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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입 연수 용사

 지금 한 다홍색 머리에 키는 167cm 되는 여자가 뛰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제르딘 그라디우스…….

 여기까지 쓰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머리 속으로 몇 번이나 떠올린 장면들인데 막상 적으려고 마음 먹으니 어려웠다. 희미해서가 아니었다. 머리 속에서 현실처럼 진행되었던 너무나 생생한 일이었기 때문에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네 명의 습격자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서로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 쳤다가 다시 다 지웠다. 이렇게 되면 갑자기 당하는 느낌이 살지 않을 거야.

 그때였다. 갑자기 뭔가가 제르딘을 노렸다.

 이 문장을 화면에 치고 가만히 바라봤다. 그래. 이쪽이 진행도 더 빠르고 급박한 상황을 연출하는군. 이것으로 해야겠다.

 

 지금까지 여러 소설을 써왔지만 지금 것은 유독 힘들다. 이전에는 필요한 사건을 만드는 것이 소설을 쓰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있었던 사건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있다. 내가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학교에 앉아있는 7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건들, 소설을 쓰기 위해 여러 캐릭터가 필요한 나에게 학교는 보물창고 였다. 소설을 쓰다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을 때엔 학교 친구들을 떠올리면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학교엔 이렇게 영감을 주는 친구들도 있고, 영감을 떠넘기는 친구도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듯, 친구의 보증을 섰을 때 그리고 그 친구가 도망을 갔을 때 빚쟁이들이 찾아와,

 당신 친구가 도망갔으니 이 빚을 갚아!

 라고 하는 것처럼 영감을 주는 친구 말이다. 개성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강렬해서 그 자체로 이미 소설 속에 인물 같은 친구들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신이 나서 그 사람에 대한 소설을 쓰려고 시도하지만 아뿔사! 이미 그는 내 머리 속에 들어와 내가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캐릭터들과 싸우고, 친해지고, 사랑하고 있었다. 내가 동조하든, 거부하든 강제로 말이다.

 이번에 쓰고 있는 ‘우리들도 용사다’는 후자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내가 학교에서 본 그의 행동들은 머리 속에서 재구성 되어왔었다. 덕분에 그의 주변 사람들도 소설의 캐릭터가 되어 소설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가 주변 사람들을 소설 속으로 납치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남기지 않으면 아까우니까. 제르딘 그라디우스의 이야기, 의 이야기 말이다. 이제 자야지. 아, 피곤해.

 

 한 회 쓰고 나니 가속이 붙어서 며칠 되지 않아 6편까지 빠르게 써 내려갔다. 학교 생활도 더 재미있어지고. 내가 상상하던 소설 상황을 4D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지수야! 어제 인기가요에 인피니트 오빠들 봤니? 다른 양산형 아이돌하고 수준이 틀리다니까?

 소설을 연재한지 한달 하고도 한달 반이 지난 오늘도 1교시 사회가 끝나있었고 내 앞자리 진희가 나에게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가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쓰기 전이나 후나 너는 그닥 재미 없구나. 어제 인기가요 얘기 하고있는 듯 했다. 틀리다는 틀린 표현이다. ‘인피니트’라……. 내꺼하자를 부른 그룹이었지. 구별이 안 되는 여자 아이돌에 비해 기억에 남는군. 춤은 정말 멋있었고, 노래는 그 정도면 상위권이었지 얼굴은 딱히 특출 나지 않았지만 다음 무대가 보고 싶긴 해.

 확실히 인상적이었어.

 내가 답하자 주변에 친구들이 다 자지러진다. 뭐가 그렇게 웃긴 것이지? 애들은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에 폭소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보다 지루한 삶을 살기 때문에 약간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보다 즐거운 삶을 살기 때문에 만사가 재미있는 것일까? 아무튼 나랑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고 그러길 바랄 뿐이다. 이번 반엔 유독 마음에 드는 애가 없었다. 방과후에도 만나서 놀고 싶은 친구 말이다. 나는 눈을 비비며 자세를 바로 잡고 앉았다. 그래도 들어주는 척해줘야지. 앞으로 한 학기 하고 나면 헤어질 친구들이지만. 뭐, 운 좋게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이 될지도 모르지만.

 복도 쪽에 위치한 내 자리는 조금 구석에 위치해 수업시간에도 잘 잘 수 있었다. 집에서는 밤새 소설을 쓰고……. 밤부터 쓰기 때문에 밤을 새는 것이지 하루 종일 쓰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취침! 이제 졸업하는 마당에 지금 내 자리는 아주 꿀이었다. 그런 점에서 내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았다. 아침에 수 틀리면 빼앗긴다. 내가 전세 낸 곳이 아니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10분 일찍 일어나는 강수를 두어왔고,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아무도 넘보지 않는다. 어느 정도 고정이 된 것이다. 내가 남들보다 이 자리에 노력을 쏟은 이유는…….

