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9 21:01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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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  +  +



 "뭐...?"


 


 "리사 이폴리타가 온다고.. 곧 있으면, 아니 좀 많이 늦었지. 아무래도, 리사, 그리고 리케아는 언홀리가 너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한동안 너를 멀리서 감시했었겠지."


 


 확실히, 리사나 리케아가 언홀리를 피하는건 당연했다. 2번이나 격돌했던 언홀리의 힘은 정말 엄청났다. 물론 리사나 리케아가 어느정도인지는 몰라도, 성가신 상대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어떻게 올꺼라고 아는거야?"


 


 나는 꼭 리사가 오늘 올꺼라고 확신하는 이슈미아에게 되묻는다.


 


 "그거야, 니가 돌아왔으니까. 언홀리와 격돌하고 니가 돌아왔다는 건, 언홀리가 전투불능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지. 그리고 언홀리라는 걸림돌이 없어진 지금.. 그 성질급한 리사가 올꺼라는건 너무도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게다가 리사는 아직 너를 '새벽의 지배자'로 알고 있었을테고. 니가 언홀리를 제압하는걸 보고 그 마음을 더 굳히고 있겠지. 아마 안달났을껄? 해가 뜨자마자 달려들껄?"


 


 놀랐다. 이슈미아는 내가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까지 이미 정확한 추측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말을 하면서도 음식을 유린하는 손은 멈추지 않는 것도 덤으로 놀라웠다.


 


 "뭐야, 그 의외라는 표정은. 기분 나쁜데?"


 


 "신경쓰지마. 원래 얼굴이 이래."


 


 무심을 가장한채 대답한다. 이슈미아의 표정은 떫은 감이 되었지만, 이내 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 뒤로 남은 음식을 다 먹기까지, 별다른 말을 오가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슈미아는 나에게 설거지를 맡기고는 거실에 널부러졌다. 자기가 준비했으니까, 치우는건 내 몫이라고 말하고서는. 반발할 말도 없고, 어차피 이렇게 될꺼라는 생각도 했었으니까 군말없이 설거지를 마쳤다.


 


 그리고 나도 할일없어, 거실 베란다에 등을 대고 앉았다. 차가운 바깥공기가 유리를 통해 전해진다.


 


 "사인아. 너, 어떻게 살았었어?"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나질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텅텅 비어버린 내 필름.


 


 "갑자기, 그런걸 왜 물어보는건데?"


 


 "흐음. 아니 집에 아무것도 없잖아? 심심하지 않아?"


 


 바닥을 한차례 뒹굴거리는 이슈미아.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얼굴은 어디 상류층의 귀족 아가씨처럼 생겨가지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닥을 뒹구는 이슈미아.


 


 "먹고 자는데만 지장없다면 상관없어."


 


 "또.. 그 대답이네. 아, 좀 길게 길게 해보라고. 리사가 올때까지 잠자면 안되니까. 그렇게 말 짧게 하면 금방 졸릴꺼라고."


 


 "리사는 솔라리스라며? 밤에는 못오는거 아니였어? 아침에 일어나면 충분하잖아."


 


 그 말을 마치자마자 왠지 잠이 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이슈미아의 장단을 맞춰주다가 자야겠다.


 


 "참내.. 정말 둔하구나. 내가 누구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좀 더 위기감을 가지라고. 너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뒹굴거리는걸 멈추지않고 성을 내는 이슈미아. 표정은 화난것같은데 행동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이해할수도 없다. 어째서 나를 도우려는건지. 나는 살아있든지 죽어있든지...


 


 


 죽은거나 마찬가지인데.


 


 


 하지만 아직 나는 작은 양심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괜히 이슈미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잠자코 있는다.


 


 "알았어. 아침이 올때까지 안잘께."


 


 "좋아. 진작에 그랬어야지! 하여튼.. 자, 이제 이야기 해보실까?"


 


 "뭘?"


 


 "뭐긴, 뭐야. 어떻게 살았었는지. 여태까지."


 


 다시금 받아보니, 꽤나 무책임한 질문이 아닐수가 없다. 질문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어디서 부터 대답해야될지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애초에 들려줄 이야기도 없다. 이 지루한 삶의 이야기는.


 


 "...모르겠어. 딱히 들려줄 만한 이야기도 없거든."


 


 "그럼, 내가 질문할께."


 


 이슈미아는 뒹굴던 몸을 멈춰세우고 내쪽으로 엎드렸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어?"


 


 "강원도 소양군에서 2001년 6월 10일."


 


 "부모님은?"


