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9 12:45

(비평) 선영아 사랑해!

조회 수 380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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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보면 내 가슴이 뛴다. 그녀도 그랬으면 좋겠다. 큰 기대는 안 해.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일은 정말 정말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난생처음 느껴지는 이 괴로움의 신선함은 그 일을 즐겁게 한다. 내가 그녀를 보고 괴로워하는 일을 즐겁게 한다. 나도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 9시 뉴스에 나올지 모르는 감정. 물론 나는 사고칠 일이 없다. 왜냐? 나는 알고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행위를 그녀는 원하지 않는다. 그럼 나도 그러기 싫다. 걔가 싫어하는 일을 왜 해.

 야 동훈! 밥 뭐 먹을 거냐고!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에게 소리쳤다. 약간 짜증이 난듯하나 입은 웃고있다.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니다. 아직 우린 친하지 않은 것이다. 서로 감정을 솔직히 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사이…… 동성친구와 다를 것이 없다. 나는 몇 여성들이 원하는 게이 친구가 되는 것이다. 성별은 다르지만 같은 친구…… 그것도 좋고 이것도 좋다. 사실 이것이 좋다. 나는 게이가 아니다. 내가 게이라면 나는 레즈비언 게이이다. 그녀가 너무 좋다. 나는 게이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남성은 아닌 것 같다. 얘가 너무 좋다. 얘만 너무 좋다.

 그냥 학식 가자고 항상 말 안 했냐? 매일 다른 메뉴 올라오는데 그 중에서 골라 먹으면 되지.

 순간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당황했지만 정신차리고 말했다. 얘랑 같이 있으면 정신을 놓는다. 가끔도 아니야 매번 아슬아슬하니까. 이 일상의 안정감을 방해하는 긴장감! 혹시 얘랑 같이 다니는 시호가 내 마음을 눈치채고 둘만 있을 때 여자만의 대화에서 그 비밀스러운 대화에서 김동훈이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라고 말하지 않을까, 눈치 못 채고 영원히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두 가지 모두 걱정하면서 내 모든 신경은 곤두서 있는데 실수는 더 심해진다. 전에는 물을 흘렸고 떡볶이를 먹을 때엔 국자를 바닥에 떨어뜨렸지.

 , 학식 별론데……. 또 육개장 아니면 돈까스 나왔겠지 별거 있겠냐? 그나마도 맛 없었고…… 너도 별로 였다며? 딴거 먹자.

 …… 시호는 뭘 먹고 싶어하나? 또 그냥 떠보다가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 중에서 고르려나?

 비빔밥?

 내가 한번 떠봤다.

 저번주에 먹었잖아.

 선영이가 말했다. 시호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비빔밥은 아니야. 저번주에 먹었는걸.

 그럼 뭐?

 다들 말이 없다. 내가 정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여자들끼리는 서로 말하기 그런 게 있나 보다. 자기 먹고 싶은 거 먹는 것 같아서 미안한……

 짜장면.

 고전적이지만 스테디셀러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선영을 바라본다. 선영도 아주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근데 여기 시켜 먹는 거보다 저기 밖으로 좀만 나가면 더 맛있는데 있던데 거기서 먹자. 가격차이도 별로 안나.

 선영이 말했다. 맞아. 시켜먹는 것은 좀 질려. 맛도 별로 없고. 우리는 학교에서 나가 중국집으로 갔다. 경찰서 앞에 있는 선호빌딩 13층에 있는 중국집은 중국 특유의 붉은 색 벽지와 등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비싸보였다. 실제로 짜장면 세 그릇 값이 배달집에서 먹는 삼인 세트 메뉴보다 조금 쌌다. 맛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 어때?

 선영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불안했나 보다. 자기가 데려왔는데 맛 없어 하면 미안하니까. 왜 그런 걱정을 할까? 이렇게 맛있는데.

 맛은 있네.

 내가 열심히 짜장면을 먹으며 답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시호가 말했다. 그럼 너는 담부터 시켜먹어라.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이건 잘 모르겠다……. 근데 너는 뭐 먹고 사냐, 먹고 싶은 게 없는 사람 같아. 다 먹을 거면서. 선영이는 왜 이런 여자 애랑 친한 거지?

