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7 06:06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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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 사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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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Yeon So 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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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현관으로 들어서자 텅빈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 흔한 티비조차 없는, 단지 있는 거라고는 벽시계뿐인 거실. 주방과 거실이 연결되어있는 거실 겸 주방형이었다. 식기대도 그 이름이 무색할정도로 소수의 그릇만이 있었다. 현관의 바로 오른쪽에 작은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 화장실이 위치해있었고 옆에 안방이 있었다. 작은 방은 아무래도 사인이가 쓰는 방인 것 같다. 열린 문틈사이로 침대가 보인다. 살짝 문을 열고 방을 들여다 보자, 뒤에서 이상한 눈빛이 나를 찌른다.


 


 "흐흐흐.. 연소혜.. 난 니가 그런 취미가 있는 줄 몰랐는걸...!?"


 


 기진이의 말에 살짝 뜨끔하기는 했지만, 이내 분노를 가라앉힌다. 뭐, 마음대로 떠들라고 해. 난 단지 궁금했을뿐이니까. 들여다본 사인이의 방은 침대하고 책상이 전부였다. 정말 필요한것 빼고는 하나도 없는 방. 살고 있는 사람의 향기라도 날텐데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문을 닫고 거실로 향한다.


 


 "자. 여기 앉아."


 


 베란다는 앞 동의 아파트 덕분에 햇빛따위 같은건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거실은 안그래도 삭막한데다 음침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앉은 기진이와 나.


 


 "음. 뭐 마실거라도 줄까? 우유있는데."


 


 수인언니는 주방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한다. 하지만 별로 마시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기진이는 옆에서 '네, 네!'라고 촐싹대며 대답한다.


 


 "아니예요..."


 


 "그래?"


 


 언니는 우유가 담긴 유리컵 하나를 기진이에게 건네주고 내 옆에 앉는다.


 


 "사인이, 참 좋은 친구들을 뒀구나."


 


 우리 둘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짓는 수인언니.


 


 "헤헤. 뭐, 사인이랑 저는 둘도없는 죽마고우이고, 소혜는...."


 


 기진이는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말끝을 흐린다. 녀석이 무슨말을 하려고 했는지 다 안다. 괜히 신경쓰이는 거겠지.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일인걸. 난 아무렇지도 않아. 그보다 더 신경쓰이는건...


 


 "저도 기진이보단 오래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때부터 같이 다녔어요. 그런데... 수인언니.. 언니같은 친척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못들어봤는데...."


 


 나와 사인이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 알아왔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지냈는데 사인이에게 이런 친척언니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보아하니, 기진이도 모르는 듯 했다.


 


 사람들마다 말못할 사정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사인이는 정도가 지나치다고나 할까. 하지만 처음부터 사인이가 그랬던건 아니였다. 어릴적 만해도 우리 셋은 같이 놀고, 떨어지면 하늘이 무너질 것같았던 사이었는데.. 항상 웃고 떠들고...


 


 혹시, 모른다. 너무 어릴적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기억을 못하는것일지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이 끝나갈 겨울의 문턱.. 그 때부터였다. 사인이가 변해버린게. 그 때 이후로는 사인이는 필요한 말이 아니면 안하고, 필요한 일이 아니면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 가끔 기진이가 장난을 걸어 견디기 힘들어질때는 빼고..


 


 그래서인지 사인이에 대해서 아는건 손에 꼽을 수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사귀어왔던 친구인데도. 내가 기진이에 대해서 알고있는건 너무도 작은 단편뿐.



 "뭐 녀석이... 한 두번 그런것도 아니고..."


 


 기진이는 아예 달관을 한건지 포기를 한건지 순순히 받아드린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래가지고는 사인이 혼자 소외될뿐이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적어도 기진이나 나에게는 자신을 보여주었으면..