 


 "두분 다 내가 중학교 1학년때 돌아가셨어."


 


 "왜?"


 


 이슈미아는 내가 쉽게 '부모님의 죽음'을 말하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살해당하셨어."



 뇌는 불가항력으로 그 광경을 다시금 재생한다. 또다시 빈혈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뭐야. 엄청난 이야기잖아. 그래서 범인은?"


 


 "아직."


 


 "......음. 미안. 괜한걸 물었네."


 


 "괜찮아. 오래된 일이니까."


 


 이슈미아의 공세가 잠깐 멈춘다. 쏟아지는 질문에 반작용하듯이 대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경찰서에서 취조당하는 기분이 어떤건지 대충 느껴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점차 본격적으로 빈혈이 나를 덮치려는걸 억지로 참고 있어 혼란은 가중된다.


 


 "그럼, 다시 질문할께. 이 아파트에는 언제부터 살기 시작했어? "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방학때부터."


 


 "그럼 그전에는 어디서 살았어?"


 


 "이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있는 동네에서 살았어."


 


 기진이와 소혜와 어린시절을 같이 보낸 동네. 이사한 뒤로는 건너편 동네가 되버린 내 어린시절.


 


 "그럼 어린시절을 그 동네에서 보낸거내. 궁금한데? 너 어렸을때는 어땠어?"


 


 어떻게 이슈미아는 내가 대답하기 싫은 질문들만 해올까. 걱정없던 순수했던 시절. 추억이라고 하면 넘치고 흘렀다.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 어디하나 추억하나 없는곳이 없을텐데. 어렸을때의 나는 정말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행복해서, 너무도 평화로워서 말로 꺼내는 것조차 내가 더럽혀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생각을 이어가지 않는다.


 


 "그냥, 평범했어"


 


 "거짓말. 너 지금 생각하고 있었잖아!"


 


 쓸떼없이 날카로운 녀석이군.


 


 "정말 평범했어. 특별한게 얼마나 없었으면 억지로 생각하고 있었겠어?"


 


 "으으으음~!"


 


 이슈미아는 도끼눈을 뜨고 나를 한번 훑어본다.


 


 "좋아. 어차피 나중엔 다 이야기하게 될테니까."


 


 그렇게 쓸떼없는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  +  +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태양은 폭발직전에 임박해있는건지, 섬뜩한 붉은색. 그 붉은색이 지금 눈동자에 흘러들어온다. 일출과 함께 이 몸은 제어불능에 치닫는다. 오로지 증오만이 자신의 존재 의의인듯,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하고, 자신조차 증오한다.


 


 붉은 과실을 한입에 베어물자 과즙이 입술을 적시고...



 증오해라! 증오해라! 증오해라!



 광기에 흔들려 손을 흔들면 아름다운 향기가 울린다. 망설임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전부 사라질때까지, 이 손으로 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피바다 끝에선 그림자. 그곳에는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거라고는, 정신병자같은 웃음과 허탈한 마음, 그리고 증오라고 불리우는 본능뿐.


 


 '괴로워, 하지만...'


 


 


 즐거워.


 



 또 다시, 잠잠해진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잠시라는 걸.


 


 


 찢어버려! 찢어버려! 찢어버려!


 


 둥글게 찬 보름달에 선혈마저 가득차 흘러, 메마른 식도로 삼켜져 전율친다. 온 몸을 드러낸 달빛아래 희미하면서도 뚜렷한 춤사위를 춘다. 여전히 충혈된 눈이지만, 웃음따위는 흘리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증오할뿐.


 


 절정에 다다른 춤사위에 촉촉한 방울들이 느릿느릿 맴돌고...



 증오해라! 증오해라! 증오해!!!!!



 섬세한 손놀림을 놀릴때마다 짜릿한 감촉이 말초신경을 탄다. 참을성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이 춤이 끝날때까지, 전부 붉은색으로 산화시켜주마.


 


 달빛끝에 잠드는 존재. 그곳에는 죽음이라 불리우는 것만이 남아있을 뿐이며,
 소아마비처럼 비틀린 몸과 메마른 마음, 그리고 증오라고 불리우는 이성뿐.



 '즐거워, 하지만.'


 


 


 괴로워.


 



 시간이 흘러 달도 태양도 사라질 무렵이되어 또다시 잠잠해진다.



 이 순간만이, 더렵혀진 몸를 현실로서 받아드릴 수 있는 시간. 도망치려던 생명의 몸부림이 온 사방을 피로 물들인 현장. 그곳에서,



 어찌된일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실히 구별할수 없은 잿빛 은발의 소유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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