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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드라마랑 라이트노벨 비교분류하려다가 일이 꼬여서...

 글을 쓸 때, 자기 글이 어떤 스타일인지는 확실히 해두자는 요지로 썰을 풀까 합니다;



 세상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는 다름아닌 '갈등' 때문에 흥미를 돋게 하죠. 갈등이 없었다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 겁니다. 애초에 누가 글로 써내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갈등'의 타입을 분류하는 수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에 전 4가지로 나눠볼까 합니다.


 1. '내게 문제가 있어' 형

 2.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어' 형

 3. '우리 사이에 문제가 생겼어' 형

 4. '내게 문제가 생겼어' 형


 #1. '내게 문제가 있어' 형


 이야기 속 모든 갈등이 벌어지는 원인은 주인공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걸 주인공이 알아챘다면 좀 더 형편이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대개는 주인공이 그게 다 자기 때문이란 걸 모르는 경우가 많죠. 희극적인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여기에 많이 속합니다. <아이앰 샘>이라던가, <포레스트 검프>라던가...


 #2.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어' 형


 말 그대로입니다. 갈등의 원인은 주인공 커플 이 나쁜 년놈들 때문입니다. 혹은 3인 이상 복수들 탓입니다(정리하자면 인간관계 속에 이미 내포되어 있던 문제가 터져나온 겁니다). 하지만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자신들에게 그런 문제가 있었단 사실조차 몰랐었으니까요. 허구한 날 출생의 비밀 운운하는 아침드라마들, <위기의 주부들>이나 '4주 뒤에 뵙겠습니다~'하는 심야 드라마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순수하게는 서점에 나온 일반 소설들 중에도 심심잖게 볼 수 있습니다. 근데 그런 경우는 딱히 주인공 얘네들 문제라기보다 인간 보편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죠.


 #3. '우리 사이에 문제가 생겼어' 형


 원래 아무 문제 없었는데 모종의 계기로 관계 문제가 생긴 사람들 얘기입니다. 재난영화를 비롯, 각종 유무형의 천재지변을 포함한 온갖 비상사태 중 하나가 재수없이 이들에게 X을 퍼질러준 경우입니다. 이 경우엔 일어난 비상사태보다도, 그로 인해 갈라선 사람들의 진흙탕 싸움이 흥미진진한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이 부문에서 추천하는 이야기는 만화 <코펠리온>. 애니화 얘기까지 있다가 흐지부지된 비운의 작품입니다.


 #4. '내게 문제가 생겼어' 형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 갑자기 문제가 떡 하니 주어집니다. '날 보고 이걸 어쩌라고?' 별 수 없습니다. 이제 주인공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흔한 판타지 소설들,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만화들이 이에 속합니다. 가끔은 평범하던 사람이, '나 암이래' 처럼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로 시작해 눈물콧물 다 짜내는 감동물들도 있습니다. <하우스>젠장....(드라마 최신 화를 보신 분들만 아는 스포일러)


 제 경우엔, 평범하게 쓰기 쉬운 게 네번째 부류입니다. 주인공 평범한 특성 잡아놓고, 이 놈한테 어떤 문제를 내줘서 괴롭힐까, 만 생각하면 되거든요. 주어진 문제만 해결하면, 다른 사소한 문제들은 자연스레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도, 프로도가 반지만 가져다 버리자 모든 인물간 갈등와 산적한 문제들이 한 방에 깔끔하게 해소되었잖아요?

 다만 저처럼, 주인공에게 주는 문제 자체가 시원찮으면 말짱 꽝입니다. 그래도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장르는 일단 이쪽.


 첫 번째 부류는 제가 생각할 땐 너무 어렵습니다. 문제를 안고 태어난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모습만으로 웃음눈물콧물 다 뺀다는거, 생각만 해도 힘들지 않나요? 저는 그래서 희극 작가와 배우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왓 위민 원트>에 나온 멜 깁슨이나, <토끼 드롭스> 그린 작가분처럼. <토끼 드롭스>는 영화가 곧 국내개봉한다는데, 소문에는 잘 찍었답니다. 보러 갈까나...

 희극, 휴먼 드라마를 쓰고 싶은 분들은 시도해 보시길...


