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4 07:29

몽환의 숲

조회 수 458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은 토요일, 황금같은 휴일이다.

원래는 고요함과 지루함으로 가득 차있어야했던 내 집엔 앵앵거리는 소리만 가득하다.

"밥 줘~배고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밥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혹해서 무시하고 그대로 잠의 유혹에 빠졌다.

"배고파~ 배고파~"

 '안들린다. 안들린다.'

저 여자를 밥해주는 것보다 내가 자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다.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리고 잔다.

"야, 하지서! 배고프다고~"
이불을 끌어내리며 그녀는 그렇게 말한다.

나는 화들짝 놀라 이불을 다시 끌어온다.

"당신 덕에 잠이 다 달아났어요. 이런 휴일에는 더 자야 된다고요. 잠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알아요?"

"지금은 밥이 더 중요해."

".... 알았어요. 하면 될 거 아닙니까."

이불을 치우고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여는데....

'턱'

"야~ 뭐야 왜 문을 닫는데."

"당신이 알면 안돼는 중대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죠."

"뭔데?"

"아.. 안돼는데..."

'턱'

"...."
"...."

나는 등골이 오싹거리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정색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괘...괜찮아요. 오늘은 밖에 나가서 먹죠. "

"밖에서?"
"그래요. 밖에서 먹죠. 아! 그렇지. 우리 쇼핑하는게 어때요. 모처럼의 휴일인데."

나는 창문을 통해 바깥의 날씨를 봤다.

햇빛이 창문을 투과해서 오는 것이 보인다.

"날씨도 좋고... 이건 천명인듯 하네요. 어서 나갈 준비하죠."

"싫어, 귀찮아."

"에이~ 그러지말고 좀!"

나가기 싫다는 그녀를 달콤한 말로 어떻게든 외출준비시키는 것을 가능케했다.

나는 몸을 청결히 하고 외출을 위해 괜찮아 보이는 옷을 입었다.

'외출이라. 그러고보니 오랜만이네. 게다가 누구랑 나가는 것도 처음이네..'

괜시리 마음이 들떠서 콧노래를 부르며 기다리고 있는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온다.

변한 게... 없네.

"저기요. 그 옷 밖에 없어요? 우리 처음 외출하는건데."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그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것을 보니 옷이 그거 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응, 이거 밖에 없는데."

역시..

"아무래도 밖에 나가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듯 하네요."

"?"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휴일답게 평화로움이 감도는 날이다.

"일단은... 상가에 가는게 좋을거 같아요."

"상가?"

"상가란건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이 모여있는 곳을 칭하는 곳이에요. 우리가 사려는 모든 것이 모여있을 거에요."

"음.. 그런 곳이란 말이지? 그럼 먹을 것도 많겠네."

"장난아니게 많죠. 일단은 가보면 알아요."

나는 호기심에 빛나는 천진난만한 그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와 여기가 상가란 곳이야? 사람많다."
"사람 뿐이겠어요. 옷이며 먹을거며 오락문화까지 즐길거리가 되게 많은 곳이에요."

"아 그래?  재밌겠다."

"일단 배고프시다니까. 뭐 좀 먹으면서 돌아다닐까요? 이 거린 다른 말로하면 먹거리골목이라 불리는 곳이니까요."
"오 진짜? 어쩐지 맛있어보이는게 잔뜩있다. 그럼 저거 한번 먹어보는게 어때?"

그녀의 손끝은 먹음직스러운 계란빵에 향해있다.

"오~ 뭘 좀 아시네요. 저거 저렇게 생긴만큼 맛도 좋다니까요."

"그럼 가보자."

우리는 계란빵장수에게서 계란빵을 한봉지를 샀다.

그 빵을 먹으며 여러가지를 구경하고 있다.

 "이번엔 저거 추천해줄게요. 역시 먹거리 골목엔 저거죠."

나는 그녀의 손을 이끈다.

그리고 매콤한 특유의 냄새가 나는 떡볶이를 파는 곳으로 간다.

인상이 푸근해보이는 아주머니가 떡볶이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할 정도로 열심히 만드시면서도 우리를 맞아준다.

"떡볶이랑 순대 한접시씩주세요. 그리고 어묵 좀 먹을게요."

그러라고 웃으며 손짓한다.

그녀는 순대 ,떡볶이,어묵을 입에 넣으며 맛있다라는 듯 연신 감탄을 한다.

그리고는 우리는 사사로운 일들을 재밌다고 웃으며 떡볶이를 입에 넣는다.

그 접시를 깨끗이 비웠을때야 우린 주절거리던 입을 닫았다.

"잘먹었어요."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나온다.

"맛있었죠?"

"응. 배도 불렀고... 앞으로 자주오자. 여기."

"생활비가 들어오면 그 때 다시 와야겠는데요? 당신이 먹은 양을 생각하면 ..."

"우쒸이."

주먹을 내보이며 칠려는 포즈를 하는 차에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뭐가 우스운지 웃는다.

나도 웃는다.

뭐가 우스운 걸까.

"그럼 이제 옷을 한번 사러가봐요."

"응."

