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5 02:59

골방에서

조회 수 400 추천 수 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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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정말 친한 친구 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드디어 휴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전화에 나는 마치 첫사랑 하는 여중생마냥 두근두근 됐다. 막상 만나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친구 녀석이 입대하고 반년 만에 만나는 것이라 그런지 왠지 어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을 때 나는 폭포수 떨어지는 것처럼 끊임없이 말을 퍼부었다. 아쉬웠다. 그 아쉬움이 추운 날 밖에서 3시간을 잡아먹어버렸다. 그리고 그 녀석이 떠나고 나는 다시 훈련소 가는 날을 앞 둔 평범한 방학 중인 대학생, 아니 그보다 더 늘어지고 게으른 여분의 인간이 되어버렸다.


틱틱틱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내가 방심을 하는 순간 내 고막에 꽂힌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는 내게 정체하고 있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눈앞에는 환한 빛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에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며 문 밖에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대체품으로 애용한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지나간 추억이 담긴 지식들과 책상에 대충 버려져 있는 과자봉지, 휴지, 먼지 그리고 나.

거울을 본다. 그곳에는 내가 있다. 아닌가? 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는 누구인가? 나는 분명 여기 있는데 내 앞에 이는 누구인가. 아아 거울이다. 거울 끝없는 반사의 산물. 저 사람은 거울이다. 내가 아니다.

나를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애초에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은 진자 내 모습인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 보자. 들어가서 확인하자.

하품이 나오더니 눈앞이 뿌연 해졌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통로를 지나 안개 가득 낀 도시에 나는 홀로 서 있다. 사람들이 내게 몰려온다. 나는 그들을 피해 달아난다.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고 등골이 오싹해온다. 그들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등 위로 벽이 느껴졌을 때 안개가 걷혔다. 이놈도 내 마음대로 안되나하며 약간 짜증을 낸다. 단지 짜증날 뿐 싫지는 않다.

주머니에서 미량의 움직임이 발견되었다. 나는 즉시 마린에게 명령을 내려 미확인 물체를 사살하고 싶지만 그것은 게임 속 이야기. 현실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망해라라는 저주의 메시지였다.

하얀 알갱이를 컵으로 퍼서 그릇에 넣는다. 이번엔 조금 다른 알갱이를 넣는다. 충분하다. 이제 물을 넣어 알갱이를 휘젓는다. 그릇은 끓어오를 용광로다. 곧 내게 비명을 지르겠지.

1월 11일 거대한 것이 몰려온다고 한다. 뭐야하고 넘어갔지만 여기도 저기도 그 이야기 뿐이다. 시점변경이 어떻느니 타격감이 어떻느니 먼 나라 이야기가 오고 간다. 하품이 나온다. 별로 끼어들 생각도 없다. 오늘도 그냥 자야지.

양심의 경계란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양심 들먹이는 놈들은 대부분 자기 마음대로 경계를 정하고 그 잣대로 상대를 나무란다. 예절이란 무엇일까. 이놈은 법처럼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법도 논란이 되는 마당에 이놈이라고 안전 할 수 없다. 지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 지켜야 할지도 모르겠는 이것은 수학 7대 난제보다 어려운 영영 풀리지 않을 것인지도 모른다.


시계를 바라봤을 때는 벌써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리 길지도 않은 인생이었지만 최근 골방에서의 생활보다 무의미하고 무계획적인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이 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하자’라는 단 하나의 동기부여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골방에 처박혀 수많은 생각을 하고 지우고 되뇌며 머릿속은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언젠가 밤에 물을 마시러 나왔을 때 창밖으로 눈이 쌓여있는 것을 보았다. ‘언제 눈이 왔데.’하며 너무 좁은 범위에서 생활한 나를 질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질타는 질타일 뿐 의미 있는 것이 머릿속에서 아무리 자전한다고 해도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오늘도 이 글을 쓰며 36.5도로 자전한다. 머릿속도 돌고 지구도 돌고 나는 여전히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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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1.01.15 04:59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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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1.01.15 04:59

    솔직한 분위기가 좋네요 저는

  • profile
    윤주[尹主] 2011.01.15 08:06

     요새 저도 의욕없고 쓸데없는 생각만 가득해서...뭔가 딱 마음 정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질 못하겠네요;;

     축구보는 중에 들어와 읽고 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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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Man 2011.01.15 20:10

    가끔 인간은 정체되는데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이 참 야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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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우처럼 2011.01.16 19:26

    시적인 글이네요.

    그런데 이거 소설인가요 수필인가요?

     

    음, 제가 분당에서 강의를 듣는데 거기 소설가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

    그러니까 독자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 그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이었지요.

    쓰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 존재를 명확히 알수 있지만

    읽는 사람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면 이게 무슨 뜻이야? 하고 헤맨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글은 뭔가, 언어적으로 봤을땐 시적으로 아름다운 글이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는 그것은 지양해야할 자세라고 하더군요.

     

    예스맨님의 글은 분명

    아름다운 언어가 돋보이는 글인 것 같긴 한데

    틱틱틱 소리나 갑자기 마린이야기가 나온다던가 36.5도로 자전한다는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 인지 잘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소설이란 것은 쓰는 방법에 있어 정도(正道)가 있는 것이 아니니

    쓰는 사람 나름의 스타일이 존재 하는 건 당연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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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Man 2011.01.16 20:49

    저도 독자의 입장을 고려해야하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것을 포기하고라도 난해하게 써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징이 없는 집필가는 그저 수많은 집필가 중 하나 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속되게 말하면 잉여가 될 뿐입니다.


    어느 시점에서 부터  사회는 엔터테이먼트와 독자를 위한 글이 주부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그런 글만 있는것은 아니라는걸 매우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기도 하지만 독자이기도 합니다.

    제 글에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물어봐도 좋고 너무 이상한 점은 지적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 글의 정체성을 포기할 수 는 없습니다.

    물론 잘못된 점은 고쳐야 하겠지만요.

  • profile
    Yes-Man 2011.01.16 20:43

    수필이라고 써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의 글은 그냥 제 잡생각입니다. '골방에 처박혀 수많은 생각을 하고 지우고 되뇌며 머릿속은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라는 부분이 그걸 말해주죠. 잘 생각해보면 다 아는이야기입니다.


    틱틱틱 거린다는것은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입니다. 평소에는 잘 안들리지만 방심을 하는 순간 귀에 선명하게 들린다는 거죠. 시간이 흐르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정체되어있어도 시간이 흐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마린이 나오는 이유는 스타크래프트때문이죠. 게임을 미친듯하다보니 현실과 혼동된다는 겁니다.

    36.5도는 인간의 기본적인 체온입니다. 네이버에 쳐보시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겁니다.

    자전은 말그대로 스스로 도는 겁니다.


    수필은 소설과 다르게 엄청나게 자유로운 글입니다.

    이상이 오감도를 연재함에있어 사람들은 미쳤다고 욕하고 결국15회에서 연재를 중단했지만

    오감도가 이상 자신만의 연작시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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