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5 23:11

녹슨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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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에 굳은 오른손을 애처롭게 부여잡고 조용한 밤의 전장터로 가이없게 뛰어가는 나는 백열등 아래 작열하는 파란 유리 앞에서 환청처럼 스쳐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넓은 유리가 나라고 말하는 것은


얼굴 빛이 엷고 키가 땅달막한


빈 과자 봉지를 한아름 안고,


눈을 위로 떼지못하는 더러운 손을


꼬옥 잡은


아이를 닮은 천사의 모습이다.


 


'내려놔라, 내려놔라'


어렴풋이 들리는 짧은 잔영에,


아이는 눈을 차마 내리 깔고서


눈물처럼 천사를 녹여 내리었다.


 


'나는 어려운 사람들의 지도자가 될거여요'


 


그 어린 성자의 따뜻한 목소리가 망령마냥 비어버린 내 공허속에 차디차게 식어버리자 파란 유리속 그 아이는 그것의 눈물처럼 잡을수 없이 녹아내려 더 이상 낮은 것을 잡을수 없는 눈빛없는 멍한 인형을 비추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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