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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이슬이 부셔지는 소리가 귀족들의 저택을 연상케 하는 고급 샹들레가 달려진 방을 맴돌았다. 모래와 피 범벅이 된 입에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찬 숨소리를 내 뱉었고 엄마 찾는 아기 마냥 기어간 자리에는 화가가 물감으로 종이 붓 칠 한 듯 붉은 피가 바닥을 그려가고 있었다.

 

돌아올 때는 그 칼을 던져버려요.”

 

벽에 못이 박혀지듯 소녀의 목소리는 아기처럼 기어가던 몸을 멈추게 해버렸다. 덫에 걸린 맹수가 자신의 가죽을 벗기기 위해 칼을 들고 다가오는 사냥꾼을 보는 듯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은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소녀 의 노래로 인해 증폭되었다.

 

당신께 다가갈 때, 그 칼에 비치는 내 모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답니다. 그대가 내 침실에 처음 들어온 날에 사실 전 놀라지 않았답니다. 제 가슴 속에는 이미 당신의 사랑이 살고 있었거든요

 

또각 또각-발걸음의 소리는 눈덩이 굴러가면서 커지듯 커져갔고,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면서 소녀는 다가갔다. 서서히 커져가는 남자의 동막, 그 속에는 거울을 보는거 마냥 다홍색 눈동자의 무표정인 자기 자신이 보였었다.

 

눈을 감지 마세요. 그 눈빛 속에 나를 가두어 주세요.”

 

종이처럼 모든 것을 찢어질 것만 같은 비명 소리, 피의 분수가 샹들레의 방안에서 전주곡을 이루고 있었다. 차가운 칼날이 고기를 베어버리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옷과 하얀 얼굴에는 핏물로 묻어졌다. 피의 분수를 내 뿜으면서 밖으로 나온 물고기 마냥 꿈틀거리는 물체를 아무런 죄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요리사 양념 맛보듯 피가 묻은 손가락을 혀로 한번 핥으면서 노래의 마지막 구절을 부르고 있었다.

 

"당신은 나의 주인님, 당신은 나의 주인님"

 

 Book.1

Chapter 2: 서큐버스

 

 

 

 

선선한 아침의 바람이 무더운 공기를 나르고 있었다. 달이 지나간 자리를 매꾼 태양 아래에 잘 익은 밤송이를 연상시키는 갈색의 트윈 테일 머리카락의 소녀가 자신의 크기의 반 만한 책을 곰인 형 안듯 껴 안 은 체 걸어가고 있었다.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던바튼의 아침, 그리고 지금 막 피어난 꽃 모양의 태양 빛 그리고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라는 생각 덕분에 그녀의 발걸음을 활기차게 움직이는데 한몭 하였다. 갈색 머리카락이 찰랑인 체 걸어가던 소녀는 중간에 서서 길고 긴 숨을 내 쉬었다. 기분이 좋았다. 아침 특유의 선선하고도 시원한 바람이 자신의 폐부로 들어가는 이 느낌이. 책을 껴 안은 체 나비 춤추듯 걸어가면서, 멋진 만남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소녀는 말하였다. 이런 기분이 생길 때 마다 꼭 특별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렛트, 매릭 그리고 이자벨 3남매랑 처음 만났을 때 도 딱 이랬는데....

 

-하는 소리와 함께 책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약간의 신음 소리와 함께 통증이 느껴오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누구야? 라고 말하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보다 2배 정도 키가 큰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다치지 않았니?”

 

10대 후반 소년들이 가질만한 목소리가 소녀의 귀로 들려왔다.  목소리의 정체를 보기 위해 아픈 이마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들려 하자,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소년은 쪼그리면서 이마를 문질러 준것이다. 자신의 머리 색 보다 약간 진한 갈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 색과 비슷한 반다나를 매고 있던 소년은 땅에 떨어진 책을 소년에 손에 쥐어지면서 책이 묻혀진 먼지를 입 바람으로 쓸어낸 뒤 소녀의 손에 쥐어지게 하였다.

 

고마워요 오빠.”

