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1 21:44

어떤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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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오랜 외로움이었나요. 그래서 그 골목에서 오래도록 나를 기다렸나요. 지친 몸을 이끌고 꺾인 모퉁이를 비틀비틀 무겁게 돌아서다 흠칫,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나는 알았지요. 그 골목, 어딘가 부서진 가로등이 노오랗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 가로등만큼이나 외로운 그대가 그곳에 움츠린 채 서있었음을. 마주친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더랬지요.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숨을 천천히 고르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십이월의 밤은 어찌나 춥던지, 어떤 말도 미처 꺼낼 수 없었던 것은 그 추위 탓이었는지, 혹은 울컥 가슴을 죄어오던 내 마음 때문이었는지, 왜 그 겨울, 우리의 삶은 그토록 삐걱였는지, 하필 그곳에서 우리는 마주치게 된 건지, 왜 결국 나는 긴 침묵 끝에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는지. 왜 이제야 왔어요, 찬바람에 얼어붙어 시린 입을 힘겹게 열던 나는.
그대는 말이 없었지요. 그러나 얼마나 많은 얘기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쌓여있었던가요.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툭, 쏟아져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눈물들이, 우리는 목이 메어서, 숨이 막혀서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결국은 무너져 내리고 말았던. 이제는 기억할 수 있나요, 가로등처럼 부옇게 그리움이 번지고 찬 공기는 외투 속으로 아프게 스며드는데, 우리는 그저 울기만, 울기만 했던 그 겨울밤의 어떤 재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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