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안치된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화장해야할 사람은 불 태운다고 하지만
그저 땅 적다고 이렇게 보내는 것이 섭섭할 뿐,
어느 몸이나 소멸이야 없을까?
사람 안에 있는 대장 소장 간장 콩팥 위장 폐 뼈
그리고 뇌라는 기억장치 안에 들어갈
10의 12승은 족히 넘는 용량들.
그곳에 어느 동화같은 모습이 들어있을까.
그리고 어느 전지 한장에
들어갈 산문이 하나 있을까.
기억과 무의식을 가지고
책을 써서 책 한권을 채우려면
도서관에 있는 책장같은걸로는
어림도 없을거다.
지금, 그 열람할 수 없는 책은
책장보다 더 긴 관속으로 들어가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억장은 순식간에 타버렸다.
눈물흘리는 것이 오래된 슬픔일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오열일까.
그리고 며칠간의 슬픔을 깨는 목소리.
"걱정마, 그 책 하늘로 올라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