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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AD] 2. 창공의 불청객 - 3


 


 단장은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가오고 있을 적
의 역량은 분명 하나하나가 막강한 전력일 것이다. 그에 비해 현재 단원
은 최고전력인 로한마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자신을 포함해 제대로 싸
울 수 있는 전력은 고작 3명. 스캇과 매튜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회
의적이었다. 피트와 엘로린, 세이지를 이런 위험한 전투에 끼어들게 할 수
는 없었다. 적들은 분명 8명을 다 상대할 것을 고려하고 병력을 파견했을
것이다. 허나 현재 단원의 전력은 3명뿐이었다. 이대로 싸우면 분명 전멸
이었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충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런데 충돌하면 무
조건 전멸이야. 한마디로 전력 면에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어쩌잔 거야, 단장?”

 

 “꼭 다 같이 충돌하란 법 있나?”

 

 “뭐?”

 

 “서로의 능력을 모르는 싸움에선 어느 쪽이 더 많은 것을 예측하느냐가
승부를 가늠하지. 그런 면에서 녀석들이 내 능력을 모른다는 건 우리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우린 녀석들이 누군지도! 능력도 모르잖아! 그런데 어떻게 유리하다는
거야?”

 

 린은 신경질적으로 물었지만 단장은 그저 피식 웃었다.

 

 “세이지, 저들의 대화소리가 들려?”

 

 “아니, 내 능력을 알고 있으니까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고 쫓아오나봐.
발소리만 들려.”

 

 “누군지 짐작 가는 사람은?”

 

 “한 명은 확실해. 발소리가 유달리 커. 넘버 10 히브레야.”

 

 세이지의 말에 매튜가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히브레라면 넘버 10이잖아. 대적할 만한 거 아냐?”

 

 넘버 10 히브레는 1기 때 만들어진 언데드로, 들어올 때부터 엄청난 거
구로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2미터가 넘는 키와 지방질로 덮인 그는 비호
감을 넘어 역겹다고 할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그는 끔찍한 실험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다른 언데드와 달리 반응이 시작
되자마자 거대하게 부풀기 시작했는데, 모든 지방질이 연소하며 몸이 극
단적으로 비대해졌다. 루즈라벤이 그가 터져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할 때
쯤 그의 확장은 멈췄고 히브레는 3미터에 달하는 새로운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그 몸에서 나오는 괴력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매튜에게 있어서
는 같은 육체 계통의 능력자여서 더욱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인물이었다.
거구의 매튜 조차도 그 옆에선 작아보였으니까. 세이지는 매튜를 슬며시
바라보다가 단장에게 마저 보고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분명 인간이야.”

 

 언데드의 심장박동은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다. 신체의 활성화가 불
러온 현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그 점을 통해 세이지는 정상적인 맥박
을 가진 인실롭을 구분해낸 것이다. 피트는 절망적인 느낌을 받았다.

 

 “인간이라면……, 분명 십인장이겠군요.”

 

 “십인장 하나에 뭘 겁먹고 그래! 단장! 히브레 녀석은 내가 상대하겠
어!”

 

 “매튜, 만용은 금물이다. 이번 계획에서 십인장과의 싸움은 금지라고 분
명 얘기했을 텐데. 아직은 이르다.”

 

 “젠장! 그럼 뭐야? 녀석들이 내 목을 쳐도 가만있으란 거야?”“매튜!
넌 왜 또 신경질이니? 생리하니?”“린! 내가 언젠가 널 꼭 죽여 버릴 거
야!”“넌 뇌도 근육이라서 날 못 이긴다니까?”“네들 시끄러! 다 태워
버리기 전에 좀 닥쳐!”“여러분, 싸우시면 안돼요-!”“린! 일로 와! 진
짜 너무너무 화나서 너무 화가 나네!”“꼬우면 네가 와. 허벅지 근육끼
리 붙어서 안 움직여지냐?”“그래, 오늘 잘 만났다. 내가 오늘 십인장한
테 네들로 만든 바비큐 파티를 해줘야겠군.”“제발, 그만 싸워요!”

