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7 06:06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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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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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Isuemia La Er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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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잠들다가, 다시 고통으로 깨어나고.. 다시 또 잠들기를 오랫동안 반복했다. 타인의 손에 유린된 심장을 다시 돌려놓기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흡혈이라도 하면 이거보단 수월하겠지만, 사인이의 집에 있는건 나뿐이고, 흡혈을 할 마음도 없다. 빠르던 느리던간에 어차피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건 변함없으니까.


 


 그것보다 일이 점점 틀어져가는게 불안하다. 리스민트와의 약속을 지키고 금방 내가 그토록 원한던 소망을 이룰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사인. 그 애를 처음 보았을때, 분명 '새벽의 지배자'의 빙의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상한 기분, 아니 느낌이 들었다. 사인이의 검은 눈동자를 보았을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하고도, 개운치 않은 이질감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다. 굳이 그걸 말로 하자면.. '짜증'? 비슷한걸까..


 


 지금에서 사인이가 '새벽의 지배자'라는 이야기는 거의 틀린 말이 되었다.
 
 솔라리스도 아닌것 같고, 루나리스도 아닌것 같아. 아니, 아예 흡혈귀가 아닌 것 같지만 또 흡혈귀 같고...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다. 애초에 '새벽의 지배자'는 공간계를 빠져나오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다. 나는 새벽의 지배자를 봉인한 장본인이야. 물론 내 힘으로 전부다 한건 아니지만. 공간을 일그러트리는 인터럽트만은 나만의 것. 공간에 대해서 느끼는 이상. 절대로 잘못 느낀게 아니다. 새벽의 지배자는 공간계를 빠져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사인이에게서 느꼈던 그 엄청난 '증오'는 새벽의 지배자가 아니면 도대체 뭘까?


 


 수수께끼를 채 풀기전에 사인이는 나를 찌르고 사라졌다.
 
 리스민트와의 약속은 지키긴 커녕,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 분명 엉뚱한 사건이다. 사인이는 새벽의 지배자가 아니야. 그걸로 끝.


 


 하지만, 그냥 무시하기에는 걸리는게 있다. 리사 이폴리타가 저지른 대량학살. 그리고 나와 같이 사인이의 주변을 맴돌고 있던 리케아 렘 베른.


 


 일단, 잠시 리스민트와의 약속은 미루고, 그들을 지켜보기로 결정한다.


 


 "흐음.."


 


 방을 살펴본다. 청소년기의 남자아이 방 치고는 너무도 깨끗하다. 청소를 잘 해서 깨끗하다기보다, 애초에 청소를 할 거리가 전혀 없는 방이었다. 있는거라고는 책상 하나와 침대 하나.


 


 방을 나와 거실을 둘러본다. 방보다 한층 더 비어보이는 거실. 햇빛을 등지고 있는 아파트의 위치와 검은색 커튼으로 인해 방안에 드는 빛은 한 줄기도 없다. 넓은 공간에 있는거라고는 그저 처음 입주했을때 깔려있는 목재장판이 전부였다. 거실 한쪽에는 주방이 있는데 그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뭐야..."


 


 보통 가정집이 가지고 있을 물건은 아무리 눈비비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정상적인 생활이나 할 수 있을까? 잠자는 것밖에는 못하잖아.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게, 이 곳이 태양에 노출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참나... 집에 있는게 없어.."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혹시, 그냥 지나친게 있을까하고 한두번 거실을 돌아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도 아예 사용을 안하는건지 바닥타일에 바싹 메말라 있었다.


 마지막으로, 거실 옆 쪽에 있는 방. 아마도 안방같은 거겠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른쪽 벽면을 가리고 선 긴 장롱. 작은 TV선반. 베란다로 이어지는 창문. 그것이 안방의 전부였다. 하지만 내 가슴은 갑자기 '쿵'하고 흔들린다. 불길한 느낌. 어디선가 보았던 방 구조였다. 이런걸 '데자뷰'라고 하는건가.


 


 이상한 기분에 잠깐 서서 곰곰히 생각한다. 하지만 긴 세월동안 속에서 나의 행적을 기억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애써 생각해보려하지만, 이런 방이 한 두개가 있는 것도 아닐테고. 그래, 그냥 느낌이 그럴뿐이야. 난 여기에 처음온거야.