 


 물론, 어린나이였다. 그 크나큰 충격을 받아드리기엔 그때의 사인이는 너무 어렸겠지. 하지만 벌써 길다면 긴 5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사인이는 5년전 그 모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과거에 묶여 살수는 없잖아?


 


 


 "그래. 원래 사인이가 쓸떼없이 비밀이 많지...."


 


 언니는 조용이 웃는다. 그런 사인이를 알고 있는 듯한 씁쓸함이 담긴 웃음. 그 순간 언니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패배를 인정한 듯한 느낌이 든다. 사인이는 이런 사람이랑 같은 핏줄이었구나. 그래서... 나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겠구나...


 


 "흐음. 그런데 집이 왜이래요? 당장이라도 임대할 수 있을 듯한 이 상황은 대체..."


 


 기진이는 거실을 두리번거리더니 한마디 내뱉는다.


 


 "글쎄.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그저께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집이 이 모양이더라고. 사인이한테 물어봐도 대답이 있을리가 없고. 게다가 거실뿐만이 아니야. 다른 방도 텅텅 비어있어. 사인이방에 있는 이불이랑 침대가 이 집의 전부.."


 


 언니도 텅빈집안이 내내 신경쓰였는지 표정이 심각하다. 간만에 가벼운 기분으로 친척동생을 만나러 왔는데 집안꼴이 꼴이다보니 걱정이되겠지.


 


 딩동.


 


 그때 마침 잠잠하던 초인종이 울어댔다.


 



 


+  +  +


 


Return to View..


 


+  +  +


 


 



 정신을 차리니 갈곳이 없었다. 생명을 앗아갈 정도의 상처들은 이미 존재했었던 것조차 알 수 없을만큼 깨끗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몇일동안 계속 입고 있던 교복은 걸레쪼가리가 되어버렸다. 그 상태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목적지같은건 정하지도, 정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길바닥의 거렁뱅이처럼 정처없이 세상을 떠돈다.


 


 사람들은 전부다 타인일 뿐. 내가 번화가를 걷든, 오솔길을 걷든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기만 할뿐이다. 그래, 모두다 상관없는 존재일뿐이야. 시체처럼 쓰러질듯 걷는 나에게 그 어떠한 손길도 내밀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거나 울지않는다. 그저 멍하니 앞으로 걷기만 할뿐.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릴적...


 


 그렇게 수도 없이 넘어지던 과도기. 그때 나는...


 


 


 차가운 현실을 알아버렸다.


 


 


 세상을 떠돌다 문뜩 내 앞에 503호라는 문자가 보인다. 회귀본능인걸까. 그다지 돌아가고 싶은 곳은 아니였는데 어째서 걸음은 이곳으로 나를 인도한걸까. 꽤 오랫동안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또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들어가자.


 


 초인종을 눌렀다. 마치 '들어가자'와 '초인종은 누른다'는 무조건 반사의 관계인듯. 곧 그것이 얼마나 쓰잘떼기없는지 깨닫는다. 내가 여기있는데 이 안에 누군가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집열쇠는 이미 주머니를 떠나 먼 여행길을 오른지 오래. 한심한 자신에게 조소를 터트리며 주저없이 걸음을 돌렸다. 이곳말고는 쉴곳도 없는 주제에.


 


 달그닥. 철컥. 끼이익.


 


 연속적인 금속음과 함께 열릴리 없는 철문이 움직인다. 갈곳없는 노숙자를 하늘이 보살피는걸까?
시야에 비친 열리는 문이 믿겨지지 않는다. 초자연적 현상인가. 아니면 문을 잠그지 않았던걸까. 나 없는 사이에 노숙자의 천국이 되어버린걸까. 수많은 망상이 폐허가 된 머리속을 헤짚는다. 그때 문뒤에 가려졌던 그림자가 모습을 들어내었다. 순간 시신경의 반응을 뇌에서 받아드릴 수 없었다. 왜냐면 그것은...


 


 


 믿겨지지 않을만큼 새하얀 사신.