우리는 먹거리골목에 빠져나와 어패류 파는 곳 전통과자 파는 곳 반찬파는 곳 여러 장소를 지나치면서 그녀는 호기심에 벅찬 눈동자가 빛난다.

그리곤 이것저것 물어본다.

"저게 뭐야? 저건 뭐고?"

물론 친절하게 대답했지....

"저건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안파는 희귀한 생선이에요. 또 저건 먹으면 혀놀림이 좋아진다는 과자에요."

"오오"

'하하.... '

그렇게 우린 옷상점에 도착했다.

"와~ 여기 옷 되게 많다."

"좀 괜찮아보이는거 골라봐요. 근데 제발 적당히 좀 골라줘요.... "
"알았어. 너무 그러진 마."

그녀는 즐거운 듯이 가면서 "뭐 고르지?"라는 말을 하며 행복한 고민을 한다.

'저 돈 사실 나 옷사라고 주신 돈인데....'

어딘지 모를 후회감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녀의 밝은 표정을 보니 후회감이 물이 빠지듯 빠져나간다.

어느 새 후회했다는 사실도 잊는다.

나는 그냥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 여기저기 구경해서 다리아프고해서 탈의실 앞 의자에 잠깐 앉았다.

앉아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몇가지 옷을 고르고 내게로 온다.

"이거 맘에 들어."

그녀도 여자였다. 귀여운 토끼그림이 그려진 티셔츠, 청바지에 캐쥬얼한 옷과 스키니....

'저것들만 해도 얼마냐... 십삼만원이...'

"좋...좋네요."

"왜, 싫은거야? 그럼 다른거 고르고..."

'다른게 더 비쌀지도 모른다!'

"아니 됐어요! 그거 딱 좋네요. 그나저나 그거 입어보셨어요?"
"아니, 왜?"

"요즘은 그런 것도 서비스차원에서 해줘요. 겉으로만 이뻐보여도 막상입으면 아닌 경우도 있거든요. 그리고 혹시나해서 말해보는데 자기 치수도 모르고 가져온건아니죠?"

그녀는 고개를 당연한듯 끄덕인다.

'하아....'

대충 눈대중으로 보니 다행히 분수에 넘칠정도의 옷은 가져오지 않았다.

"대충 잘맞겠네요. 입어보고 오셔도 무난하실거 같아요."

 "그래? 그럼 지금 여기서 갈아입.."

"지마요.. 제발. 저기 탈의실 있거든요. 거기서 갈아입어요."

그녀는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곤 얼마 뒤에 나온다.

'어...뭐야....'

내 눈을 의심해야겠다. 내 앞에 내가 생각하는 여자가 서있지 않고 귀여운 여자아이가 서 있었으니까.

'되게 귀엽네...'

조금 큰 듯이 보이는 토끼 티셔츠, 다리 모양이 잘나오도록 만든 스키니... 흐르는 듯한 생머리, 새침하게 웃고 있는 그녀.

마치 잘 나가는 귀여운 아이돌 가수... 까지는 못가도 나름 눈길을 줄만한 소녀로 탈바꿈했다.

"괜찮지?"

그녀가 감상평을 듣고 싶어한다.

"네......."

모든 걸 담은 한마디였다.

 

'끄앙~ 내 십삼만오천원.... 뭐 사실 이것도 생각보단 싼 편이지만 아까운 기분이 드는건 왜지?'

여러가지 돈걱정에 아파하고 있는데 그녀가 내 표정을 보고 웃는다.

"야. 네 표정 되게 웃겨. 막 이래."

그녀는 내 괴로운 표정을 따라한다.

"제가 그랬어요?"

"그 얼굴 담아두고 싶을 정도더라. 큭큭."

"놀리지마요. 나름 고충이 있어 그렇다고요."

"무슨 걱정인데에?"

그녀가 말꼬리를 올리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본다.

'당신때문에라고!'

"아무것도아니에요."

"야~ 뭔데?"

"앗! 저기..."

 쌔앵~

"야!"

그리곤 시장도주전을 펼쳤다.

당연하다시피 내가 패배했지만...

"헉...헉... 아...알았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네 죄를 알렸다!"

"후욱...후... 살려줘요."

"큭큭 됐어. 재밌는 것도 많이 구경시켜줬고..."

그녀는 말끝을 흐리곤 뭔가에 넋을 잃었다.

그리곤 그녀는 말했다.

"이번엔 저기 한번 가보자."

"북스토어? 에이... 저긴 재미없어요."

"왜?"
"저기는 책을 파는 곳인데, 그 책이란 그 안에 여러가지 지루한 내용이란 지루한 내용 모두 넣어서 잠을 유발하는 아주 재미없는 물건이에요. 드라마에서보면 아이엄마가 애 재울려고 책읽어주잖아요. 그게 그런거에요."

"그래? 네 엄마는 네게 책 읽어주셨어?"

"...."

갑자기 속이 울렁거린다.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런 나를 눈치채고 그녀는 재빠르게 분위기를 바꾸려한다.

"책이 잠을 유발하는 거면 잠 잘 안올때 읽으면 좋겠다."
그녀는 나를 이끌고 그 쪽으로 들어간다.