 

고맙다는 말 과 함께 유명한 귀족 집안의 딸마냥 딱 격식을 차리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은 소년의 입에 미소를 그려지면서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갈색의 트윈 테일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조심해서 들고 다녀. 잘못하다가 책 망가질라

~”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소년은 다시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대로 등을 돌린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소녀는 감상에 빠졌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 비슷한 색의 갑옷, 그리고 마치  바다를 보는 것만 같은 푸른색의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 왕국이 기사들이 차고 다닐 만한 은색으로 빛나는 롱 소드......

 

설마……왕국에서 온 기사님인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소녀. 기사님이 자신에게 건넨 말들을 되 새기면서 그와 같이 왕국의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귀족, 평민 가릴거 없이 둘만의 시간을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주위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

 

아 맞다! !”

 

생각 났다는 듯 노엘은 작은 목소리를 내 뱉은 뒤, 양 팔로 책을 껴 안은 체 토끼 마냥 뛰어가면서 걸어갔다. 엄마가 깜빡 한 강의용 책을 껴 안은 체 수업 시작하기 전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라는 마음에 소녀의 발걸음은 더욱 더 빨라 져 갔다. 트윈 테일의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가는 소녀의 귀에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하나 둘씩 들려오고 있었다. 던바튼의 평범한 하루 일과가 시작되려 한다는 신호였다.

 

 

훈련소 전체를 매운 실제 전장에 있는듯한 격렬한 기합 소리, 강철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검 날에서 미세하게 튀겨져 나왔다. 옆구리에 무언가의 느낌을 생기는 순간, 본능적으로 왼쪽에 찬 방패로 검을 쳐낸 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이 휘둘러 졌다. 태양빛에 의해 반짝이는 땀방울들은 몸을 움직일 때 마다 물 튀기듯 튀겨오고, 시간이 흐를수록 두 소년의 검 휘두름과 부딪힘은 맹수들의 싸움을 보듯 더욱 격렬해져 가고 있었다.

계속 될 것만 같았던 격렬함 속에 채앵-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 검이 서로를 맞대게 되었다. 팔씨름 하듯 서로가 밀고 있는 검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어져 가고 있었고, 언제 그리고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 먹이 노리는 독수리 마냥 서로가 노려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는 소리 와 함께 자신의 머리카락 색과 비슷한 반다나를 맨 소년은 늑대가 포물선을 그리는 화살을 피하듯 재 빠르게 몸을 뒤로 빠졌다. 소년은 다시 몸을 날려 그대로 검을 휘두르는 것은 마치 풀 속에 숨어있던 늑대 한 마리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아까 전 보다 맹렬해진 사트라의 공격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잠시뿐, 다시 한번 침착함이 얼굴에 그려지면서 맹수와 비슷한 공격을 하나씩 막아냈다. 격렬한 공격이 계속 되는 가운데 사트라가 그 다음 공격을 위해 팔을 드는 순간, 클라이드는 모든 힘을 다해서 손에 쥐던 검을 휘둘렀다. 바람개비 돌 듯 허공에서 돌고 있는 검이 초록색 잔디에 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검을 놓쳐버린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에게 검을 겨누게 되면서 기합과 검 부딪히는 소리로 요란해졌던 훈련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으로 깔리게 되어버렸다.

 

클라이드-클라이드-라는 금발 머리카락 소년이 이름과 함께 박수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사악한 마법사나 거대 드래곤 을 물리치고 돌아온 영웅을 꽃을 휘날리며 맞이하는 듯 한 분위기, 그 속에서 클라이드는 별거 아니라는 듯 학생들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든 뒤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좋은 대결이었습니다.”

 

검술 사범 아란웬이 천천히 두 소년의 사이로 들어오면서 주변의 요란함은 비 그치듯 멎어갔다. 보송 보송 땀으로 맺어진 클라이드 와 사트라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대부분 검사들을 지금 같은 상황에 몰릴수록 사리판단이 흐트러져서 그 다음 행동에 대한 판단이 흐트려 지게 되지만 클라이드 군은 상대가 맹렬하게 공격해도 그것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빈틈을 노려 상대의 검을 튕겨 냈습니다. 싸움은 꼭 힘만 필요 한 게 아니다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죠."

 

다른 학생들 같았으면은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거 마냥 모습과 행동을 보일지도 모르지만, 클라이드는 그저 살짝 웃을 뿐이었다. 작은 칭찬이라도 사람을 날개 한다라는 말과 다르게 얌전히 있는 그는 자신보다 사트라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릴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미숙한 면이 좀 남아있었지만 기본은 철저히 갖춰진 상태였고, 조금만 더 실력을 다듬으면은 나름 실력 있는 검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클라이드의 판단이었다.