 



 "이,이슈미...."


 


 "어, 사인이 왔네. 아까는 미안했어. 내가 잠시 흥분했었나봐."


 


 어떻게 니가 아직 살아있는거지. 그리고 왜 여기에 있는거야.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슈미아의 뜬금없는 윙크에 뇌세포가 대량 파업을 일으켰다. 갑작스런 상황에 안그래도 뒤죽박죽인 머리속을 좀처럼 진정시킬 수 없었다.


 


 "얘들아. 사인이 왔어."


 


 이슈미아는 웃는 얼굴로 거실쪽으로 돌아서서 누군가를 부른다. 그러자 거실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기어나왔다. 교복을 입은 두사람. 기진이와 소혜였다.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다 못해, 엉망진창이 되었다.


 


 "엑. 뭐야. 너 교복이 그게 뭐야? 아니 학교도 안간 놈이 왠 교복?"


 


 기진이는 쌩뚱맞은 표정으로 내 아래위를 훑는다.


 


 "...어. 근데 너희가 여기엔 왠일...?"


 


 날라오는 기진이의 질문을 청각으로 받아드리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상황에 의문만 제기한다. 어째서 같이 이 녀석들이 이슈미아와 같이 있는걸까. 그 와중에도 이슈미아는 수도 없이 윙크를 해서 정신을 사납게 한다. 저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 니 교복상태의 이유따위 상관없어. 그보다 중요한건 이렇게나 어여쁘신 누님이 있다는 사실을 왜 나에게 알리지 않았냐는거다! 내가 밥먹듯이 이야기 했잖아~. 주변에 괜찮은 여자좀 소개시켜달라고. 아니, 수인누나는 '괜찮은'의 정도를 넘어섰지만.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이쁜여자좀 소겨시켜....."


 


 줄기차게 달리던 기진이의 말은 돌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소혜의 날카로운 도끼눈의 살기를 느낀거겠지. 저 녀석 이렇게 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세상이 박살날때까지 주절댈테니.


 


 "상관이 왜 없어!? 도대체 학교도 안나오고 뭘하고 다니길래 교복이 그 모양이니?"


 


'오다가 넘어졌어.'라고 변명하기에는 내 교복의 스케일은 민망할 정도로 장대했다. 그렇다고 평범하게 질문해오는 소혜에게 잔인했던 현실을 설명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니 그에 상응하는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 변명거리를 찾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대답할 겨를이 없다.


 


 "별일 아니야. 너희가 신경쓸만한 일도 아니고. 근데 너희가 여기엔 어쩐일로?"


 


 "몇일동안 학교 안나오길래 걱정이 좀 되서 와봤어."


 


 평소와 같은 말투로 어물쩍 넘겼다. 소혜도 더 이상 캐묻지않고 넘어갔다. 순간 소혜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가 마음 한구석이 아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저 무관심하고도 무신경한 말투를 보아하니, 소혜야. 우리는 쓸떼없이 걱정했던거 같다. 뭐, 별일 없다니, 다행이고. 뭘했는지는 모르지만 교복이 저 지경이 되고도 멀쩡한 걸 보니, 빈혈도 다 낳은것 같네. 그만 가자. "


 


 기진이는 어느새 신발을 신고 문밖 나간건지 현관앞에 서있는 소혜를 재촉한다. 평소와 표정은 똑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며 소혜가 나오길 기다린다. 잠시 머뭇거리던 소혜도 현관을 나선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오~ 또 올께요오~ 수인누님~"


 


 "안녕히 계세요."


 


 기진이와 소혜는 싸늘한 복도를 걸어나간다. 무엇때문인지 또 서로 티격대며 사라지고 있었다. 항상 저런식이라서 그 둘이라면 당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전혀 당연하지 않는 존재가 있다. 관계없는 인물들이 사리지고 그제서야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슈미아... 너..."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앞에 서있다.


 


 "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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