 네가 왜 걔 음료를 사줘? 똑같이 용돈 받는 처지 아니야?

 가 말했다. 김철우! 167정도로 보이는 아담한 체구에 당돌한 눈, 순백, 순진, 순결(?). 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어지간한 것은 다 그를 묘사하는데 사용 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완전히 중앙 자리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면서도 그의 작은 목소리도 그리 집중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그는 그의 앞자리 친구 이진성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까진 이진성과 철우는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진성 정도의 까짐은 철우가 커버할 수 있었다. 말을 잘 들어주고 진지한 그에게는 많은 남자들이 몰려들어 자기들 얘기를 하고는 했다. 지금은 이진성이 자기 여자친구와의 일화들을 꺼내고 있었다.

 그래도 남자가 사는 게 낫지 않나? 모양 빠지게 네 것은 네가 내.’라고 하는 것보단.

 이진성이 의자 등받이에 가슴을 대 철우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계산하는데 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 네가 사줄 마음이 있어서 사줬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아깝다면 당연히 안 사는 것이 맞고. 그리고, 애초에 너 평소에 그런 비싼 곳에서 커피를 자주 사먹었냐? 여친 먹길레 억지로 같이 샀나 본데 왜 그러냐? 바보같이.

 철우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답답하다는 듯 마간을 살짝 찡그리고 답했다.

 그게 막상 사귀어 보면 힘이 든다니까?

 이진성이 철우를 비웃으며 말했다. 마치 너무 어리다는 듯이! 지는 얼마나 삭았다고? 그렇게 대화을 마치고 이진성은 밖으로 나갔다. 저 싸가지 없는 놈! 지 할말만 하고 나가네.

 모든 남자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철우를 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철우의 앞자리가 비면 찾아가 앉아 그와 대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보기엔 분명히 그랬다. 공부는 딱히 뛰어나지 않지만 농구와 축구를 잘하는 그는 정말 친구가 많았다.

 , 왜 갑자기 히죽거려? 무섭게.

 내 앞에 앉은 수진이가 나에게 말했다. 나의 시선은 일단 정면에서 비스듬하게 바닥을 보고 있는 것이었는데, 대화도 그렇게 열심히 참여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히죽거리니 이상하게 느꼈을 것이다.

 너 철우 보고있었지?

 수진이가 자신의 작은 입을 있는 힘껏 찢어 미소를 지으며 내 방향으로 배를 의자에 기대며 물었다. 땀을 흘릴 뻔 했다. 침착하자, 나는 시크한 사람 아닌가?

 아닌데?

 나는 나에게 기댄 그를 피해 뒤로 물러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아니기에 아무 효과도 없다는 듯 자세를 고정하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까? 좀 부자연스러운 반응 아닌가?

 너 철우 좋아하지?

 반에는 멀쩡한 남자가 한명도 없다며 매일 씹어대는 여중생들의 최고 관심사가 반 내의 애정 관계라니 이해가 안 된다. 피차 멀쩡한 여자도 없으면서 시시한 사람들의 연애가 뭐가 재미있다고? 수진이가 나에게 물었다. 주변에 앉아있던 여자들의 시선도 집중되었다.  뭐라고 대답하지? 아닌데? 는 이미 실패했다. 반에 멋진 남자애가 없다고 투덜거리던 수진이에게 맞춘 대답……. 떠올랐다?

 어디가 좋아서?

 가슴이 찢어진다.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내가 철우를 좋아……. 하기는 하지만 그건 친구로 사귀고 싶은 그런 호감이고, 이성으로는 딱히 아니긴 하지만……. 철우 장점이야 철우의 부모님 다음으로 내가 제일 잘 알 것이다. 그런 내가 이런 질문을 하다니.

 하긴. 철우는 좀, 애가 맹한 것 같기도 해. 눈치가 없는 느낌? 너무 순진해서 말이지. 그래도 또 그게 매력 아니야?

 수진이가 말했다. 같은 중학생끼리 무슨 순진 타령이야. 철우가 순진하긴 하지만. 그것은 그것 자체가 매력이지 단점이 아니란다.

 과하게 순진하지. 야 저번에 ‘스파이 명월 어떻게 끝났냐?

 단 한번 뒷담화에 무너진 내 가슴……. 나는 이 말을 마치고 다시 수면에 들어갔다. 눈을 뜨고 취하는 수면 말이다. 대화는 듣지 않고 적당히 고개만 끄덕이는 것은 피로가 풀리고 쉽다는 점에서 수면과 똑같았다.

 

 아 내가 철우를 욕하다니.

