남쪽이었다. 유하의 주거지는 비교적 남쪽에 위치한데다가 거실의 창문이 비즈니스 지구 방향으로 나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불행이라면 공원 역시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일까.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는다. 그렇기에 설마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공원을 계속해서 달려 나왔다면, 나오는 것은 안전하게 비즈니스 지구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나 텔레포트 기기가 있는 쪽이 아닌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 난간이 있는 주거 지구의 끝부분 이었다.

 

 무엇보다 주거 지구와 비즈니스 지구의 고저 차는 200미터를 훌쩍 넘었다.

 

“바로 그 설마야! 단숨에 점프 할 테니까 심장 꽉 붙잡고 있어!”

“뭐라고요?!”

 

 남자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린 뒤로 유하에게 보인 것은 주거 지구가 끝난다는 것을 알리는 각진 턱이었다. 마치 ‘거인이 있다면 오를지도 모르는 계단 같은 구조를 생각하며 만든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드는 높고 확연한 각. 그리고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어렴풋이 주거 지구의 끝을 본 유하는, 그 이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곳에 남아 있는 것은, 그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의 그것과도 같은 비통하고 처절한 외마디 비명소리 뿐이었다.

 

 

 

 

 

 

 

Color Name - Gold. End

 

 

 

 

 

부적절한 어휘나 오타, 부드럽지 못한 묘사, 띄어쓰기 등등의 지적은 환영합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많이 늦었습니다. '넌 누구냐' 하는 분도 많이 계실테고...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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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3.07 04:59

    아, 오랜만이에요^^

    그럼 유하 주변에 나타난 사람은 모두 몇 명이었나요? 설마 다 뱀파이어??

    (클레어가 요새 노블레스란 웹툰을 보았는데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나는 이유가...)

  • ?
    CreamApple 2012.03.08 11:10

    음. 오랜만이십니다.

    일단 유하의 주변에 나타난 사람은...

    어... 드래곤하고 처음 나타난 백발의 남자를 포함한다면 총 4명입니다.


    그리고 뱀파이어인가 아닌가는... 보시면 아십니다 (?)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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