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에 글 올릴때면 항상 분류 란에 어떻게 적어넣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창조도시에선 딱히 장르분류를 엄격히 하는 분위기도 아니라 별 상관은 없지만 올리는 입장에선 괜히 신경쓰이니까요;
그 중에서도 새로 생긴 라이트노벨 장르는, 특히나 장르구분이 애매모호한 분류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라이트노벨들, NT노벨이나 시드노벨 따위를 얼핏 살펴보면 판타지, SF, 연애물 등 온갖 장르가 뒤섞여 나오니까, 크게 보면 창도에 올라오는 글 모두가 라이트노벨이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 편으론, 라이트노벨 공모를 받는다는 시드노벨을 보면 '라이트노벨'이라는 분류가, 엄밀하진 않지만 존재는 한단 걸 알 수 있기도 합니다. 거기 글 올리는 사람들 얘기라던가, 업로드된 글 따위를 보면 확실히 장르는 다양해도 '모든' 판타지, '모든' SF를 다 라이트노벨이라고 부르진 않더라고요;
뭐 그래서, 라이트노벨이 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기라도 한다면 글 올리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지 싶어 일단 아는대로 적어봅니다. 그 다음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 댓글을 통해 잘못된 점이 수정되거나 하면서 대충 '이 정도면 라이트노벨이다' 란 수준 정도는 그려질 수 있겠죠;;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란 겁니다...어디 명백한 근거가 있는 게 아니라;;
라이트노벨에 대해서, 저는 크게 보아 두 가지 특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소설이다.
2. 확장성을 가진 소설이다.
먼저,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소설이란, 작가와 독자가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는 소설이란 얘기입니다.
라이트노벨이라 불리는 소설들은 하나같이 캐릭터가 강렬한 소설들입니다. 캐릭터를 '팔릴 법한 강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라던가, <부기팝>, <나와 호랑이님>같은 것들도 다 그런 종류겠죠. 다만 단순히 캐릭터가 독특한 소설이란 의미는 아닙니다. 마이조 오타로 <아수라 걸>같은 소설에 대해서 라이트노벨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드뭅니다. 단순히 독특한 캐릭터, 예컨대 명백히 정신이 나갔다 싶을 정도로 지껄여대고 행동하면서 작가의 총애를 받는다곤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소모품 같은 캐릭터는 라이트노벨의 등장인물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암묵적 합의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트노벨이라면 아무리 등장인물이 많아도, 이를테면 <듀라라라>같은 군상극이라도 인물 하나하나에 작가가, 그리고 독자가 애정을 보이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나 <바케모노가타리>도 이런 기준대로라면 라이트노벨에 해당하지만, 어디선가 단순히 라이트노벨로 분류하긴 그렇단 얘길 본 것 같기도 하네요;;;
확장성을 가진 소설이란, 분량 측면과 미디어 측면에서 얼마든지 확장, 변환시킬 수 있는 소설이란 의미입니다. 캐릭터와 배경이 동일하기만 하다면 몇 권으로 늘건, 어떤 매체에서 어떤 사건 속에 집어넣건 어색함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소설로 먼저 나왔더라면 <동방프로젝트>같은 경우가 좋은 예가 되었겠지요. 얼마나 많은 동인 스토리로 변형되었는지 아신다면, <동방프로젝트>가 가진 확장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라이트노벨은 어느 정도는 이와 비슷한 확장성을 가집니다.
분량 측면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하늘 님께서 말씀하신, 1권 내에서 스토리가 완결되는 소설이라는 정의는 여기에 해당되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인간, 같은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면 상상해낼 수 있는 사건 수만큼 권수가 나오는 소설이 라이트노벨입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경우를 예를 들자면, 1권은 입학식, 2권은 수학여행, 3권은 여름방학 이런 식으로 이론적으론 한없이 권수를 낼 수 있는 거죠. 일단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무한정 이야기를 늘일 수만은 없는 일반적인 소설들, 우리가 흔히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대다수 소설들과 라이트노벨은 이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 소설들, 예전 국내 판타지를 비롯해 드라마까지도, 한국에선 일단 서두부터 완결까지 짜임새 있는 구성을 하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미디어 측면 확장성이란 건, 일단 소설이 출판되면 그것이 동인 손으로건 상업적 목적으로건, 만화건 애니메이션이건 게임이건 다양한 형태로 변형을 시도한다는 의미입니다. 각 매체별 전환이 자유롭게 일어나는 일본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우리나라도 최근엔 이런 시도들이 간혹 엿보입니다. 국내 작가들 작품에 대한 동인활동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시드노벨에서도 이쪽을 굉장히 의식하는지 드라마CD화, 게임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진 판촉용 수준이긴 하지만요;
저 기준이 맞다고 치고, 적용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요즘에 제가 연재하는 <시크릿>을 놓고 보자면,
1. <시크릿>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소설입니다 - 주요 캐릭터들은 각자 흔한 소모품 이상의 사연(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건 <시크릿> 속 주요 캐릭터들에게 제가 어느 정도 애착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죠.
2. <시크릿>은 확장성을 상정하고 쓴 소설입니다 - <시크릿> 이전에 제가 올린 글들에서 얼마나 많이 마녀가, 진연이나 '사랑하는 딸' 등이 나오는지 아신다면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작가의 의도만 놓고 생각한다면 <시크릿>은 라이트노벨인 셈이죠. 대개의 다른 글들은, 1번은 충족시키지만 2번을 충족못시키는 경우가, 즉 변형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쓴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2번은 충족하지만 1번을 충족못시키는 경우는 보다 적고, 1, 2번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글도 있긴 하겠지만 문학동에서처럼 업로드되는 글들 가운데선 보기 힘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크릿>이 라이트노벨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서, 팔리는 라이트노벨인 것은 아닙니다. 최근 시드노벨 쪽을 보면 '라이트노벨은 팔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당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팔리는 요소를 넣을까, 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이는 '공식'이니 '코드'니 하는 게 들어가고, 그러면서 일본쪽과 별 차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그것 때문에 치고박고...
암튼 결론적으로 제가 내린 결론은 저 두 가지 기준이네요;; 또다른 분류 기준이 있는지, 혹은 제가 제시한 기준이 문제가 있는지, 고쳐야 할지 등등을 가지고 토론해 보죠^^; 얘기가 많이 나올수록 라이트노벨을 쓸 사람도, 볼 사람도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이 되네요...애당초 장르 나누는 게 다 쓸데없는 거다라고 한다면야 할 말 없지만서도요;
기존 소설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