 


 생각을 바꾸려고 해도, 내 마음은 여전히 세차게 뛴다. 누군가가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내 사고는 도달하지 못한다. 애타는 마음만이 불길한 느낌에 반응할뿐.


 


 딩동~


 


 갑작스런 벨소리함께 나의 떨림은 잦아든다.


 


 


+  +  +


 


Return to View..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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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Yeon so 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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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 왔다!"


 


 우리는 503호라고 이름 지어진 철문과 마주했다. 문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뚫린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이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다. 지은지 몇년은 되어보였지만 복도도, 외벽도 아주 깨끗하게 관리되어있었다. 하지만 인기척조차 청소하는 기술이 있는건지 '사람이 살기나 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삭막했다. 이런 메마른 공기를 느끼면서도 이유없이 스스로 납득해버린다.


 


"차암~. 그 녀석 성격이랑 아주 찰떡궁합이네. 여기."


 


 기진이도 나와 별로 다르지 않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이곳은 평소 사인에게서 느껴지던 공허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기진이의 말. 무언가 이상했다.


 


 "어...? 기진이 너 처음 오는거였어?"


 


 "응. 그 녀석이 절대로 오지말라고 했거든."


 


 저기 그런말은 제발 일찍 좀 말해주지 그러니? 이미 다와서는 중요한 사실을 말하다니. 도대체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그래도 용케 주소는 알아냈군.


 


"아. 괜찮아. 괜찮아. 우린 하나뿐인 친구를 걱정하는 착한 청소년이니까."


 


 나의 황당한 표정을 보더니 검지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까딱이는 기진이. 말로는 친구를 걱정하는 소년을, 표정은 만화에서 음모를 꾸미는 3류 악당을 1인 2역하는 모습에 괜찮아 질리가 없다.


 


"후우. 일단 왔으니.. 할 수 없지."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진이는 기다려다는 듯이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빈 복도를 메아리쳐 사그러질때까지 안에서는 아무 반응도 나타나지 않는다.


 


" 어쭈?"


 


 동네 양아치같은 효과음을 흉내는 기진이. 그리고 초인종을 오락실 버튼 갈기듯이 마구 눌러댔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야!"


 


 '정지'라는 의미를 함축한 지시대명사를 힘차게 날렸지만 일방통행이었다.


 


 딩동딩동딩동딩동... 퍽!


 


 "그만 두지 못해!!"


 


 양손가락으로 초인종을 연타하는 기진이의 복부에 작렬하는 나의 주먹. 그걸로 일단 상황은 멈췄지만 복도는 거슬리는 메아리로 가득했다.


 


 "왜에~ 때리는거야아아아~"


 


 기진이는 한참 열중한 놀이를 방해받은 어린아이처럼 나를 초롱초..아니 썩은 눈빛으로 쳐다본다.


 


 "초인종이 복수해달랬어."


 


 장난에는 역시 장난으로 맞서주는게 정석이다. '보복률'이라는 건 나쁘기만 한것이 아닌것 같다.
그때 소란스러운 초인종소리에 반응을 한건지 안쪽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곧 자물쇠를 푸는 금속음으로 돌변하여 굳게 닫힌 철문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문은 감추고 있던 비밀을 활짝 들어내었다.


 


 하얀색. 은색. 회색. 이 3색의 중간쯤에 있을법한 색. 키는 나와 도토리 키재기. 우리보다 조금은 연상인듯한 분위기. 보기만해도 부드러워보이는 허리에 내려앉은 긴 머리. 고요한 푸른 눈동자는 새벽에 세수하러 온 토끼가 물만 먹고가는 옹달샘을 담은 듯했다. 옅게 웃고 있는 연분홍빛 입술. 수수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정도로 엄청난 미인. 사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하얀 그림자의 감미로운 향기.


 



 "어머. 혹시 너희가 기진이랑 소혜니?"


 


 투명한 입술에서 우리들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 정도의 미인이라면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봤지만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길래 부모님도 안계시는 사인이의 집에서 나오는걸까.


 


 "알겠다~!! 당신...."


