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4 01:37

Lady Dragon Knight (6)

조회 수 447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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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끝도 없이 추락하는 느낌에 정신을 잃은 이후로 예희는 계속 초조해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몸은 움직이지 않고, 겨우 내부로 자신의 의식을 옮기는 방법을 깨닫고는 그 몸의 내부로 의식을 돌렸을 땐 웬 갑주 입은 여기사와 거대한 날개를 단 난폭한 여자가 사슬로 묶여 있는 모습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고 이 몸은 누구의 것이냐는 예희의 물음에 여기사는 침묵했고, 날개를 단 여자는 화염을 뿜어대 그녀를 쫓아 버렸다. 잠시 후 그녀는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강렬한 느낌을 받고는 반 억지로 자신이 갇혀 있던 몸 밖을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난 네 사람인데-그 중에는 자신이 갇혀 있던 몸의 주인도 있었다. - , 아무도 자기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니. 학교는 몰라도 집에서 내가 없는 줄 알면 분명히 한번 손을 봐준다고 벼르고 있을 텐데……. 분명 그녀가 있는 세계는 이상한 세계였지만, 예희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들은 기껏해야 집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식의 단순한 것들 뿐.

물론, 예희도 이 이상한 세계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세계는 예희에겐 어차피 잠깐 머무르다 떠날 세계였다.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는 현실에, 그는 그다지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그 세계를 떠나려는 생각만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저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되어야 했다. 자신은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지만, 그들은 알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하교 길의 기분 나쁜 노인은 저들과 한 패거리인지도 모르지. 저들은 그녀를 어떻게 이용해 먹으려 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희 역시 스스로를 지킬 만한 힘은 있었다. 얼마 전부터 그는 자기 반의 신비로운 한 아이에게서 놀라운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불을 다루는 능력. 예희는 이 세상사람 누구도 쓰지 못할 자신만의 힘에 푹 빠져 있었고, 언젠가 반드시 사용할 날이 오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만화 같은 상상도 사실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상 속의 인물들에 비해 자신의 힘은 너무나도 약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생각을 조금 고쳐먹게 되었다. 아무리 마법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한대도 기껏해야 나무 등걸 태우는 정도의 힘을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조금 더 겸손해졌고, 이후로는 줄곧 힘을 조심스럽게 사용하면서 그 힘을 다루는 방법을 조금씩 더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저 정도 숫자 따위는 어떻게든 제치고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예희는 곧 그 계획을 포기하고 말았다. 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그가 배운 것 중 하나는, 결코 처음 자신이 있던 자리를 섣부르게 떠나지 마라는 사실이었다. 사실 영화라는 자체가 평범한 일상에서 약간 멀어지는 것 때문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은 것이 아니던가. 이미 평범한 일상을 떠난 예희로서는 이제 조금이나마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이 방을 떠나 익숙하지 않은 세계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도 자신이 돌아갈 방법을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떠나서 말이다.




“그럼 너도 전혀 모르는구나,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네…….”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은 모두 맥이 풀렸다. 미르세린이나 예희 모두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상대방이 알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정작 상대방 역시 그녀가 아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힘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예희가 입을 열었다. 미르세린은 떨어뜨리던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희 두 사람은 좋든 싫든 한 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네요. 당신도 나도 원래대로 돌아가길 바라니까요.”

“그러네.”

“어떻게, 하실 거죠?”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

“제가 먼저 물었는걸요?”

“......”


두 사람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어찌됐든 하루빨리 봉인을 풀고 두 사람 모두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예희의 몸이 어디 있는지는 여전히 아무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 몸이 없이는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 확실한 목표를 찾지 못한 두 사람은 여전히 시작점만을 뱅뱅 돌고 있었다. 미르세린은 아스모데우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불퉁거리고 있었다.


“이봐, 아스모데우스.”

“뭐야, 또 다른 부탁이 있나?”

“넌 이 주술을 해제할 방법을 알 테지?”


아스모데우스의 얼굴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말했잖나. 안다 하더라도 몸이 없으면,”

“그 몸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알 거 아냐. 혹시 가져다 줄 수도 있지 않아? 맞아, 생각해보니까 그렇잖아. 아 이런 바보. 진작 생각해 냈어야 하는 건데.”


미르세린은 배시시 웃으며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보았다. 순간 아스모데우스의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딱딱하게 굳어졌다. 의아해하는 미르세린에게 아스모데우스가 말했다.


“웃기지 마라, 기에엑. 내, 나 아스모데우스는, 결코…….”

“괜찮아. 마족이 그랬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 신족 녀석들은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쓰지 않거든. 그러니까, 누가 그랬는지만 가르쳐 주면 돼. 응? 아스모데우스. 우리 엄청 친하잖아. 안 그래?”

“크극, 그건 절대로 가르쳐 줄 수 없다. 나를, 이 아스모데우스를 뭐로 보고!”