 

 그들이 신나게(?) 나누던 대화는 세이지의 비명 같은 외침에 의해 멈췄
다.

 

 “단장, 녀석들이 대화하기 시작했어!”

 

 모두의 시선이 세이지의 입으로 몰렸다.

 

 

 


 인실롭은 몬반을 향해 물었다.

 

 “그들의 냄새가 난다고?”

 

 “그래, 난 후각이 발달한 편이거든.”

 

 “늑대인간도 아닌 게 재주도 좋군. 그대 능력하곤 상관없어 보이는데.”

 

 “꼭 특출한 분야가 하나여야만 하는 법은 없으니까. 클라보는 여기서
시력이 가장 좋아.”

 

 “루즈라벤이 전혀 생각 없이 팀을 짠 건 아니었군.”

 

 “아저씨, 진짜 기억력도 조루야? 말했잖아.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거
라고.”“리지-, 그런 말 하는 거 아녀유.”

 

 리지가 쾌활하게 말했다.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던 인실롭은 문득 이 사
냥을 즐겁게 여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은 인정하기 싫은 경험이
었다. 자신이 이제껏 믿어오던 세상이 변해가고, 알고 있던 경계가 허물어
져 가는 것. 없었던 존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것.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놀아서 만들어낸 괴물들과 같은 시간 속에서 웃음 짓는
것. 이미 죽어버린 존재를 살아있는 존재처럼 대하는 것. 생과 사의 구분
이 모호해지는 이 순간이 인실롭에겐 혼란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 괴물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니. 정말 세상은
끝까지 살아봐야 되는군. 미래의 나는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인실롭은 조금 표정을 굳히며 그들에게 말했다.

 

 “조용해. 그대들한테 들리겠어. 추격을 계속한다.”

 

 

 


 안타깝게도 잘 들리고 있었다. 세이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클라보의 이름이 대화 도중에 나왔어. 그리고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분명 리지야.”

 

 “넘버 9 리지. 넘버 6 클라보.”

 

 “인간 쪽은 어제 들었던 목소리라서 알고 있어. 십인장 인실롭이야.”

 

 피트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 단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턱을 쓰다듬
었다.

 

 “그들이 소심하다는 말은 취소해야겠군.”

 

 십인장이란 직위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대단한 권력의 상징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기사단의 지휘관 정도였던 십인장이 모든 기사들의 동
경의 대상이자 계급층의 정점에 서게 된 이유는 대장군 세이건이 있기 때
문이었다. 현재 십인장들은 고위귀족들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엘헤미아 최고전력으로 대우 받는다.
이들의 배경이 되는 세이건이 국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데다 이
미 국왕조차 어쩌지 못할 수준의 권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무에
최고점에 달한 인물이 수도 엘파하의 방어벽이 되어야 하며 그와 동시에
엘헤미아 내에 중요한 위치를 항시 관리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의
견은 국왕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세이건은 그 인재들을 직접
심사해 파견했다. 튜더와 함께 전국 각지를 돌며 최고의 인물들만 찾아내
직접 키운 그는 결국 엘헤미아 전체를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어 놓았다.
귀족들의 반발이 거셌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지만 국왕과 군사력을 뒤에
업고 있는 세이건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현(現)
십인장이 군림해온 이래 엘파하는 역사상 최고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
다. 그런 날고기는 십인장들의 명성이 얼마나 자자하겠는가. 발키리 군단
에서도 십인장이 전선에 나타나면 무조건 후퇴하라는 명령이 있을 정도이
니 말이다. 그런 십인장 사이에서도 특히 유명한 인물들이 몇 명 있다. 미
모로 유명한 루이나도 명성이라면 명성이겠지만 역시 가장 조명 받는 분
야는 그들의 기량이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이는, 엘헤미아 역사상 다시
없을 최강이라 불리는 엘헤미아의 북벽 하이막스. 그가 북쪽을 수호한 이
래 단 한 번의 침공과 패배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하이막스로 인
해 빛이 좀 가려지긴 했지만 수도 엘파하를 수호하고 있는 인실롭이었다.
실제 두 사람의 실력이 어느 쪽이 우위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인실롭이 안전한 수도의 보호벽 아래 안주하고 있는데 반해 하이막스는
수도에서의 꿀 같은 생활을 버리고 최전방에서 홀로 전설을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그 점이 사람들에게 있어 인실롭보다 하이막스가 더 깊게 각
인 되는 이유였다. 남하해오던 발키리 부대를 수도의 지원 없이 물리쳐낸
그의 업적은 지금도 엘헤미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허나, 그렇다
고 해서 인실롭의 실력이 하이막스보다 우위는 아닐지언정 한수 아래라고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장, 녀석들의 냄새가 벌써 근처까지 왔어.”

