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2 02:03

단군호녀

조회 수 609 추천 수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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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보라! 여기 새 것이 있다"라 말할 수 있겠는가 -솔로몬


 


 


 우리는 일상적으로 상대방에게 설명을 해줄 때, 구체적이고 사실적이기를 원한다. 가령 '어제는 밥을 먹었어.' 라고 말을 끝내기 보다는 '어제 점심을 늦게 먹었더니 밥을 늦게 먹게 되더라. 늦은 시간에 뭘 만들기도 귀찮아서 결국 라면을 끓여 먹었어.' 하고 얘기하려 한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은 인간의 욕구 중 하나인 셈인데, 이게 구두가 아니라 문서가 될 경우에는 극심하게 짧아진다. 모두는 이미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간소화된 텍스트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소설이라고 불리는 기호의 문서들이다. 그러나 귀여니와 다른 이들 간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근본적으로 틀리지 않다.


 


 오늘은 창작게시판의 '단군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작자께서 문법적인 부분을 많이 걱정하시는데, 그렇다면 책을 읽으시는 건 어떠신가.


 사실 우리네가 말을 배우는 방법은 경험함으로써 배운다. 이 중에 초등학교 들어가서 말을 뗀 분? 아니면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야 원활히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된 사람? 있을리가. 있으면 그게 문제지. 부모님, 가족, 가정에서 수 없이 우리 말을 들음으로써 우리는 입이 특이고 말을 배운다. 글도 이와 같다. 많이 보고 듣고 쓰면, 당연히 는다. 문법은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건 표현. 얼마나 센스 있고 창의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단군호녀는 창의적인 표현을 찾아 보기 힘들다. 다나까. 군대 말투처럼 딱딱 끊어지는 글들은 홀딱 벗긴 여자처럼 매력이 없다. 보일 듯 말듯, 어깨를 드러내거나 등을 보이거나, 그런 여인이 더 매력있듯이 늘어지는 문장이 필요하다. 물론 처음엔 단답식으로 끊어쓰는 것도 좋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순수히 'A는B다'로만 완성되는 문장은 중등교육 수준이다.


 


 '그러자 호녀는 투덜거리며 자리를 잡고 눕는다.'[A]


 


 본문의 한 줄이다. 여기에 옷을 입혀 보자


 


 '호녀는 입을 비죽거렸다. 마치 보라는 듯이 바닥을 소리나게 치며, 자릴 잡고 누웠다.'[B]


 


 속옷을 입혀봤다. 이성적으로 섹시하기는 하지만, 나는 청순미를 조금 더 좋아하므로 더 입혀보자.


 


 '응석받이 아가씨는 뿔이난 듯 했다. 귀엽지만 앙탈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더니, 무언의 시위를 하듯 배개를 두드렸다. 그녀는 한 번 눈을 힐끗 하고는 결국 누웠다.'[C]


 


 대충 입혔더니 보기가 좋지 않은가? 문장이 단문이 될 경우에는 분명히 읽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상상력의 범주는 필히 작가가 의도하는 범주 내에서 벗어나선 안된다.


 A는 그저 사실이다. 누구는 드라마 구미호에서 신민아가 귀엽게 잠드는 걸 상상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상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작가가 생각하는 호녀가 신민아와 판이하게 다른 인물이라면? 아마 열줄 정도 더 읽어 내려간 후에 독자는 이상한 걸 느낀다. 자기가 생각한 캐릭터가 아니다. 글 자체를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도 아니고. 독자가 무한히 상상하게 냅두면 나중엔 글이 삼천포로 빠진다. 작가가 독자의 상상을 따라가려고 허덕이거나, 독자들이 이해를 못 한다. 그러므로 독자가 펼칠 상상력은 완전히 작가가 의도하는 범주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말이다. 즉, 독자의 상상력을 제어하는 담벼락이 서술이다. 이 '서술'이라는 그럴 듯한 단어는 글을 매력있게 해줄 뿐더러 분량도 늘려주며, 글의 제어권을 작가에게 선사한다.


 지금의 단군호녀에겐 무엇보다도 장황한 서술이 필요하다.


 


 


 


 


 


 


 


 


 


귀차나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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