 집에 돌아오니 더 짜증이 났다. 수다쟁이 최수진 너는 제발 남자친구를 빨리 구해서 걔랑 시간 때우는 것에 집중하길 바란다. 그렇게 별 다른 일 없이 수업은 모두 끝났고, 지각 벌청소를 마치고 집에 갔다. 도착 시간은 6시. 인터넷 기사를 보고 소설을 올린 싸이트에 가 이것 저것 읽다 보니 어머니, 아버지가 순서대로 집으로 오셨고 중간에 저녁식사도 지나갔다. 시간은 어느새 11시였다. 나는 워드를 켰다.

 7. 컴비네이션 공격

 데이비드는 제르딘의 험담을 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차라리 낫다. 본인이 하고 싶어 제르딘을 욕했으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했고. 아주 억울하고, 치사하고, 더럽고, 솔직하지 못하게. 나는 오늘 철우를 욕했었다. 사실과 다르게 철우를 소개했다. 나는 위 문장을 쓰고 한 동안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하게 앉아있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이란 표현은 아주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맞아보니 이 것 말고는 딱히 다른 표현이 없을 것 같다. 후-. 이제 두어달 지나면 졸업인데 철우랑 친해질 수는 있을까? 외모도 그닥, 공부도 그닥, 농구는 그나마 좋아하는 구나. 그렇다고 같이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철우는 교실에 내가 있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소설에서야 나에게 집중하고 있지만. 오늘 밤도 그렇게 쓰다 잠이 든다. 아이고!

 

.

.

.

.

.

.

.

 잠이 오지 않는다. 이렇게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눈은 뻑뻑한데 머리는 쓸데없이 맑기만 하다. 철우, 딱히 좋아한다고 생각해오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 학교서 조용히 대걸레를 빨 때부터 생각해봤는데, 아무레도 나는 철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친구 이상으로 말이다.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까지 쓰고 있는데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그 주인공은 도무지 결점이 없는데……. 실수마저 귀여운 사람을 그리고 있는 내가 무슨 변명을 하겠어? 하지만 이제 졸업하면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다. 동네에서 가끔 보기는 했으니까, 그 정도 만남은 있겠지만, 우리 동네에는 남녀 공학 고등학교가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그 애 번호도 없다. 앞으로 만날 기회는 있어도 대화할 기회는 없는데, 그 애 번호가 없어. 뭐, 그래. 지금 같은 반이라고 해서 딱히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그랬다면 길에서 마주쳤을 때 가벼운 인사정도는 쉽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밤을 샜다.

 

 

 조용! 다 자리에 앉아!

 선생님이 교탁에 서며 소리쳤다. 덕분에 나는 낮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다. 아 피곤해!

 ? 소하가 왜 교실에 앉아있냐?

 선생님이 졸린 눈의 나를 보며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

 왜 물으셨지?

 지각해야지!

 선생님이 웃으며 외쳤다. 교실에선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늦게 자는 것을 넘어서니 벌 청소를 안 할 수 있게 됐구나. 이거 좋은데? 어차피 학교에선 잠만 자는데…….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이후의 수업이란 조용한 쉬는 시간과 같으니까. 이 생활 패턴도 애용해야겠어. 선생님을 보고 미소를 지은 뒤에 나에게서 시선이 떠난 듯 했을 때부터 점심 먹을 때까지 엎드려 잤다.

 빰빰빰빰 빰빰빰빰-.

 으-응? 벌써 5교시가 끝났나?

 야 김소하! 너 진짜 잠만 자는구나?

 앞자리 수진이가 허리까지 젖혀 가며 크게 웃고 말했다.

 다음 교시 뭐야?

 나는 막 잠에서 깨서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일어난 김에 과목 책을 꺼내놓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진이에게 물었다.

 종례 끝났어.

 수진이가 더 크게 웃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대부분 교실을 나가거나 나가고 있었고 소수의 여자 애들만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오늘은 소설을 못쓰겠네 뭐 본 것이 있어야지. 나도 소수 여자 애들과 같이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갔다.            유독 같은 학년이 없던 우리집 아파트 단지로 가는 길은 아주 조용하고 쓸쓸하고 좋았다.

 

 

 응?

 할머니, 저희가 뭘 잘못했다는 건데요?

 골목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같은 단지 사는 두 살 어린 동생 시하. 좀 다혈질이라 어렸을 때 같이 놀면서 또래들 하고 마찰이 자주 있었지만 천성이 착해서 친구가 많았지. 근데 무슨 일이레? 나는 사건을 보기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버르장머리 없는 년! 요즘 애들이란~~!

 아, 우리 동네 시비꾼 할머니랑 붙었구나. 늘 싸우고 있는 것을 봐왔던, 어른들 대화할 때 그 할머니는 못 말려. 나이도 많아서 적수가 없다니까?’라고 표현이 되는 할머니가 드디어 적수를 만난 모양이다. 만날 자기 맘대로만 행동하다 아주 잘 걸렸다. 시하가 억울한 것은 못 참거든!