 

 이제껏 묵묵히 상황을 듣고 있던 스캇이 입을 열었다. 소리보다는 느리
지만 훨씬 명확하게 그들을 파악할 수 있는 게 스캇의 능력이었다.

 

 “설마 인실롭을 보낼 줄이야. 레이몬드를 죽인 게 변수로 작용했군. 단
숨에 박살내보겠다는 심산인데.”

 

 “단장, 어떡하겠어요? 정말 위급해요.”

 

 피트는 지금같이 절망적인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단장은 아직 그렇게까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
는 농담까지 했다.

 

 "로한,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그러는데 커피 한 잔 더 타주지 않겠나?”

 

 

 


 몬반은 숨 한번 고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녀석들의 방향이 좌측으로 틀어졌어.”

 

 “방향이 틀어졌다고?”

 

 “이 방향으로 죽 가면 엘몬데드 협곡으로 이어지지. 당연한 거 아닌가?
엘몬데드 협곡은 절대로 넘을 수 없어. 이쯤에서 방향을 바꾸는 게 맞는
선택이야. 아니, 지금도 좀 늦은 것 같군.”

 

 인실롭은 몬반의 말을 생각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맞는 말이었다.

 

 ‘그래, 엘몬데드 협곡은 아무리 언데드라 해도 넘을 수 없다. 그대들이
우리가 그쪽으로 도망칠 리 없다고 생각하는 점을 노려 북쪽으로 도망친
건 역시 술책이었어. 하지만 결국 허세로군. 방향을 틀었어. 좌측이라면
서해 쪽으로 도망간다는 속셈이겠지. 목적지는 펠튼 항구일 가능성이 크
다고 봐야겠군. 하지만 오히려 그 방법이 그대들의 숨통을 쥐어들게 할지
모르고!’

 

 지도상으로 봤을 때, 엘몬데드 협곡을 수직으로 넘는 건 불가능하다. 그
깊이와 길이를 짐작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계곡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
이다. 뛰어내렸다간 언데드라 해도 재생할 수 없고,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어느 세월에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것인가? 자력으로는 결코 올라올 수 없
는 죽음의 계곡이 엘몬데드 협곡이다. 엘몬데드 협곡을 지나가기 위해선
당연히 크게 우회할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언데드라 해도 산세가 험해 며
칠은 걸리는 거리였다. 괜히 엘헤미아의 북벽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
다. 그 후 계속 이동한다 해도 전국적인 수배령이 확실하게 내려져 녀석
들은 엘헤미아 내에 갇혀 꼼짝도 못하게 될 것이다. 허를 찌르려다 오히
려 그 이상의 도주를 할 수 없게 만든 어리석은 방법이었다. 몬반은 산길
의 흔적과 남아있는 진한 냄새로 거리를 판단했다.

 

 “우리들이 쫓아오고 있는 걸 알 텐데도 생각보다 여유로운 속도인 것
같다. 아니, 녀석들이라면 부상자도 있고 전투력도 낮으니 당연한 속도인
건가.”

 

 클라보가 소매로 입을 가리며 얘기했다.

 

 “멍청한 녀석들이로군요.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에만 즐거워서 이렇듯
흔적을 남기면서 도망가다니. 한심할 정도로 저능해.”

