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2 10:34

역겁정략 1부 1장 12막

조회 수 432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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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뭣이? 부르고뉴 샤르맹스크라고?”

그 자가 반군의 배후였단 말씀입니까?”

베스키스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직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하나 지금까지 정황에 미루어 볼 때 가장 의심가는 인물이라고 사료되옵니다.”

무엄하구나, 이놈!”

베스키스 뒤에서 노성이 터져나왔다. 물론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예상하고 있었다. 베스키스가 한 일은 보네이지팰리스에서 유구한 가문인 샤르맹스크를 건드린 셈이었으니까.

감히 네놈이 우리 가문을 능멸하려는 것이더냐? 발가스의 하위 집사 가문이었던 주제에 이제 좀 높이 올랐다고 우리 가문에 도전하려는 것이냐! 이 미천한 족보도 없는 가문의 나부랭이 주제에!”

베스키스도 그 말이 썩 좋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화를 억누르고 알자스 샤르맹스크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드리오. 하지만, 이는 그대 가문의 잘잘못을 가리자는게 아니라 오직 한 사람, 그대 가문에 속한 부르고뉴 구성원이 단순히 의심이 가서 그렇습니다. 몇 가지만 조사해보고 증거 없으면 놓을 테니 너무 노기를 드러내지는 마시옵소서. 이런 사소한 시비도 가려내지도 못하고서는 어찌 감찰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증거가 있다면 인정하겠다! 하지만 어줍잖은 심증으로는 그 녀석 털끝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야!”

하지만 요며칠 댁의 사촌 동생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만일 가문의 이름만 아니었다면 따끔하게 처벌받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위대하신 영주님 가우 그라시우스 님의 직속 수하인 베스키스 그란코 감찰관이 직접 조사하서 나서겠다는데 이 마저도 압박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대는 충신이오 간신이오! 그대의 심히 충성심이 의심스럽소! 알자스 샤르맹스크 공.”

다라이 바네셋 공, 그 말 추후에 다시 돌려 드리리다…….”

눈을 한번 찡그리고 주변을 돌아봤지만, 다라이 바네셋을 포함한 모든 가신들도 알자스 샤르맹스크의 눈을 외면했다. 그때 가우가 입을 열었다.

이번만은 어쩔 수 없소. 협조하시오.”

, 그럴 수가……

알자스 샤르맹스크의 얼굴은 순식간에 무너질 듯 했다. 정신을 놓았다면 그대로 쓰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일하게 몰트 쿠잔만이 알자스 샤르맹스크를 변호하고 나섰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자는 너무 유약합니다. 몇 번이나 마주친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직접 보았다고?”

. 어줍잖은 내기로 시비를 건게 인연으로 관심이 갔지만, 진정 필요한 자 같아 보였습니다.”

필요한 자라…….”

무례였다면 용서해주시겠습니까.”

저기 형보다도 말인가.”

!?”

알자스 샤르맹스크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몰트 쿠잔은 친구를 위해서라도 아니, 실제로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사를 허락하겠소.”

영주님!”

알자스 샤르맹스크의 말은 거의 애원조로 들렸다. 과거 영주와도 맞붙어서 말싸움을 지려고 하지 않았던 샤르맹스크의 혼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이번 일은 극비리에 해야 하오. 가택 안으로 몰래 들어가서 조사하시오. 이번 일로 필요한 가문이 심각한 명예 훼손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오.”

염려 놓으시옵소서. 소인도 명백한 증거없이 무턱대고 찾아갈 생각은 없었사옵니다.”

그리고 가우는 가신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오. 몰트 쿠잔 경이 당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가서는 아니 되오. 다들 입과 주변 단속을 철저히 하시오! 명명백백한 비상사태오!”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아까까지 서로 목소리를 냈던 가신들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보고 근신이라고?”

부르고뉴는 어이없었다. 아니 어이없는 상황이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어이없었다. 알자스 샤르맹스크는 이런 동생이 더 어이없었다.

그러니 내가 행동가짐을 조심히 하라 일렀거늘…… 자칫 잘못하면 너 때문에 가문의 전부를 잃을 수도 있었단 말이다!”

형님은 가문이 그렇게 중요해요? 이 망할 현실을 고쳐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시우?”

잘도 돌아가는데 뭐가 망할 현실이라는 거냐! 몰트 쿠잔 공이 널 좋게 봐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무서운 적을 만들 뻔 했잖느냐!”

그 사람이 날 좋게 봐요?”

어이없고 의외였다. 몰트 쿠잔, 그 녀석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지 않은가. 보네이지팰리스의 자주 방위를 방해하는 기생충 같은 녀석, 그런 녀석에게 칭찬을 들어도 벼, 별로 기쁘지 않다.

여튼! 조만간 감찰관께서 찾아오실 것이다. 집사장 얄루스에게 일렀으니 어디로든 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이번 일로 가문에 흠이 생긴다면, 난 기꺼이 너같은 못난 동생놈을 내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걸 명심하거라!”

네네, 잘 알겠습니다요, 형님.”

지루하지 않게 감찰관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부르고뉴도 그를 처음 보고는 감찰관이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안녕하십니까. 영주 가우 그라시우스 님의 직속 부서의 감찰관 베스키스 그란코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냐고!”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당신을 심문하고자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야. 부르고뉴?”

머리도 감지 않은 가빈느가 문밖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게, 가빈느는 카리티지라는 소가문의 집이 있지만 왜 샤르맹스크 저택에 있느냐 하면 알자스 샤르맹스크와의 면담 중에 부르고뉴가 실수로 가빈느의 이름을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작자는 가빈느를 비호해준다는 명목으로 저택 안에 잡아 가둔 셈이 되어버렸다. 물론 부모는 딸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제관시험에서 미래가 창창히 보이는 샤르맹스크 가문의 눈에 들었으니 기뻐할지 모르겠지만.