 아니 할머니, 제가 왜 이름도 모르는 분한테 인사를 해야 해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시하가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째려 볼 것 같았으나 아직 선은 넘지 않은 모양이었다. 힘내라 시하!

 라고 생각한 순간.

 저게 누구야.

 철우였다.

 전장의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의 유리 문 안에서 철우는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상당히 말리고 싶어하는 표정 같기도 하고 그냥 갑작스러운 싸움에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 같기도 했다. 나는 전자쪽이라고 생각하는데, 평소 학교에서 남자애들끼리 싸움이 나면 항상 철우가 앞장서서 말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철우가 자기보다 어린 여자와 늙은 여자의 싸움을 앞에 두고 당황 할만했다.

 시하야! 친구네 가는 중이었지? 어서 가.

 나는 시하하게 당당하게 걸어가 두 손으로 시하의 어깨를 잡고 뒤로 밀며 말했다. 한참 고민하다 그냥 철우가 없다고 치고 행동하기로 했다……. 는 개뿔! 이 때 아니면 언제 잘 보이냐 싶기도 했고, 또 노인을 괴롭히면 안 좋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한 심정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돌이켜보면 그냥 한번만이라도 철우의 시선에 들어가 봤으면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다.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나타나자 할머니는 나와 시하를 쌍으로 욕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시했다.

 언니! 저 할머니가!

 시하가 내게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저 할머니 이상한 거 너도 잘 알지않아?. 그냥 사과하고 넘어가자 제발!

 내가 시하에게 귓속말로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자 시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쪽 눈을 잠깐 찡그리더니 할머니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 어조는 약간 불량했지만 내용은 아주 정중했다. 그리고 두 전사는 각자의 갈 길을 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시하의 모습을 바라본 후 집으로 향했다. 맹세코 나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애가 나의 진로를 방해한 것이었다.

 안녕? 김소하? 아는 애야?

 철우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응 조금. 다혈질이라 가끔 저렇게 싸워…….

 나는 바보같이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저기 친구 집 갔다가, 엄청 당황했지. 말려야 하는 것 같은데 여자들이라……. 덕분에 살았다. 내일 학교에서 봐.

 철우가 말했다.

 . 안녕.

 내가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길이로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오니 뭔가 허전하면서도 후련했다. 바보 같은 행동의 연속이었지만, 앞으로 길에서 마주칠 때 가벼운 인사정도는 할 수 있겠지.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생각도 정리하지 않은 채, 컴퓨터를 켰다.

 8. 제멋대로의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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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7 16:12

     ㄷㄷ; 위험한 시도를 하셨네요...;;


     아무튼 늦게나마 글 올라와서 다행이에요 ㅎ 영락없이 이번 회는 그냥 넘겨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네요^^;

  • profile
    클레어^^ 2011.08.28 00:23

    으, 음흉한 미소...;;

    사실 저 '우리들도 용사다'의 제일 첫 부분은 입대 테스트라고 해야 겠죠? 그런 겁니다.

     

    흐음... 현실 세계의 작가 이야기군요. 작가가 일상 생활에 있었던 일을 판타지로 재구성한다...

    작가가 소하란 여학생...

    크아아악~~~!! 나 다시 어려지고 싶어~. 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어~~~~![퍼버버버벅!!!!]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사실 클레어도 소하처럼 짝사랑은 좀 했었죠. 하지만 말을 잘 못 걸어서 ㅠㅠ

     

    사족이지만, 노래말을 잠깐 빌릴게요.

     

    '내 이름은 소하가 아닌데~.'(퍼버버벅!!!)

     

    죄송합니다... 최신 곡 망쳐놨군요. 실제로 클레어에게도 2살 어린 동생이 있죠. 하지만 남자라는 거...;;

    전 참고로 27살이에요. 소하보단 많이 늙었어요 ㅠㅠ[퍼버버버벅!!!!]

     

    P.S. 근데 노인공경킥은 저런 상황에서 어떤 상황을 모티브로 썼을까요?

  • ?
    다시 2011.08.28 00:46

    추신은 이해가 잘;  퀴즈인가요? 그렇다면 더 모르겠어요 ㅋ

    노인공경킥은 제르딘과 데이비드가 친해지는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각색을 해야할지 걱정이 많았더랬죠 ㅋ

    클레어님이 싫어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니반님이랑 클레어님이랑 두 분 중에서 하나 하려고 했는데 캐릭터가 많아서 선택이 가능한 클레어님으로 결정했더랬죠 ㅋ 

     패러디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ㅋ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8 06:21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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