 

 “방심은 금물이다. 그들 중에 레이몬드를 죽인 자가 있다!”

 

 인실롭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동료 레이몬드를 죽일 수 있는 언데드
라니. 레이몬드는 그와 같은 시기에 십인장이 된 친구였다. 십인장 중에서
는 가장 약한 친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십인장이 아닌 것은 아니었
다. 천부적인 재능을 갖추었다고 자만하며 수도에 입성하면 세상이 얼마
나 넓은가에 좌절하게 된다. 레이몬드는 그런 친구였다. 자신 역시 하이막
스를 보기 전까진……. 인실롭은 투지가 온몸을 불태우는 것을 느꼈다.

 

 “명심해라. 실패는 용납지 않는다. 엘몬데드에서 반드시 결판을 내자!”

 

 히브레가 빙긋 웃었다.

 

 “히힛, 히힛.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셨네유.”“좋았어! 가자! 강간하
러!”“……리지, 진짜 변태여유?”

 

 몬반이 도끼를 꽉 쥐며 재차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또 커피 냄새가 나는군! 냄새가 짙어. 슬슬 눈에 보일 시점이야.”

 

 앞쪽에 시커먼 물체 하나가 슬며시 나무 뒤로 사라지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개중에 가장 시력이 좋은 클라보가 말했다.

 

 “보여요! 그 잡니다. 흑의의 사내!”

 

 “도주를 멈춘 것 같군.”

 

 “포기야? 함정이야?”

 

 “가보면 알겠지.”

 

 리지가 빙긋 웃었다.

 

 “내가 먼저 가볼게! 이런 건 내 전문이니까!”

 

 “위험해!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마!”

 

 하지만 리지는 인실롭의 말을 듣지 않고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갔다. 리지
의 능력은 속도 강화, 순간적으로 비약적인 속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급
격하게 빨라진 그녀의 움직임은 인실롭의 눈으로도 쫓아갈 수 없었다. 인
실롭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순식간에 히브레의 몸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착지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 동작이 하나로 연결된
것만 같았고 조금의 충격도 받지 않은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이었다. 하지
만 그 동작과 달리 그의 입에선 불같은 노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부터 명령불복종 할 경우 그대들부터 즉결 척살하겠다!”

 

 “어련하겠어요.”“헷헷, 알겠서라-.”“알았다.”

 

 인실롭이 칼을 뽑아들며 속도를 올렸다. 언데드 역시 뒤처지지 않고 따
라붙었다. 이제는 인실롭의 후각으로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진한 커피
향이었다. 그들이 한쪽 구릉 쪽을 넘어서자 앞쪽에 리지의 모습이 보였다.
불과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다. 리지가 뒤돌아보았다. 인실롭은 순간
불안감을 느꼈다. 그가 리지를 부르려 할 때, 시커먼 형체가 나타나 리지
를 덮쳤다. 먼 곳에서 바라보던 그들에게는 꼭두각시 인형극처럼 느리고
부분부분 끊기는 느낌이었기에 리지의 팔이 잘리는 장면은 거짓말처럼 생
경했다. 그 시커먼 형체는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히브레가 경악으
로 눈을 크게 떴다.

 

 “리지!!”

 

 인실롭이 재빨리 왼손을 들었다.

 

 “동요하지 말고 경계를 늦추지 마라!”

 

 리지의 오른팔이 깨끗이 잘렸나갔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고
통에 몸부림쳤다. 인실롭은 달려가면서도 주변의 대한 경계를 소홀이 하
지 않았다. 적들의 기척이 없다. 뭐지? 리지의 곁에 다가온 그들 모두 일
제히 멈추며 주변을 경계했다. 히브레가 씩씩거리며 리지에게 몸을 웅크
렸다.

 

 “괜찮아유? 리지?”

 

 “아아아! 아파! 제기랄! 빨리 내 팔을 붙여줘!”

 

 클라보가 주변을 훑어보았지만 그녀의 팔은 없었다.

 

 “리지 양. 팔이 없어요!”

 

 “아, 아아아! 안 돼! 어서 붙이지 않으면 이대로 상처가 아물고 말아!”

