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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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너를 보았을 때,

바스러지고 있는 알껍데기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속알맹이는 흘러나가고

한없이 빈 박탈감만이 자리한 가여운 것.

그래서 나는 내려와 너를 안았다.

부서지지 않고 견고하기를 빌면서

온전히 둥근 알로 낫기를 빌면서

나는 너에게로 내려앉은

파랑새였다.

하지만 난 네 안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네 속은 너무나 차고 시려서

감히 나같은 어리석은 사람은

뜨겁게 덥혀줄 수조차 없었다.

너는 내가 있어도 울었고

내가 없어도 울고 있었다.

슬펐다. 나는 너에게로 왔는데

너는 웃을 수가 없었다.

한 줄기 위로만이 되어줄 뿐인 하릴없는 존재.

실낱같은 희망으론 아무것도 바뀔 수 없었기에

나는 떠나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난 이미 떠날 수 없었다.

내 심장까지 너에게서 흘러나온 무언가로

흠뻑 젖어들었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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