 오늘 금요일이지?

 얘는 요일도 확인 안 하고 사나? 시호의 말을 듣고 선영이 휴대폰을 확인한다.

 . 야, 우리 조금 있다가 수업 있지?

 40분까지는 나가야지.

 그리고 다시 먹었다. 다같이 조용히 짜장면을 먹었다.

 이혜린 선배 진짜 왜 차인거야?

 선영이가 물었다.

 모르지. 근데 엄청 심하게 싸워서 과실 분위기 완전 말도 아니었데. 그거 때문인 것 같아. 진짜 혜린 선배랑 민우 선배 이제 불편해서 학교 어떻게 다니냐? 진짜 CC는……어휴!

 시호가 말했다.

 그리고 기타 잡소리를 하며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근데 왜 싸운거지? 따위의 고전적인 질문을 했는데 이미 답을 들은 질문인데도 꽤 재미있게 대화를 나눴다.

 아 잘 먹었다. 선영아 지금 몇 시야?

 시호가 묻자 선영은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며

 43분! 야 빨리 나가자.

 라고 말했다.

 벌써? 아 또 지각이야? 출석만 잘되면 비이상 받을 것 같은데…… 이왕 늦은 거 나 화장실 좀 갔다 갈게. 먹은 거 계산하고 먼저 가고 있어.

 시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 같이 가자.

 선영이 물었다.

 , 너네 수업은 아직 안 늦었잖아. 아 나도 너네랑 같은 거 들을걸 수강신청 기간을 놓쳐 가지고……”

 시호가 말했다. ‘놓쳐 가지고 뭐? 정말 다행 아니겠니? 우리는 각자 먹은 것을 계산하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유독 둘만 남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

 아 나 벌써 졸려. 크크크크.

 선영이가 말했다. 지루한 선생인데다가 점심까지 먹고 듣다 보니 항상 같이 졸면서 듣는 수업이다.

 , 근데 둘 다 자면 시험은……”

 내가 말을 다 끝내려는 찰라

 위이잉---쿵!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조명이 꺼졌다. 나는 비상 벨을 마구 눌러댔다.

 야 뭐야? 뭐야? 어떡해?

 선영이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벽에 가방을 쌔게 바쳤는지 ‘캉! 소리가 났다.

 정전인가 봐.

 내가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었는데 역시나 전파가 통하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 불빛으로 선영이를 비췄다. 쭈그려 앉아있었다.

 괜찮아? 조금만 기다리자.

 내가 말했다.

 , 으응

 선영이는 팔을 무릎에 포개고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나도 정말 당황했었는데 선영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키기기기긱-!

 큰 쇳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선영이는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끽기기기끽끽!

 처음에는 조금씩 흔들리던 것이 점점 크게 흔들렸고 조금씩 내려가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나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소리도 점점 커져 갔다. 나는 선영이가 있던 곳으로 몸을 날려 걔를 감싸 안았다. 선영이는 내 허리를 꼭 움켜잡았다.

 사랑해! 선영아! 사랑해!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정말 큰 소리로 외쳐서 쇳소리 속에서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와 그렇게 밀착하고 있었는데 분명 들었을 것이다.

 !

 지금까지 들었던 쇳소리 중 가장 큰 소리가 짧게 났다.

 

 거짓말처럼 엘리베이터는 멈추고 문이 열렸다. 119 구조대원이 아니라 경비아저씨가 쇠막대로 열었다. 나는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간 다음 선영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줬다.

 고마워.

 선영이가 말했다. 나는 한번 미소 짓고 내 옷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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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시우처럼 2011.07.10 09:13

    저 고등학교 때 한창 선영아 사랑해 하는 문구가 버스 옆면을 장식했었는데 그때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아무튼 이번 다시님 글은 대학생 남자의 풋풋한 감정이 잘 드러나는 글인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1.07.12 20:00

     읽기 시작했을 때 은근 반전 기대하면서 봤는데 약간 아쉽네요 ㅎ 그래도 잘 봤습니다. 조금 길게 풀면 더 낫지 않았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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