 

 리지가 공포에 절은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히브레는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 최고의 재생력이 오히려 방해가 되다니……. 인
실롭이 주변에 기척이 없음에 의아해하며 소리쳤다.

 

 “숨어있지 말고 나와라!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숨기는 무슨. 나도 너희들이 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인실롭은 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보았다. 인실롭은 입술을 깨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척을 숨기는 실력이 야생동물보다 더한 수준이었다. 큰 나무
뒤에서 흑의를 입은 알자로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엔 리지의 오
른팔이 들려 있었다. 인실롭은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호흡 정
도는 잊고 말았다. 언데드라는 이름에 정말 걸맞은 모습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자라면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생명이라는 게 없었다. 다른 언데드들
과 접촉해보았음에도 이런 느낌을 주는 자는 그가 유일했다. 흑의를 걸치
고 있는 창백한 얼굴에는 확실한 사형선고 같은 죽음이 드리워져 있었다.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이다.
 무슨 목적으로 수도에 테러를 일으켰는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사내. 기록
조차 없어 능력과 출신을 알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

 

 “레이몬드를 죽인 자로군. 이 테러의 주모자이고! 대체 그대는 누구냐?
목적이 뭐지? 오큐벨라스를 통해 뭘 하려는 거냐?”

 

 “과묵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말이 많군. 인실롭.”

 

 “나를 알고 있나?”

 

 “너희들 전부를 알고 있다.”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놀라운 사내였다. 그에게선 묘
한 위압감과 압박감이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강렬하게 타오르
는 붉은 눈은 정말 잊기 힘든 눈빛이었다. 흑의와 창백한 피부 때문에 더
욱 강조되어 보이는 그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 인실롭을 직시하고
있었다. 단 한 점의 망설임과 두려움도 없는 눈이었다. 인실롭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칼을 겨누었다.
 
 “말하라. 그대는 누구인가?”

 

 “칼끝이 흔들리는군. 명성이 아까운데.”

 

 “닥치고 묻는 말에 답해! 그대는 누구냐!”

 

 “알자로. 현월단이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도적단을 운영하고 있고 단장
이라고 불리기도 하지. 넌 단원이 아니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
군.”

 

 현월단? 인실롭은 분명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최고 중에 최고인
고가품만 훔쳐간다는 신출귀몰한 소수의 도적단이었다. 언제나 귀신같이
나타나 흔적도 남기지 않고 털어가 버리는 그들은 귀족들에게 공포의 대
상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그들의 소문이 궁성 에펠에까지 미칠 정도는 아
니었는데 그마저도 갱신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최근 몇 주 전
에 궁성 에펠 내 명화 두 점이 도둑맞으면서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던 것
이다. 훔치고 간 자리에는 항상 초승달 마크의 쪽지를 남겨놓아서 자신들
의 범행임을 알리는 그들의 정체가 설마 언데드일 줄이야!

 

 “불가능해! 그대가 그 조직의 우두머리라고? 언데드들은 지하 관리실에
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 하지만 알다시피 어제의 일도 그런 믿음 속
에서 일어났던 일 아니었던가?”

 

 “대체 목적이 뭐지? 명화 두 점과 오큐벨라스라니!”

 

 “후자는 나중에 차차 알게 될 테지만 전자의 목적은 말해주지. 오큐벨
라스를 완벽하게 훔치기 위한 사전조사였다.”

 

 인실롭은 속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오큐벨라스를 훔치기 위한 밑거
름이었다고? 상상도 못할 일들을 계속해서 이루어내는 그대의 정체는 대
체 뭐지?

 

 “얘기 좀 그만하고 빨리 내 팔이나 내놔!”

 

 인실롭의 고민과 상관없이 리지가 앙칼지게 소리쳤다. 하지만 알자로는
그녀를 무심히 쳐다보다 그 팔을 공중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가 휘두른
칼끝에 팔은 두 자리 숫자로 나뉘어졌다. 몬반이 이를 갈았고 히브레의
온몸이 분노로 굳어졌다. 리지 역시 경악으로 그 장면을 쳐다보았다. 인실
롭은 끓어오르는 속을 참으며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대답해주지 않겠지만 물어보지. 그대는 우리가 만들어 낸 적이 없는
언데드인가?”