 두 번째 부류 역시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및 주변 인물들이 특정한 문제를 안고 있어야 합니다. 잘 다루면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인류 보편적 주제의 고전 명작이 탄생하겠지만, 못 다루면 얄짤없습니다. 종편 시청률 나오는 겁니다. 솔직히 사람 살아가는게 거의 다 비슷비슷하지 뭐 특별한 존재들이라고 태어날 때무터 문제 일으킬 놈들이다, 낙인찍고 나오겠습니까? 그걸 억지로 낙인을 만들다보니, 출생의 비밀이다 뭐다 막 나옵니다. 또 그게 쓰다보면 더 써먹을 참신한 거리가 없으니까, 반복해 계속 쓰게 됩니다. 그러니까 자연 독자며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봅니다. '아, 저 작가 작품에선 배우가 누구건 꼭 남자가 싸가지가 없더라', '아, 저 작가가 쓴 시나리오면 대충 쟤랑 얘랑 어쩌구저쩌구 하겠다' 오죽하면 각 드라마 작가별 작품 속 떡볶이 먹는 장면이 패러디가 되겠습니까? ->링크는 여기

 먼저 추천한, 네 번째 부류 다음으로 초보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세 번째 부류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 군상들의 행태를 보여줄 때 제격입니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두 번째 부류보다 훨씬 강도높은 사회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고,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갖춘 명작이 될 수도 있겠죠. 다만, 명작은 결국 소수에 불과합니다. 유독 국내 영화 감독들이 좋아하는 이야깃감인지, 최근 블록버스터에서 많이 보입니다. <괴물>이라던가, <해운대>라던가, <제7광구>라던가....엑스트라를 많이 쓸 수 있어서일까요??

 소설로 쓸 때는, 그림이나 이미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단 걸 염두에 두셔야 할 겁니다. 인물들 개성이 살지 않는 한, 등장인물 수가 많아지면 아무리 추천작이라는 글을 봐도 헷갈리더군요.


 결국 처음 글을 쓸 때, 대개 무난하게 선택할 수 있는 장르는 2, 4번 장르일 겁니다. 두 부류의 차이는 확연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글을 쓸지 염두에 두고 글을 쓰시면 보다 컨셉을 명확히 잡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두 번째 부류를 쓰고 싶은 분은 문제, '퀘스트'를 중점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주인공에게 닥치는 시련은 뭔지, 왜 그런 시련이 닥치는지, 그 시련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를 차례로 대답하다 보면, 자연스레 전체 줄거리를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내용을 기본으로,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쓴 책들이 시중에 있는 판타지 작법서들입니다. 신화 기반으로 연구한 판타지 작법이라면 큰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더 참고하실 분은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그대로 따라하시면 곧바로 자기 글 구성이 제법 탄탄해지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경험담입니다.


 네 번째 부류를 쓰고 싶은 분은 인물 관계를 잘 설계해야 합니다. 삼각, 사각, 터부시되는 관계(근친이나 동성애), 숨겨진 과거 등 될 수 있으면 주인공과 그 주위 사람들 사이에 숨겨진 문제를 매력적으로 설계하고 잘 감춰서 자신이 원하는 순간 터트려야 합니다. 여고괴담 시리즈에서처럼 처음부터 관계 속 터부를 드러내도 되고, 아침 드라마처럼 서서히 터트려도 됩니다. 이건 저보다 센스 있으신 분들이 더 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판타지보다 드라마, 고전, 직업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참고해 주세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관계가 거기에 있습니다. 추천하는 건 투르게네프 <첫사랑>, <폭풍의 언덕> 등등. 추천해 드렸다고 고전만 읽으면, 시대에 뒤진 연출을 모방할 우려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자기 글의 스타일을 잘 파악해, 컨셉 확실한 글을 쓰시는 게 좋습니다. 유명 작법서나 편집자들 말에서 퍼지는 얘기 중에도, '자기 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그건 잘 된 글이다'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딱히 그런 글을 쓰고 있단 건 아닙니다...오해 말아 주세요 ㅠㅠ


 P.S. 위 4분류는 희극 - 비극 분류와는 전혀 별개 것입니다. 4분류 어느 곳에도 희극도 가능하고 비극도 가능합니다. 제가 비유를 저렇게 대서 그렇지...


 P.S. 자기만의 분류를 만들어 쓰세요. 4분류는 학술적인 것도 아니고 명백한 사실도 아닙니다. 하물며 저렇게만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얼마든지 새로운 분류 기준으로 자기 글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자기 글이 남들 글에 비해 어떤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지를 항상 생각, 확인해보는 사고를 기르자,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분류 기준이 저기선 두 가지였지만(문제 직면 대상이 개인 - 집단이냐? 문제가 내포되어 있느냐 - 외부에서 주어졌느냐), 몇 가지든 가능합니다. 기준이 많을수록 정밀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너무 기준이 많으면 분류 자체가 의미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글은 작가 본인에게 있어 유니크하니까요.

 제가 두 가지 기준을 쓴 건, 각각의 기준을 X-Y축으로 한 사분면을 그려 판단하기 쉬워서입니다. 사분면을 그리면 '포지션'이란 개념을 이해하기가 편합니다. 대량 임의의 X-Y사분면 위 점유하는 특정 점 혹은 영역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각 사분면 사이에 겹치는 영역이 없다면 기준을 제대로 정하신 겁니다....이건 나중에 다시 글 적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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