, 저는 부르고뉴의 정인되는 가빈느라고 합니다. 가문이 변변치 않으니 가문 소개는 뺄게요.”

상관없습니다.”

이런 복잡한 심정 가운데 가빈느가 나타난 것이다. 부르고뉴는 가빈느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가빈느는 며칠 전 발가스 가택에서 호들갑 떤게 언제냐는 듯 베스키스를 싹싹 맞게 대했다. 이봐, 그 인간은 배신자 중에서도 말종 배신자라고!

하지만 가빈느는 갇혀 지낸지라 베스키스의 얼굴도 모르는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태연하지는 못했을 테니. 그래 저번처럼.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반군과 마주친 적 있으십니까?”

베스키스는 어울리지도 않은 외모에 장신경을 끼고는 그것도 정중하게 물었다. 부르고뉴는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그래, 반군. 전에도 만나서 납치당한 적 있고, 지금도 만나고 있지. 그것도 몇 치 눈앞에서. 하지만 가빈느가 몸을 껴안고 몸을 뒤트는 통에 그런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못 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비웃는 얼굴을 보이는게 부르고뉴로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시군요.”

베스키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부르고뉴로서는 그것이 더 재수없었다. 한데, 이렇게 노골적인 표정을 짓고도 아무 내색 않는걸 보면 저 자식이 반군 수장이 맞는거겠지?

혹시라도 반군을 만나시면 연통 달라……고 하고 싶지만 반군 만나는게 그리 쉽지는 않죠. 대신 부르고뉴 씨는 의심가는 정황이 꽤 있으므로 당분간은 근신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당신을 위해서도, 가문을 위해서도, 나아가서 당신이 자라온 이 땅, 보네이지팰리스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알았습니다. 누군가의 꾀에 속아 꼼짝없이 이곳에 갇혀지내야 하겠군요.”

당신의 죄목은 여기 상세히 적어놓았습니다. 추후에 보시길. 그럼 실례했습니다. 물의 군주님의 가호가 있기를.”

베스키스가 나가자 부르고뉴는 이제 불만을 숨기지 않고 표시했다.

, 뭐 저런게 다 있지? 그래도 소신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딱 감고 배신해? 아우, 저걸 권력만 있었으면 패죽였을지도 모르겠네.”

그러지 마. 저 사람도 생각이 있어서 한거겠지. 난 이렇게 멀쩡히 살아 돌아왔잖아?”

부르고뉴는 구르트르와 함께 복귀하면서, 익숙한 골목에서 약속대로 가빈느의 신병을 양도받고(지쳐서 꺠어나지 못하는 상태였다) 절대로 오늘 있었던 일에 관해서 함구하겠다고 맹세를 하게 하고는 그냥 돌려보냈다. 부르고뉴는 마냥 반군이 나쁘게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역시 몰트 쿠잔이 더 나쁘다! 흉터 괴물도 빡빡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하루아침에 뒤바뀐 것이다. 세상에 반군 수장이 반대세력의 가신이었다니! 그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고, 부르고뉴는 정당한 방법으로 눈이든 귀든 다 막혀버린 것이다. 그저 반군을 만났다는 죄로! 가문만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죽였을 지도 모르겠다고 부르고뉴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했다.

그렇다고 이런 방법을 쓸 줄이야. 그 녀석들을 너무 안일하게 봤어. 예상보다 친절하게 대해줘서 방심한 내 잘못이야.”

에휴……, 그러게 왜 건들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려서 이 꼴이 되니. 뭐 난 집에서 부모님 얼굴 안봬서 좋긴 하지만.”

그럼 넌 대체 내게 뭘 바란건데…….”

병비단도 아니다, 반군도 아니다. 그럼 제관이 되려는 현명한 가빈느 양은 무엇을 바란걸까.

그야 당연히 관료직이지.”

나더러 이런 망할 현실에 같이 몸부림치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너의 생각도 일리가 없는건 아냐. 하지만 너무 무모해. 널 지키려고 알자스 샤르맹스크 씨가 얼마나 잔주름이 생기는지 몰라서 그래?”

"그 작자가 날 지킨다니! 필요하다면 제명시킬까도 생각하는 위인이셔. 어제 그런 엄포도 실제로 놓았고.“

그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한다는게 오히려 더 믿기지가 않는데. 네 부모의 은덕을 많이 입었잖아.”

몰라. 그런 사람 신경 쓰기도 싫어. 그런데 왜 자꾸 너는 형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정신 차려! 넌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어! 바꿀 수 있으면 관직의 봉우리로 올라가보란 말야! 혹시 알아? 가우를 대신해서 영주가 될지.”

그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나는 형님과 달라!!!”

알자스 씨가 옳은 선택을 하시는 것 뿐야!”

성질에 급했는지 가문 이름조차 빼먹고 가빈느가 대꾸했다.

그럼 넌 미쳐서 제관이 되려고 한 거냐? 제관에는 절대 여자가 뽑힐 수 없다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입 닥쳐! 그런 여자만 있는게 아니라고!”

더 이상 말이 안통하네! 우리 당분간 가까이 지내도 만나지 말자!”

그럴 생각이야!”

가빈느와 부르고뉴는 서로 거처하는 방으로 몸을 홱돌려 들어갔다. 그 바람에 베스키스가 전해준 종이가 손에서 떨어졌다, 아차! 그런데 그 작자는 왜 심문할거면서 그런 종이를 갖고온 거지?

이유는 곧 밝혀졌다.

이 녀석…… 자기편이 되어 줄 생각이 없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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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베스키스 개객기! 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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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9.02 17:13

      무슨 사연 있는 걸까요;; 영주 직속이라니...의외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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