내용별로 책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뭐가 잠이 잘올까?"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음... 역시 당신수준으로는 이게 좋겠죠?"

나는 만화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야. 그거 은근히 기분나쁘다. 넌 얼마나 잘났다고..."

그녀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손에 있는 만화책을 뺐는다.

"꽃이야기...라"

그녀는 관심이 있는 표정이다.

"좋아요. 책도 골랐고... 이제 갈까요?"

"응..."

나와 그녀는 그 책을 사고 그 상점을 나온다.

".. 뭔가 아쉽다."

"이게 끝인거 아니에요."

"?"

나는 그녀를 데리고 오락실에 들어갔다. 퍼즐 게임도 하고 어드벤쳐 게임도 하고 격투게임도 하고 주먹힘도 자랑해보기도 하고 (내가 그녀보다 약하다는게 수치화되자. 진땀을 흘렸지만...) 레이싱게임도 해보고... 즐거웠다.

한 해동안 웃을 일도 움직일 일도 말할 일까지 다 한듯한 기분이다.

이렇게 많이 웃어본적도 없었고 이렇게 많이 돌아다녀본 적도 없고 이렇게 할 말이 많은 적도 처음이었다.

돌아보면서 내가 예상외로 과묵하지 않구나 하고 깨닫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해는 어느새 뉘웃뉘웃져가고 있다.

나와 그녀는 오늘있었던 이야기를 즐겁게 하고 잠자리에 들때도 즐거운 기억만이 나를 즐겁게 하고 있다.

하루종일 그 일 때문에 잠도 못이룰정도 였으니..

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문듯 이런 생각을 했다.

'그녀는 뭘까.....'

내 생각엔 그녀는 아마 어려서부터 혼자였던 나에게 준 선물인 것만 같다.

그래, 그럴것이다. 

포근한 어둠에 빠진다.

이번엔 심해로 가라앉지 않아  아름다운 은하수가 하늘 위에 떠있는 게 하늘에 보여.

이게 다 네 덕이야.

지서야............

 

------------------------

 

아 학교생활 크리...

글 갑자기 하늘로 승화해서 오늘 겨우 씀...

더 보시려면 인내가 필요하실지 몰라요. ㅜㅜ

토요일 일요일마다 짬내서 쓰고 있으니 자비좀...

?
  • profile
    윤주[尹主] 2011.03.15 07:40

     잘 봤어요~


     상가 돌아다니면서 계란빵이라던가 떡볶이같은 것들 먹는 걸 보니까 풋풋한 이미지가 떠올라서 좋았어요^^

     한편으론,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러 나왔다면 좀 더 식사 대용일 법한, 이를테면 햄버거나 국수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상황은 작가가 고르기 나름이긴 하지만요;


     마지막에 뭔가 사연이 있었을 법한 전조가 깔리네요. 다음 화엔 그 사연에 대해 알 수 있는 걸까요? 암튼 기대해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200 시크릿Secret(13) - Ch. 6 마녀 4 윤주[尹主] 2011.03.18 493 1
1199 드림of타운/완전판(7) 1 백수묵시록 2011.03.18 467 1
1198 던전 크롤(4) 1 백수묵시록 2011.03.18 506 1
1197 [진영이의 위기]별의 노래(세나 편 - 29. 운명의 장난) 2 클레어^^ 2011.03.18 407 1
1196 [드디어 밝혀집니다!]별의 노래(세나 편 - 28. 어떻게 이럴수가) 2 클레어^^ 2011.03.17 339 1
1195 G1-여신강림-만남.Part 4 2 XatraLeithian 2011.03.16 487 1
1194 뒤집어야 산다 1화 3 토치송 2011.03.16 459 2
1193 3월 15일 병원에서 4 다시 2011.03.16 529 2
1192 G1-여신강림-만남.Part.3 2 XatraLeithian 2011.03.15 370 1
1191 시크릿Secret(12) - ch. 6 마녀 2 윤주[尹主] 2011.03.15 508 1
1190 [주인공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별의 노래(은영 편 - 27. 이를 어쩌지?) 2 클레어^^ 2011.03.15 379 1
1189 단군호녀 23화 2 ♀미니♂ban 2011.03.14 532 1
1188 싸인 팬픽 ㅡㅡ 1 A. 미스릴 2011.03.14 505 0
» 몽환의 숲 1 건망 2011.03.14 458 1
1186 G1-여신강림-만남.Part.2 2 XatraLeithian 2011.03.13 428 1
1185 병신들의 음식/리뉴얼 버젼(1) 2 백수묵시록 2011.03.13 485 1
1184 기묘한 이야기-Repetition(반복) 번외편 1 악마성루갈백작 2011.03.13 382 1
1183 아이슈타인성 이론(1) 1 백수묵시록 2011.03.12 444 1
1182 [세나 편에서 오류가 있었어요 ㅠㅠ]별의 노래(진영 편 - 29. 축복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2 클레어^^ 2011.03.12 416 1
1181 시크릿Secret(11) - Ch.6 마녀 2 윤주[尹主] 2011.03.12 525 0
Board Pagination Prev 1 ... 156 157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