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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에서 픽셀로]②천원짜리 책 불티난 사연

1인 출판시스템, 무명작가 등용문으로
오프라인 서점 위축에 책애호가 우려도

 

미국 켄터키주 북부 루이빌에 거주하고 있는 존 로크(60)는 얼마 전만 해도 무명 작가에 불과했다. 본업인 온라인 유통 사업 외 틈틈히 스릴러 소설을 써왔는데, 예전 같았으면 출판사에서 거들떠 보지 않던 삼류 작가였다.

 

로크가 서점가에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는 직접 전자책을 제작하면서 부터다. 그는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개발한 전자책 직접 출판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의 손으로 전자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명 작가들의 전자책이 권당 10달러에 유통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책값은 10분의 1에 불과한 99센트(약 1000원)에 책정했다. 결과는 대성공. 그는 전자책으로 100만부 이상을 판매했고, 작년 아마존 전자책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그의 작품은 4개나 들어갔다.

 

아마존에서 직접출판 시스템으로 판매된 책은 2.99달러 미만의 경우 판매 총액 중 35%를 인세로 받게 돼 있어 그는 이미 35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로크씨는 지난달에 `나는 어떻게 다섯달 동안 전자책 100만부를 팔았나`란 책을 전자책 형태로 출간하기도 했다.

 

 

◇ 온라인서 `뚝딱`.. 전자책, 신인작가 등용문

 

인터넷만 있으면 자기 손으로 책을 뚝딱 만드는 시대가 열리면서 전자책이 무명 작가들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영국의 아마존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는 루이즈 보스와 마크 에드워즈란 무명의 작가가 함께 쓴 스릴러 `캐치 유어 데스(CATCH YOUR DEATH)`다. 이들 역시 아마존 직접출판 서비스로 전자책을 만들었다.

 

전자책 시장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러한 1인 출판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출판사 눈치를 보느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작가들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분량 제한없이 책을 마음껏 펴낼 수 있다.

 

비용면에서도 전자책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아 인기다. 작가들은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맥구축서비스(SNS)를 이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독자들과 만난다.

 

로크도 10만명이나 되는 자신의 팬들과 이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그는 "소설 쓰는데 드는 시간보다 팬들을 위해 이메일을 쓰는 시간이 더 많다"고 말했다. 광고비를 한푼도 들이지 않고 100만부의 전자책을 팔았던 노하우가 바로 팬 관리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 오프라인 서점 몰락, 출판계 전체 위협할 수도

 

전자책이 종이책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출판업계 생태계도 바뀌고 있다. 로크씨 경우처럼 인디 작가들의 진출 문턱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와 책 유통사 등이 쥐고 있던 시장 권력도 서서히 해체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400여개 서점을 갖고 있는 보더스가 파산하면서 출판계 전체가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종이책 뿐만 아니라 전자책도 공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에 있는 출판사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의 제니퍼 로마넬로 이사는 최근 보더스 파산 여파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작가들이 새책을 낼 때 서점에서 작가 사인 행사를 지원하는 것인데 보더스 매장들이 사라지면서 일감도 크게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것 외에도 독자들에게 신인 작가를 알리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공간인데 전자책에 밀려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출판업계 전체에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모리스 마켓리서치닷컴 애널리스트는 "보더스의 몰락은 출판 산업 생태계에 거대한 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으로 어느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객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책을 판매해 온 수천명의 서점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책과 관련된 가치 사슬에 연결된 모든 이에게 악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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