 

 “그 답도 서서히 알게 될 거다.”

 

 “그럼 마지막 질문. 어째서 혼자지? 혼자서 우리를 다 상대할 수 있다
고 생각한 건가.”

 

 알자로는 순진하게 웃었다. 조금의 가식도 없는 미소였다.

 

 “커피 향을 따라 날 쫓아왔겠지? 헛수고했으니 위로 삼아 박수라도 쳐
주지. 단원들은 이미 엘몬데드 협곡으로 가고 있다.”

 

 “대체 무슨 꿍꿍이냐! 아무리 그대들이라도 엘몬데드 협곡은 넘을 수
없어!”

 

 “아니, 있다.”

 

 인실롭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단장은 얕보지 말라는 듯 자신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어제의 피해를 입고도 아직 우리를 너무 몰라.”

 


==================================================================
 원래 첫 설정에서는 인실롭이 과묵하고 재미없는 성격이었는데 쓰다보니
좀 색깔 있는 캐릭터로 변해가는 듯. 뭐 개성이 많아지면 좋은 법이니까.

 

 윤주 님이 연재주기를 정하자는 회심 찬 기획을 하셨더군요. 약속이 잘
지켜진다면야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윤주 님이 우선적으로 결정하신다
면 저는 동참할 의향이 있습니다.

 

 완결소설란의 다시 님 작품인 현실과 꿈 작품을 읽고 있습니다. 문학란
이 풍성해지는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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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6.21 06:39
    먼저 좋은 일자 선점하시는 게 선발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닐까요 ㅎ
    개인적으로 권장해드리는 건 최소 주 1회 이상입니다. 그 이상 늘어지면 연재가 유지되기 힘들더라고요;
    저는 매주 수요일로 할까 했는데, 정작 중요한 글이 아직 안나와서 일자 먼저 잡기가 애매합니다. 이렇게 된 거, 야르사스 님께서 의향 있으시다면 먼저 날짜 택해 주세요 ㅎ

    글은 이번에도 잘 읽고 갑니다. 극복 불가능하단 철벽의 장애물을 어떻게 넘을 셈인지 궁금하네요 ㅎ
    다만 이전까지 올려주신 것보다 좀 산만해 보이는 화입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차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세이지가 추격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직전, 단원들끼리 서로 다투는 대사가 특히 그런 느낌이 듭니다. 감정이 격해져 그렇다고 한다면 납득이 가지만, 문장이 덜 정돈되어 있어 보여서요. 제가 의도를 잘 읽지 못한 걸까요?
  • profile
    yarsas 2012.06.21 08:11
    저는 주 1회 금요일 연재를 기준. 단 챕터 끝날 때마다 한주 쉬고 둘째주에 돌아오는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원들끼리 싸우는 건 일종의 만화에서 보는 캐릭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나름의 코믹요소라고 집어넣은 건데... 산만했군요. 의도 실패는 겸허히 받아들여야죠. 제 개그코드가 원래 좀 대중적이지 못합니다 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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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06.21 08:18
    음...개그센스를 제가 이해하지 못한 거군요;;; 개그는 어렵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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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rsas 2012.06.21 08:26
    단원들끼리 저런 식으로 싸우는 대화는 앞으로도 종종 나올 겁니다. 진지한 말싸움이 아닙니다. 크흑 뉴누... 로한이 단장한테 불을 지르려 했던 것고 그렇고, 쉽게 죽지 않는 언데드의 장난은 일반사람보다 더 거친 편이죠.

    아마 살다보면 제 개그를 이해해 주는 이가 한명쯤은 있으리란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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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욀슨 2012.06.21 09:14

    흥미진진하군요. 높은 재생력이 발목을 잡는다는 아이디어도 재미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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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rsas 2012.06.21 17:12
    좋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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