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는 말했다. 아니, 그가 그래서 말을 꺼낸건지 뭔가 다른 알지못할 이유 때문에 말을 꺼낸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말을 하긴 했다. R은 그 점을 대단히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가 꺼낸 말은 "이딴 좁아터진 곳에서 이 수가 그 때까지 살 수 있을 턱이 있냐" 라든가 "깡통이 관리하는 곳이라니 죽음은 결정되어 있던 거나 마찬가지군" 이라든지 하는 매우 심기-R은 그것을 심기라고 말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또한 그것보다 지금의 사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용어는 없다고 생각했다-를 거슬렸지만 묵묵히 참고 들을 만한 수준은 되었다. 그래서 더 감사했다. 사실 R은 방금까지 돼지 멱따는 소리로 소리만 빽빽 질러대는 지능 낮고 수준-R은 이것을 판단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개념이 완벽하게 정의되지 않은 용어일지라도 가장 완벽한 의미 일치를 보인다는 이유로 이 단어를 선택했다-떨어지는 복수의 여성체 그를 만난 뒤였기 때문에 매우 지능적이고 사고 깊은 이 그가 자신의 마지막 담당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R은 남이 자신에게 무언가 좋은 영향을 끼쳤을 때 하는 답례 중 '감사합니다' 와 '고맙습니다' 중 어느것이 옳은건지 혼동했지만 머리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그래도 현대에 와서 의미혼용이 많이 되고 있는 '감사'를 선택했다-하고 있었다. 비록 답변은 매우 예절에 어긋났지만 그 정도쯤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R은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런 예절에 어긋나는-솔직히 말하자면 대화 대상의 모독 혹은 욕설에 가까운-말을 듣고도 별 반응이 없는 R을 이상한 놈-사실 그 시선은 일상사회에 "일반형"이라고 통용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어떠한 인격체를 보는 시선과는 거리가 멀었고 "미친놈"이라거나 "모자라는놈"을 보는 시선에 가까웠다-보듯 보면서 여태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입을 열었다.

 

"왜 아무 대꾸도 없는 건데?"

 

R은 자신에게 인격체로서의 대화를 요구하는 그에게 더 깊은 감명을 받고 말았다.

 

"당신이 저의 말에 보여주는 반응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머리에 똥만 들어찬 병신 새끼들이 높은 자리에 있다가 생존가능성은 졸라리 높은 좋은 곳들로 도망가서 단추 하나 눌러 세계말을 가져온지라 남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자신들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그 정도의 반응이라면 사실 겨우라고 말하기는 힘드니 감사하는게 마땅하겠지."

 

R는 다른 의미에서 그에게 감격했다. 그는 이 긴 말을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이 한 번에 말했고, 말이 끝난 뒤에도 들숨날숨이 모두 평온했다. 이것은 몇몇 선택-R은 이 세상에 정말 신이 있는가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었으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즉 유전자 외의 요소로도 사람이 틀려질 수 있다는 믿을만하고 근거 있는 높은 가치의 자료로 말미암아 알고 있던 사실 때문에 어떠한 개체가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선택된다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받은 달변가들에게나 내린다는 절대발언능력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R은 솔직하게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달변가입니다."

 

"개소리 집어치고."

 

R은 자신의 솔직한 감상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하는 그의 반응과 일부 언사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너의 그 '잘나신 방공호'에 대한 설명은 익히 들어서 이 '잘나신 방공호'에 대해선 더 궁금한 건 없는데 다른 궁금증이 생겨 버렸거든? 그러니까 귀찮더라도 답해줘야 하겠다."

 

"당신이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로부터 완전히 차단되고 모든 수용체를 보호하며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자체조달할 수 있는 최고의 첨단 방공호 1호'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다니 한시름-사실 R은 아직 이 한시름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지 못했다-놓았습니다. 그런데 더 궁금한 것은 무엇입니까?"

 

공교롭게도 그 때 반은 실성한듯이 보이는 한 허름한 차림에 부엌칼을 빼든 조금 늙은 그가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R은 그 순간에 그의 옷에 범벅-이 용어에 대해 R은 잡다한 것이 뒤섞여 정배열과는 거리가 멀고 어떤 특정한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은 방법으로 뒤섞여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이해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된 선혈들을 보고 그가 이미 몇 차례 피난을 할 수 있었던 몇몇의 생존자 그를 해친 상태라는 걸 파악해냈다. 그러나 R은 방범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기에 매우 흥분해 있는 살인자-R은 일찍이 살인자라는 이 다채롭고도 난해한 단어 앞에 무릎을 꿇은 바 있었다. 이 단어는 너무도 심하게 비상식과 비과학의 범주를 오고갔으며 그 변복조 또한 심했고 쓰이는 때나 장소도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비록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다른 생명체를 죽였다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에 이 때는 살인자라는 말을 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늙은 그를 피해 없이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R은 다가오는 살인자 늙은 그를 보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방범을 담당한 다른 R을 호출할 수밖엔 없었다. 그런데 그 때 R 자신과 이야기하고 있던 그가 야구방망이-R은 길쭉하고 특이한 모양의 쇠몽둥이인 것으로 보아 그것이 야구라는 운동경기에 쓰이는 방망이의 금속제 제품이라는 것을 파악해냈다-로 살인자 늙은 그의 머리를 후려쳐 제압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방범을 담당한 근처의 다른 R을 호출하는 것을 그만뒀다.

 

"당신은 훌륭한 투사입니다."

 

"그만두래도."

 

그는 방망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방망이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러던 와중에 얼마간의 피가 R에게 튀었지만 R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R에게 물어왔다.

 

"그러고보니, 이 조그만 지구라는 땅떵어리에 필요 이상으로 초번식하는 인류라는 쓰레기를 청소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서라는 것은 수긍할 수 있겠다. 근데 너희들은 대체 뭐야?"

 

R은 자신과 다른 복수 R 자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그를 찬양-이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행위이며  과학이나 논리, 철학에 의해 논증받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R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이 그 말이라고 판단했다-하고 싶어졌다.

 

"R과 다른 복수 R은 필요에 의해 수가 강제조절된 인류라는 생명체종에 대해 멸종을 방지함과 동시에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시키고 필요한 경우 알맞게 보수하며 필요한 경우 적절하게 진화를 돕기 위해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로부터 완전히 차단되고 모든 수용체를 보호하며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자체조달할 수 있는 최고의 첨단 방공호 1호'에 있습니다. R과 다른 복수R을 이곳에 있도록 한 주체는 인류라는 생명체종의 현존군집사회체제들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복수 그입니다."

 

R은 자신을 앞에 두고 방망이를 휘두르기 위한 자세를 취하는 그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R은 곧 그의 답변에 의해 그의 말과 그 속에 담긴 논지와 사실과 정당성을 모두 인지했으며 그것이 그르지(F) 않다고(N) 판단했다. R은 그가 휘두른 방망이에 자신의 뇌수가 으깨어지는 걸 느끼며 조용히 침묵했다. 인지가 불가능해지기 바로 전, R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에 대해 고찰해 볼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와 다 못 나눈 깊은 심도의 지성 대화를 아쉽게 생각했다.

 

"그럼 세상에서 제일 필요 없는 것들은 네놈들이잖아, 깡통아."

 

 

?
  • ?
    리위 2011.05.03 04:00

    ps. 작일 05년02월 오래된 글 재탕입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5.04 00:56

     알듯 모를듯 애매하네요;; 흔히 보지 못하는 종류 글이라선가요?

     한 번 읽었단 것으로 만족해야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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