 


 어느새 제정신으로 돌아온 기진이는 모든걸 깨달았다는 시원하고도 왠지 험악한 얼굴이되어 외쳤다. 한번쯤 마주쳤던 사이인걸까. 하지만 순수하게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기진이의 표정이 수상쩍다.


 


 "좀도둑이지!?"


 


 잠시 침묵이 감돈다. 마치 핵폭탄같은 그말은 주변을 침묵으로 초토화시켰다. 일단 그런 의심도 한다면 할수 있겠지만. 도저히 저 여자의 모습을 도둑으로 의심할래야 할 수가 없다. 애초에 좀도둑이 우리의 이름을 알턱이 없지 않은가. 뭐, 만약 우리학교 선생이나 학생이라면 몰라도. 게다가 분명 본 기억이 있는것같다. '어디서 봤더라'까지 생각하면 더이상 사고는 앞으로 뻗어가지 않는다. 확실히 그런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서 이런 확신이 튀어나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마디로 기진이는 헛소리를 지껄인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때 담임선생님이 '보호자'하고 통화했는데, 그게 바로....?


 


 "푸훗. 역시 듣던대로 재미있는 아이네. 도둑이라면 이렇게 태평하게 문을 열겠니? 난 말이지. 사인이의 먼 친척되는 누나. 현수인이라고 해. 너희 이야기는 사인이가 가끔 이야기해서 알고 있지."


 


 "그런 어설픈 트릭을 이 명탐정에게 써먹다니! 허허실실의 수는 이미 명석한 두뇌에 파악되었다. 그 형편없는 변명과 작명센스. 급조한 티를 팍팍내고 있다고! 좀도...."


 


 퍽!!


 


 더 이상 장황하게 떠들기전에 칼을 들어 잘라버렸다. 오늘은 어째 평소보다 손이 많이 가는 기진이였다.


 


 "아하하하. 죄송해요. 이 녀석 워낙 철이 없어서... 혹시 저희 담임선생님하고 통하신 분인가요?"


 


 "응.  근데 이일을 어쩌나. 모처럼 병문안을 와줬는데  사인이는 지금 없는데.."


 


 수인언니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때 옆에서 한손으로 복부를 부여잡고 한손으로 벽을 붙잡고 있는 기진이가 고개를 들었다.


 


 "으앙. 때린 곳을 또 때리냐!? 이 악마!"


 


 "더 맞을래?"


 


 기진호 침묵. 조용해진 녀석을 내버려두고 다시 수인언니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 사인이 많이 아픈거 아니죠? 몇일동안 학교에 안나오길래 무슨일인가 해서요..."


 


 "응.. 아직은 좀 아퍼. 오늘은 좀 나아져서 밖에서 나갔어... 몇일동안 병석에 누워있었거든..."


 


 다행이 큰 일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근데 지금 방금 무언가 중요한 걸 잊어먹은것 같은데. 뭐 어쨌든 이걸로 우리의 목적은 완료되었으니 돌아가볼까.


 


 "자. 그럼 실례했습니다. 별일없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볼께요."


 


 "에? 벌써 가려고? 그러지말고 좀 들어왔다가. 혹시 사인이 금방 올지도 모르니까."


 


 언니는 돌아서는 우리의 걸음을 붙잡았다. 물론 나는 '아니예요. 그보다 내일부터는 학교 꼭나오라고 전해주세요. 그럼'이라고 깔끔하게 끝을 맺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럼 사양않고. 아. 그리고 아깐 정말 죄송했습니다. 이런 초절정 미소녀이신 누님을 좀도둑따위로 의심하다니~ 제가 잠시 어떻게 된 모양인가봐요. 헤헤헤"


 


 "어머~ 부끄럽게... 칭찬 고마워."


 


 거절하려고 자세를 잡은 나를 뒤로하고 수인언니와 함께 사인이네 집으로 들어가는 기진이었다.

?
  • profile
    윤주[尹主] 2009.08.27 06:06
    아아, 닉네임 바뀐걸 이제야 봅니다. 댓글에 추천 달아주신 게 첨 보는 분인데 했더니;;
    글 너무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자기 취향에 맞는 글 읽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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