 

사트라 군

 

아란웬의 고개가 사트라에게 돌려졌다.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과 스승님의 위압감으로 인해 눌러지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먹을 꽉 쥐면서 침을 한번 꿀꺽 삼켜지면서 잘못 한게 있나? 혹은 너무 미숙했나? 라고 생각 하면서 한마디라도 들리면 칼로 변해 자신의 귀를 헤집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클라이드 군에 비해 부족 한 게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공격이었습니다. 보통 대련을 막 시작한 학생들은 상대의 검하고 부딪히면 힘 겨루기 하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군은 오히려 상대에게 반격하려 했어요. 계속 그런 식으로 밀려고 했으면 자신도 모르게 힘을 다 써버리게 되어버리게 되거든요. 뒤로 튀면서 물러서지 않고 곧바로 반격 하는 그 자세임기응변이 매우 뛰어나셨습니다.”

 

사범님이 가질만한 엄격한 분위기는 안개 끼듯 맴돌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속에는 칭찬이 담겨져 있다는 것은 사트라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서서히 풀려져가는 긴장으로 인해 다리가 살짝 떨려갔고, 모두가 보는 앞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다리에 힘을 쥐어서 떨림을 방지하였다.

 

이 대결을 보고 많은 점을 배웠으면 합니다. 단순히 누가 강하고 약한가를 구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때에 검을 휘둘렀나를 구분해야 하는 것 입니다. 전투에 들어갔을 때 어떤 상황이든 대처하기 위해서 머리속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기억해두길 바랍니다. 알아들었습니까 제군들?”

명심하겠습니다!”

 

길고 긴 대답이 아닌 짧으면서 우렁찬 한마디가 훈련소를 매꾸었고, 그들의 외침은 변하지 않을것만 같았던 사범의 엄중한 표정에 살짝 미소를 지으게 만들었다. 우물쭈물 망설이는 대답은 곧 결의를 완전히 잡혀지지 않은 대답이었고, 진짜로 결의가 다뎌진 상태라면은 망설임 없는 커다란 목소리 한마디를 내 뱉었을 것이다.

 

그럼 계속해서 수련! 기합을 넣고!”

 

끓어졌던 기합과 함께 종이 베듯 바람이 검으로 인해 갈라지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훈련생들의 검이 허공을 벰과 함께 천둥과 같은 소리가 훈련소를 매꾸웠고, 계속 될 것만 같았던 이 소리들은 태양이 하늘의 중간 정도쯤 오자 매듭 짜고 있던 실이 끓어지듯 끓겨지게 되었다.

 

 

후아~오늘도 힘들었네~”

 

맴맴-매미소리가 들려오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한숨을 돌리는 클라이드 였다. 요새 태양빛이 뜨거워져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더움이 자신의 몸을 덥히는데, 그 아래에서 무거운 강철의 무기를 쥔 체 몇 분의 휴식을 제외하고 정신 없이 휘둘러야 했다. 자신의 몸 전체가 불에 구워지는 고기와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몸을 익히는 것만으로 그는 최고의 피서지에 온것이나 다름없었다.

 

"최소한 여름날 되면은 휴식 시간 좀 늘려주시지. 학생들이 땡볕 아래에서 검만 휘두르다가 갑자기 쓰러질 염려는 안 하시나 궁금할 정도야."

그래도 덕분에 땀도 많이 흘리고 오늘도 좋은 수련이 되었잖아. 검도 많이 휘둘렀고 배운 것도 많았지....이런 것이야 말로 하는 보람이 있다 라고 말하는 거야."

"넌 지치지도 않냐? 얼굴 보니까 왠지 나보다 덜 더워 보이는데?"

