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9 16:11

Lady Dragon Knight (5)

조회 수 583 추천 수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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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단 빨리 왔어.”

‘그 말인 즉, 늦었다는 건가.’


미르세린의 말을 알아들은 레이븐은 자신이 들고 온 것을 미르세린에게 넘겨준 후 곧바로 부지런히 몸을 놀리기 시작했다. 비록 레이야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미르세린을 위해 주변 정리를 하는 일이기에 레이야를 돕는 그의 행동엔 어색함이 없었다. 신전 잡일에는 이미 숙련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미르세린은 자신이 들고 있던 블러드 크로스를 레이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준비는 됐고, 이제 레이야가 잘 해줘야 돼. 알겠지? 조금도 빈틈을 보이면 안 돼.”

“예.”


대답은 했지만, 미르세린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한 것임은 레이야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레이븐만큼이나 그 역시 블러드 크로스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블러드 크로스를 더 확실하게 다룰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계의 자에게 지식을 구한다. 너 마족의 지혜로운 자. 우리의 신의 권위에 복종하여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어라.”


블러드 크로스의 손잡이 부분을 쥔 그녀는 즉시 그것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것은 주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협상과 같은 것이었다. 마족과의 협상.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는 막대(사실, 그 막대가 그녀가 쥔 손잡이였다.)에 매달린, 붉은 보석을 사지와 몸통에 박은 십자 모양의 상징물과 협상가의 뒤에서 그를 지켜주고 권능을 빌려주는 신이 전부였다. 협상가인 술사를 보호하는 도구는 그 거창한 의식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인지, 레이야의 표정은 전에 없이 매서워져 있었다. 그리고 어조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이후 더욱 차갑고 매서워져 있었다.


“지하의 어둠에 모습을 감춘 겁쟁이. 너의 저주 받은 이름을 부르는 데 허락된 시간보다도 짧은 시간이 네 모습을 이곳에 드러내는 데 허락되어질 것이다. 지하의 왕, 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나니.”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실제로는 조그만 사건이 일어났다. 방 한편에 놓인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작은 화병이 레이야를 향해 날아들었으니까. 레이야는 그 화병을 피했고, 여전히 킥킥대는 조롱과 야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그 곳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더 이상은 힘들겠다고 생각한 미르세린이 레이야에게 다가갔을 때, 레이야의 입에서는 세 번째 포고가 흘러나왔다.


“사악한 자! 그대 정말로 그대에게로 가는 모든 향기를 거두고 싶은 것인가! 그래도 나오지 못하겠다면......!”


적잖게 놀란 미르세린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레이야는 전혀 흔들림 없이 상대에게 저주를 퍼부어댔다. 곁에서 보고 있던 레이븐마저 깜짝 놀라 일어날 정도로 레이야의 행동은 이전까지는 없었던 것이었다. 레이븐에게는 그런 레이야가 더욱 더 악마처럼 느껴졌다. 비록 그것이 이전에 그가 레이야를 보고 떠올렸던 악마의 모습과는 약간 다를지라도. 그 순간을 맞추어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희뿌연 연무가 방 한가운데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 결국엔 소환되었군.’


레이븐은 가지고 있던 성력 석을 그대로 허공에 띄워 올렸다. 자그마한 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이제 막 방 전체를 뒤덮으려던 연무를 서서히 밀어내 시야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큰 방의 절반을 채운 드래곤의 변종 위에 올라탄 고양이 눈의 왕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 이후였다.


“너희가, 나를 부른 건가보군.”

“그렇다.”


레이야의 짧은 대답에 아스모데우스의 고양이 눈은 주변의 벽을 따라서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가 뿜어내는 소름끼치는 한기는 그의 시선이 닿는 세 사람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마치 세 사람의 뼛속 깊숙이까지 파고드는 것처럼.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너희는 제물을 바치지 않고는…….”

“아직도 사람 머리를 구걸하고 다니나 보지?”


아스모데우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이미 익숙한 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이곳에 소환될 때부터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떠올렸어야 했다.


“너인가, 나를 부른 게.”

“구면이지, 반가워. 악마왕.”


미르세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아스모데우스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그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방바닥 전체에 거대한 보호진이 그려져 있었다. 아스모데우스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별로 반갑지 않군.”

“왜? 뜯어낼 재물이 없으니까?”


장난스럽게 말하는 미르세린이었지만, 아스모데우스는 그렇게 장난질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멋모르고 자신을 소환해대는 유니안이나 엘프 족의 추방자들 따위와 그녀는 이미 수준이 달랐다. 아스모데우스 자신이 그녀에게 제물을 요구하기에 미르세린의 위치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미 그녀와는 64전 64패의 전적이 있었다. 부담스러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때문에 아스모데우스는 즉시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레이야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자신을 불러낸 것은 미르세린이 아닌 레이야다. 그는 레이야의 부탁만 들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그냥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복종하라!”


레이야는 손에 들린 블러드 크로스를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아스모데우스는 방 한편으로 나가떨어졌다. 육중한 몸이 바닥을 구르자 방은 심한 진동으로 몸서리쳤다.


“끼으이이”

“머리는 포기해. 이 아이도 상당히, 매섭더라구. 나도 오늘 처음 겪어본 거지만.”

