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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중요한 점은 비평이나 해설은 주관적인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이 옳고 그르다라고 할 수 없다. 그냥 이 놈은 내글 읽고 그런 생각을 했구나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우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문장이 편하다. 문장론의 대가이신 장하늘 선생님께서 말씀 하셨 듯 '쉬운 글'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장의 길이가 길지 않은 점이 그러했고, 표현의 흐름이 그러했다. (지식의 끈이 짧아 표현이라고 하겠다.)

 다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포켓몬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빠보다 엄마가 좋았다. 엄마보단 ‘지우’가 좋았고 ‘지우’보단 ‘로켓단’이 좋았다. 이유는 그냥? 내가 태어난 이후로 그냥은 없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엄마에게 배운 소중한 원리이자 진리이다."

 

"왜 좋은가? 아니, 왜 더 좋은가? 우선 이름의 특이성이 있겠다. ‘지우’ 내 주변에는 없지만 너무나 있을 법한 흔한 이름이다. 연예인 중에는 꽤 있고, ‘로켓단’ 비록 단체의 이름이기에 비교하기엔 ‘지우’에게 조금 미안하나, 그들은 그야말로 일심동체, 인격체의 성향을 가진 단체이기에 그렇게 됐다. ‘로켓단’, ‘포켓몬’ 뭔가 말이 이어지는 느낌이 좋다. 잘 모르지만 한글의 어떤 원리가 이 리듬을 좋게 했을 것이다."

 

"이름 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승리하는 ‘지우’와 언제나 패배하는 ‘로켓단’ 어느 쪽에는 괴리감이, 어느 쪽에는 동정심, 동조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남들과 대화할 때, 언제나 ‘지우’처럼 승리한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들 마음 속에 더욱 강렬히 남아있는 것은‘로켓단’의 실패 사례들과 같은 이야기들, 창피했던 일, 미안한 일, 억울한 일이다. 만화 속이나 현실 속이나 주인공 보단 악당이 많기 마련 아닌가. 나도 그렇고 ‘로켓단’도 그렇고 아빠도 엄마도."

 

글의 화자가 로켓단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로켓단’이라는 이름이 좋고, 현실에서는 '언제나' 승리하는 지우보다는 수많은 패배를 하는 로켓단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문단을 이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자면 첫 번째 부분은 도입부분이며, 두 번째 부분은 전개이며, 세 번째 부분은 결론이다. 이 문단의 결론은 “로켓단은 현실과 같고, 곧 그들의 모습은 우리 가족과 같다.”라는 부분이다. 단순히 “로켓단이 좋다”라는 점보다 “우리와 같다”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결론을 들고 살펴보면 “엄마에게 배운 소중한 원리이자 진리이다.”라는 부분이 붕 뜨는 느낌이다. 앞으로 말 할 엄마와 아빠, 나의 사이에서 벌어질 이야기에 대한 암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장과 문단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 로켓단은 우리와 같다.”라는 결론을 내기 위한 문단에 다른 생각을 심어선 안 된다. “엄마에게 배운 소중한 진리다.”라는 부분도 하나의 강력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작가도 이 점을 알아서 문단을 띄웠는지 모르겠지만, 첫 문단은 다음 문단과 붙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음 부분을 살펴보자.

 

"왜 나는 ‘로켓단’이 엄마보다 좋았을까? 나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 엄마가 지우보다 좋다. 그러니까, 로켓단>엄마>지우>아빠 순으로 좋아했던 것이다. 아무튼 돌아와서, 왜 더 좋았을까? 엄마는 덜 인간적이었다. 실패하지 않으니 동정이 가지 않았다. 시크녀? 시크함의 종결자였다. 우리엄마. ‘우리엄마’ 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감히 ‘우리’따위의 단어가 그 분과 붙으려고 하다니 괘씸할 따름이다. 차라리 ‘THE 엄마’가 어울리지."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도 최고의 선택을 내리셨다.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나보고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방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 집으로 이사를 갔을 때. 나는 문에 바짝 붙었다.”

 

이 두 부분도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도”라는 부분은 전 문단에서 말한 “빨간 딱지가 붙는 상황”을 말한다. 그런데 앞부분에 ‘로켓단’이 엄마보다 좋은 것, 엄마가 냉정한 점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 이후와 동 떨어진 느낌을 받는다. 한 문단 중간에 “차라리 ‘THE 엄마’가 어울리지.”라고 결론을 내버렸으니 말이다.

 

 

생각이 많아 엉켜버린 문단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무엇이 동물과 인간을 구별 지을까?’ 이성? 이성의 아이콘, 나에게는 엄마였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아빠 빼고, 결정을 내리셨다.”