"나도 힘들어. 지금 당장 나무그늘에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은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사트라였지만, 속마음은 클라이드 와 전혀 다를게 없었다. 이렇게 땡볕 아래에서 몸을 움직여 보는 것은 티르 코네일에서도 많이 해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갑옷 같은 것을 입지 않았지만 태양이 이글거리는 뜨거운 여름날에도 밖으로 나와 양털 깎기 및 농장 일이란 것을 많이 해보았으니 왠 만한 더위 정도는 거뜬히 견뎌 냈지만 현재 입고 있는 검사 교복으로 인해 평상시 보다 더워진 듯한 기분이었다. 가죽 갑옷 만큼 가벼운 편이었지만  입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인지 그 로서 여전히 무거운 갑옷이나 다름 없었고, 가슴과 어깨를 덥힌 금속 보호대 덕분인지 은근히 생겨나는 갑갑한 기분을 버릴래야 버릴 수가 없었다.

 

수업 마치 셨나요 두분?”

 

따락-하는 얼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어울려진 힐러 옷, 검은색의 트윈다운 바인드 머릿카락과 비슷한 색인 검은색 베레모를 쓴 소녀의 하얀 손에는 얼음 여러 개가 담겨진 물병을 쥔 체 두 소년에게 다가가오고 있었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두 분. 땡볕 아래에서 검 휘두르느냐 힘들었을 텐데

문제 없어 시에라. 이런 더위 때문에 쉽게 쓰러지는 거 봤어? 지금 벌떡 일어나서 검 몇 백 번씩 휘두를 수 있다고~”

아까 전 그늘에 앉자마자 클라이드 네가 선생님이 휴식 시간 좀 늘렸으면 좋겠다 라고 내 앞에서 말했잖아.”

야 야시에라 앞에서 그런 소리 하면 어떻게!”

 

농담하는듯한 말투의 사트라의 한마디는 클라이드를 당혹한 모습을 보이게 하였고, 그런 모습에 시에라는 푸훗-하는 귀여운 웃음을 내 뱉었다. 또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빈 컵에 물이 따라지고, 조약돌 크기만한 얼음 덩어리들이 컵 속에 들어가게 됨으로서 들고 있던 양동이 안의 물 넘치듯 잔 밖으로 물이 빠져 나왔다.

 

솔직히 우리보다 시에라 가 힘들지 않았을까? 병원에서 환자들 치료하느라 많이 힘들 었을텐데.”

저보다는 마누스 선생님께서 제일 힘드셨는데요. 저는 단지 옆에서 도와줬을 뿐 실질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하신 분께서는 마누스 선생님이신데요.”

 

한 모금 얼음 물을 마시는 사트라에게 꽃닫혀진 꽃입들이 활짝 피 듯 방긋 미소를 지었다. 시에라 하멜린. 클라이드랑 똑같이 이멘마하에 같이 살고 있던 소녀로, 그가 던바튼으로 떠날 때 간단하면서도 그녀 로서 매우 중요한 이유로 같이 따라 나온 것이다. 의료계를 전공하고 있던 그녀는 잠시 도시 밖으로 나와 세상을 보기 위함이었다. 의사란 것은 이멘마하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의사들은 각 지역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치료의 손을 뻗는 동시에,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실력으로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소녀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치료법을, 그것들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서.

 

벌써 3주네.”

뭐가요?”

티르 코네일을 떠나 여기 던바튼에 온지 3주가 흘렀어. 처음 도착했을 때 가 엇그저께 같은데.”

나한테 고마워 해 임마. 그때 내가 지나가지 못했으면은 넌 그때 꼼짝 없이 사기 꾼 아저씨 로 부터 네 여자친구의 보물을 뺏길 뻔 했고 지금쯤 이렇게 멋들어진 옷도 입지 못하였으니까

 

주먹으로 자신의 팔을 두들기는 클라이드를 바라 보면서 손에 쥐고 있던 반쪽 짜리 토크를 바라보았다. 석양 아래서 마리가 떠난 장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모습…. 티르 코네일을 떠나는 과정을 비롯해 비 내리는 날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으면서 그대로 칼에 찔린 일, 그 뒤 붉은 피를 쏟으면서 죽어가는 자신을 구해준 은백색 머리카락의 소녀 나오 와의 만남 그리고 던바튼에 들어오자마자 생겨난 한 순간의 일들이 눈 앞에 풍경화를 보듯 3주전 일들이 하나씩 지나갔다.

 

그래서 아직 까지 소식이 없어? 그 마리라는 여자애의 행방을 말이야.”

“……아직까지 그렇다 할 소식이 없네.”