“크크, 나도 알고 있다. 분명 전장에서…….”


아스모데우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새 다가온 레이야가 자신이 든 블러드 크로스로 그를 세차게 내리쳤기 때문이다. 마력이 실린 도구는 아스모데우스의 매서운 눈초리를 꺾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야의 말에도 충분한 힘은 이미 실려져 있었다.


“쓸데없는 말은 삼가 주시죠. ‘모든 지식의 타천사’ 님.”


뒤에 있는 미르세린이나 레이븐은 듣지 못할 정도로 나지막한 소리였지만, 아스모데우스는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그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저항할 권한이 없었다.


“좋아, 부탁이 뭔데. 전…….”


결국 레이야가 한 번 더 블러드 크로스를 휘두른 후에야 모든 상황이 정리될 수 있었다. 미르세린은 천천히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이야의 눈치를 보며 미르세린의 말을 귀담아 들은 지식의 마왕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무언가를 찾더니 그들에게 말했다.


“환령봉박주 중에서 영혼을 이용한 술수가 아닌가. 지독한 주술을 운 좋게 비껴낸 것 같군. 내겐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후훗, 너 배 아프게 하는 게 내 특기잖아. 그런데 뭐라고?”

“이 주술의 원래 용도는 대상을 강력하게 봉인시키고 나아가 소멸시키는 것이다. 상당히 복잡한 주술을 용케도 사용한 모양이지만, 그는 결국 실수를 저지른 거야. 마력과 함께 너의 일부만을-일부만이라고 해도 2/3는 되지만- 봉인한 거야. 너가 보통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계산에 넣지 못한 모양이지.”

“그래…….그럼 해제하는 법도 알지?”


미르세린의 질문에 아스모데우스는 이상하게 히죽거렸다. 이를 본 레이야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크…….장난은 그만두도록 하지.”


아스모데우스는 얼굴빛을 급하게 고치고는 레이야에게 말했다. 블러드 크로스를 들어 올리던 레이야는 그의 말을 듣고는 다시 손을 내렸다. 아스모데우스는 약간 안도하며 말했다.


“그 주술의 해제 법은 너희 스스로 알아내라.”

“뭐어?”

“어차피 이 상태로는 해제 불가능이다. 봉인에 사용된 영혼은 여기 있지만, 봉인을 해제한 후 영혼이 돌아갈 몸이 없으면 양쪽 모두 파멸이니까.”

“영체?”


아스모데우스는 피식 웃으며 주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르세린에게서 한쪽으로 하얀 연무가 빠져나가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녀석, 봉인의 도구 말이다.”


두 사람을 당혹하게 만든 것은 미르세린의 옆에 선 희뿌연 형상이었다. 유령처럼 희미한 형상은 자세히 보지 않는 아상 알아차리기 어려운 약간의 붉은 오로라를 띄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레이븐이 물었다.


“미르세린님, 이건 혹시 홍염 속성의?”

“맞아. 나와 같은 마력을 사용하는 자야.”

“그런데 어떻게 죽은 자가 마력을…….”

“그는 죽은 게 아니다. 단지 제 몸을 떠났을 뿐이지.”


아스모데우스가 설명을 막 마쳤을 때, 그 유령은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

 <LDK> 5화입니다.
 드디어 사라졌던 예희가 등장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합니다만, 주인공 파티는 대충 꾸려진 셈이네요.
 상당히 진행이 느린 글입니다. 아마 한참 동안 느긋하게 연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일요일에 <시크릿> 연재로 다시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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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1.05.01 01:43

    호오~. 미르세린과 레이야, 무섭네요.

    그런데 가끔 가다보면 김예희와 '김예빈'이 헷갈리더라고요.

    (최근에 '카산드라의 거울'을 봤음)

  • profile
    클레어^^ 2011.05.02 00:55

    아아... '카산드라의 거울'은 프랑스의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인데요.

    거기 나오는 카산드라는 고대의 여자 예언자 카산드라와는 동명이인입니다. 그런데 과거를 기억 못해요. 그런데 영화배우나 언어 같은 것을 잘 알지요.

    그 소녀가 어느 기숙학교를 탈출해서 4명의 노숙자를 만나게 되는데, 하나는 벨기에 출신의 중년 배불뚝이 남자, 또 하나는 이탈리아 출신의 뚱뚱한 중년의 여자, 또 하나는 세네갈이었나? 아프리카 출신의 노년의 남자고 마지막 하나가 바로 평양 출신의 탈북자 김예빈이란 17세 소년입니다.

    그러면서 카산드라가 그들과 어울리면서 예지몽을 통하여 세상을 구하지만, 노숙자라는 신분 때문에 세상에서는 외면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카산드라가 자기의 과거를 찾아가게 되는 거죠.

    이 김예빈이란 등장인물 때문에 국내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 최초로 한국인이 등장했다고 난리가 났었죠.

    (사실은 북한 출신이지만요. 거기에서 김예빈은 김정일을 증오한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5.02 00:03

     악마를 협박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주술이라 좀 그렇습니다. 다른 원인도 없지 않지만요;;;


     <카산드라의 거울>은 뭔가요? 저는 잘 모르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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