“아, 소환자의 명을 거부하시겠다!”


언짢은 듯 한 미르세린의 말투에 아스모데우스는 일순간 움찔거리며 레이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쩐지 레이야는 아스모데우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미르세린을 달래 아스모데우스를 도우려 하고 있었다.


“저 자도 천마신의 일족이잖아요. 제 일족을 돕지는 못하더라도 방해할 수는 없을 거예요.”

“과연, 현명한 아…….큭, 아가씨군.”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낀 아스모데우스는 곧장 자신이 하려던 말을 바꿨다. 원인은 물론, 레이야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스모데우스가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악마 중에서 지식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만은 분명 아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계속해서 그러한 그녀의 이상행동을 미르세린이나 남자-레이븐-에게 알리려 했지만 두 사람은 둔하게도 자신이 보내는 그런 메시지들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결국 레이야를 어떻게 해 보려던 자신의, 그리고 새로운 천마신왕 후보자의 계획을 포기해야만 했다. 대신 미르세린의 말에 성실히 대답만 해 주고 이곳을 빨리 뜨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 듯 했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일단 마법은 쓸 수 있게 해뒀다. 쿡쿡쿡, 네게는 불만스러운 수준일지 모르겠지만 전혀 쓰지 못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봉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쿠홀트로 가라. 현자 신 솔로몬의 성전. 그는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줄 테지. 아닌가?”

“쿠홀트? 꽤나 먼 곳 아닙니까?”


레이븐은 조금 불만스러운 것처럼 보였지만 미르세린은 그것을 무시했다. 먼 거리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었다.


“먼만큼, 일찌감치 움직여야겠지. 레이븐은 먼저 가서 항구에서 배를 찾아봐. 어떤 배든 성국으로 떠나는 가장 빠른 선박을 찾아.”

“예예, 그러합죠.”

“성국? 쿠홀트가 성국인 건가요?”


예희가 물었지만 미르세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둘러 몸을 돌려 방을 나설 뿐이었다.


“나도 준비를 해야지. 레이야도, 서둘러!”

“아, 저기. 저는??”


세 사람이 서둘러 방을 빠져나간 뒤 남은 것은 아스모데우스와 레이야 둘 뿐이었다. 자연스레 두 사람만 남게 된 것을 기뻐하며 아스모데우스가 먼저 말을 걸었다.


“마족은 죽어서 다시 태어난 후에도, 그 기억을 가지고 있지. 피의 기억 말이야. 그런 종류의 기분 좋은 기억은 잊기가 쉽지 않거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네 생각엔.”


아스모데우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소리를 낮추어 레이야에게 말했다.


“우리 잘난 예비 왕께서 곧 필요하신 말을 모두 구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알아들을 수 없어.”


레이야는 냉랭하게 그 말을 받았다. 미르세린이 있을 때와는 아스모데우스도, 레이야도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두 사람의 냉기는 돌 벽에 남아 있던 약간의 온기마저 식혀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했다. 이윽고 아스모데우스가 비웃음 섞인 말을 레이야에게 건넸다.


“기이익, 선한 신관께서도 그런 냉혹한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재미있어.”


레이야가 블러드 크로스를 그를 향해 던졌지만 그 전에 그는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남지 않은 조용한 공간. 레이야는 블러드 크로스를 집어 들고는 나직하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제게, 남은 기억은…….”


그녀가 열고 닫는 문소리와 함께 그녀의 말소리는 밀폐된 공간 너머의 어둠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가 완전히 파묻혀버렸다. 그녀의 말을 온전히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있다면 그것은 오직 그녀 자신 뿐.



 ===================================

 <LDK> 6화입니다.
 연재 따라 읽어오신 분들은, 이전 화 내용과 이번 화 내용이 잘 이어지지 않는단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겠네요. 처음 썼을 때 연결이 어색했던 데다가, 중간 한 장면을 들어내버린 탓입니다. 대략 예희가 이 세계에서 쓰이는 언어가 무언지 알기 위해 처음 보는 미르세린 일행에게 온갖 언어로 말을 걸어본다는 장면이었는데, 불필요하다 싶어 제거합니다.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언어 따위...

 그럼 다음에 또 올릴게요. 어린이날엔 <시크릿> 새 화로 찾아뵙겟습니다^^;
?
  • profile
    클레어^^ 2011.05.04 05:06

    호오~. 그렇게 되는 거군요...;;

    사실 레이야는 아줌마였다? 마족이 말을 바꾼 이유는 아마도 그럴 듯?(아줌마라고 하면 레이야에게 맞아 죽을지도^^;;)

  • profile
    윤주[尹主] 2011.05.04 06:20

     그럴지도...모르겠네요;;;


     뭐, 긴긴 이야기입니다. 레이야에 대해서는, 꽤 내용이 진행되다보면 나올 거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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