 

얼음들이 서로 부딪히는 물속에 들어 가려는 것 처럼 사트라는 손 에 쥔 물잔을 바라보았다. 한모금 마시면서 보여지는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지만 왠지 모를 슬픈 모습 또한 물감의 색들이 섞여진 듯 섞여져 있었다.

 

걱정 마세요, 분명히 조만간 소식이 잡히겠죠. 분명히….무언가의 소식이 말이에요….”

시에라 말대로야. 나도 시에라도 그리고 아란웬 선생님도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찾기 위해 너 도와주고 있잖아. 그러니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라고.

고마워 둘 다….내가 오히려 미안해지네. 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 하는 거 같아서….”

신경 꺼 사트라.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것 이니까 걱정할거 없어. 친구끼리는 서로 도와야 하잖아.”

 

별것도 아니라는 듯 해맑게 웃는 클라이드와 시에라를 바라 본 뒤 미소를 띄운 체 솜털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활과 화살은 맨 핑크색 포니 테일의 다홍색 눈동자의 소녀의 행방을, 그녀가 어디 있고 그리고 똑같이 생긴 소녀를 보았나 라면서 여러 수소문을 퍼트렸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보도 없는 제자리 걸음 하듯 3주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마리 말고도 찾으려는 두 사람의 이름루에리 그리고 타르라크 였지?”

마리가 티르 코네일 을 떠나면서 같이 떠난 두 형의 이름이야. 언젠가 티르 코네일에 오면서 몇 달 동안 같이 살았어. 우리 네 명은 마치 혈연관계라는 듯 친하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어. 정말 착하고 멋진 형들이었는데. 듬직했고

 

한마디를 말할 때 마다 7년 전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갔다. 허기에 가득 찬 늑대들에게 포위 되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자신을 구해 준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고, 혈연 관계라는 듯 자신과 마리가 그들과 친해지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마리를 비롯한 두 사람의 행방은 최소한 한 명이라도 행방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실마리가 되겠지만, 문제는 그 한 명도 현재 못 찾고 있으니

 

그렇게 친하게 지낸 사이 라면 왜 사트라씨만 남겨졌나요. 같이 떠나지 못 하고…”

 

시에라의 물음에 대답이라는 듯 따락-하는 미약한 빙산의 충돌의 소리가 들려왔다. 포도색의 보라 빛 와인이 들어있는 둥그런 와인 잔을 흔들 듯 얼음물이 들어있는 물잔을 흔든 체 아무 말도 없었던 사트라. 그런 그를 혹시 자신이 잘못 말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한 시에라는 격려의 말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는 듯 그의 입에서 말이 들려왔다.


꿈을 꾸었다고 해.”

꿈이요?”

….검은 날개의 여신이 꿈속에서 나타났다고….여신이 자신을 부른다는 이유 였어. 여신이자신을부른다면서…”

 

아무도 듣지도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안개 속에서 걸어 다니는 나그네와 비슷해 보였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사트라는 물잔을 다시 시에라 에게 건넨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시는 건가요?”

. 크리스텔 수녀님 일 도와줘야지. 오늘 감자 캐는거 도와주기로 했거든. 그럼…”

 

살짝 손을 흔든 뒤 훈련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사람들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곧 신체가 안개의 일부가 되어서 사라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힘드셨나 봐요. 7년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연락이 없었으니..."

".......거기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일단은. 거기까지."

"거기까지 라니요?"

 

클라이드는 머리를 긁으면서 얼음물 한 모금 마셨다. 땅에 파고 들어가려는 듯 풀밭을 바라보다가 양초의 불을 끄듯 후우-하는 소리와 함께 솜털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있잖아. 흔히 말하는 그 최악의 상황 같은거 말이야. 거기까지 가게 된다면...쟤가 견딜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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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큐버스 챕터.

호이...이 챕터 쓸날을 기다렸습니다. 가장 쓰고 싶었던 챕터였거든요. 여러모로 가장 중요한 파트이기도 하고요. 그럼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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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5.19 17:02

     역시나 표현력이 좋으세요 ㅠㅠ


     첫 화만 봤을 뿐인데도 기대가 됩니다. 음산한 도입부도 그렇고, 마지막에 암시처럼 던지는 클라이드 말도 그렇고. 어쩐지 재미있는 장이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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