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들어오기 전엔 한국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친목/교류다(2011년 통계)느니, 사회에도 존재하는 친목 행위를 인터넷에서 금지한다고 막을 수 있겠느냐느니 하는 식의 얘기를 먼저 할까 하다가, 다른 분들이 이미 많은 얘기 써주신 걸 보고 그만뒀습니다. 다만 량 님께서 언급하셨던 것처럼, 용어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대다수의 오해와 분쟁은 사실 언어 문제탓이라던가요.
이번 일에서 로암 님이 어떤 행동을 했고, 그 행동이 어떤 이유에서 나왔는지 고민해보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 가지 정도가 가장 염려가 됩니다.
황제폐하 님과의 분쟁에서, 로암 님은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운영자인 천무 님 칼을 빌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닭느 님과의 분쟁에서, 로암 님은 창도 운영자가 특정 사람 편을 들어줄 정도로 자의적인 권한 사용이 가능하다고 착각했습니다. 저는 두 착각 모두가, 창도 운영자 권한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친목질 유무는 차치하고서라도요.
공개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회원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운영진으로부터 어떤 행동이 취해질지 예상할 수 있는 규범이 필요합니다. 또, 운영진의 역할을 수혜적 업무와 규제적 업무로 분리하고, 규제적 업무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유대, 정서,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도록 철저히 사무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혜적 업무는 운영진 정책과 집행이 특정 회원이나 모든 회원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업무를 의미하고, 이벤트나 보상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규제적 업무는 정책과 집행이 특정 회원이나 모든 회원에게 제약이 되는 업무로, 회원 징벌이나 게시물 삭제 등이 해당되겠죠. 수혜적 업무는 아니더라도 규제적 업무에서만큼은 이것이 어떤 규칙에 의해서 집행된다는 것을 미리 알리고, 해당 규칙에 없는 행위는 일단 규제하지 않은 뒤, 운영자분들 및 회원들과 의견교류가 있은 후에 새로이 규칙을 만들어 거기에 따라 집행되어야 합니다.(청구-반영-제정-공포) 운영자가 다루는 칼이 운영자 자신의 사적인 감정과 친목 행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회원들과의 오해를 푸는 조치인 동시에 운영자 분들을 보호하는 조치도 될 것입니다. 왜냐면, 운영자분들이 아무리 친목, 혹은 친목질을 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기계적으로 명시적 규칙에 의해 해결함으로써 공정성을 잃지 않는다는 증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가 하는 청사진이나 기준 정도는 마련되고 공공에 공개되어 운영자들의 행위가 친목질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합의된 규칙에 따른 결과라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 중언부언 적고 맙니다. 저녁에 돌아와 좀 더 풀어내던지, 아니면 댓글을 달던지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