 

“인간은 모든 동물 위에 군림하고 있다. 패리스 힐튼 같은 사람도 있지만, 군림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과학적 지식으로 창, 총을 만들었고 카메라를 발명해서 ‘동물의 왕국’을 찍었다. 과학적 사고-이성적 사고 비슷한 거겠지. 아이콘, 엄마는 사실 아이돌 같은 것이었다. 사실 나는 엄마를 존경한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이다. 이렇게 말할수록 점점 더 비꼬는 것 같은데 진짜 그렇다. 진짜 비꼰다는 것이 아니라. 멋지지 않나? 쿨하고 시크하고 멋진 선택, 멋진 사람이다. 이성의 아이콘, 인간의 아이콘 아닌가. 모성애를 이겨내다니. ‘개만도 못한 사람’들과 ‘개 같은 사람’들을 제치고 ‘개보다 나은 사람’이 되셨으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연락이 없었다.”

 

이 문단은 생각이 많다. 첫째로 인간이 모든 동물 위에 군림한다는 것. 둘째로 패리스 힐튼. 셋째로 엄마를 존경한다는 것. 넷째로 엄마는 모성애를 이겨내신 것. 다섯째로 비꼬고 있지 않다는 것.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연락이 없었다는 것.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이 모성애를 가지는 것은 본능이다. 동물과 같다. 하지만 엄마는 모성애를 이겨내셨고 ‘개보다 나은 사람’이 되셨다.”이다. 하지만 이 문단을 보면 각 생각들이 재대로 나열되지 못하고 엉켜 있다. “무엇이 동물과 인간을 구별 지을까?”에 대한 답변도 나와 있지 않다. 필자의 주관적으로 이 부분을 고쳐 보았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이성이다. 인간은 이성으로 모든 동물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성적 사고는 과학을 발전 시켰고, 무기를 만들고 카메라를 발명해서 ‘동물의 왕국’을 찍었다. 본성과 이성, 인간에게 무엇이 우선순위일까. 내게 엄마는 이성의 아이콘이었다. 나를 돌보기를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이혼을 한 것. 모성애를 이겨내시고 이성적으로 대처하신 것.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셨다. ‘개만도 못한 사람’들과 ‘개 같은 사람’들을 제치고 ‘개보다 나은 사람’이 되셨으니까. 그런 점에서 나는 엄마를 존경했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다.”

 

필자의 글 솜씨가 좋지 않아 좋은 예는 아니다. 참고만 하길 바란다.

 

 

접속어의 사용도 아쉽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땐 몽정이 아니라 사정을 했을 테니 말이다.”에서 “무슨 말이냐 하면”은 생략해도 좋은 부분이다. 또한 “그러니까, 로켓단>엄마>지우>아빠 순으로 좋아했던 것이다. 아무튼 돌아와서, 왜 더 좋았을까?”에서도 “그러니까”와 “아무튼 돌아와서”는 생략해도 좋은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비꼬는 것이 아니었다.”라는 부분은 작가가 강조하기 위해 독립단락으로 썼을 수 있다. 아니라면, 그 부분도 “마지막으로 말하지만”을 생략하고 앞 문단에 붙여도 좋다고 하겠다.

 

 

서술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나는 성인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고, 군인이 되었고, 알바생이 되었다. 어렸을 적 그대로 생각하는데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고, 밤에 술을 먹을 수 있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아무튼.”

 

“아무튼” 이후로 “연락이 왔다.”라고 써진 부분도, 위 단락을 바꾸면 더 좋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비평이 어려운 점은 상대의 흠을 잡는다는 것에 있다. 흠을 잡은 만큼 내 것에서도 흠이 보이고, 보이는 만큼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번 비평도 그러했다. 비평 하는 내내 ‘땀과 오줌의 노래’와 함께 필자가 최근에 썼던 ‘화분 편지’를 번갈아 보았다. 나 하나 챙기기도 부족한 놈이 다른 사람 글을 비평하고 있으니 몇 배로 힘이 들었다.

필자는 모든 것에서 초보다. 서두에 말했듯 지나가듯 편하게 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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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2.06.23 15:42
    객관적인 부분들을 잘 집어주신듯 ㅋ 감사합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2.06.23 17:22
    문장과 문단에 대해 애매함을 느끼던 참인데 좋은 걸 배우고 갑니다 ㅎ
    뭐 상대 글을 비평하다보면 자기 글에도 고쳐야 할 부분, 배울 만한 부분을 알게 되는 거 아닐까요? 대개는 자기 글에 대해서보다 남 글에 대해서 더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거울 보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괜찮으시다면 다른 글에 대해 비평해주시는 것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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