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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수천이 여기저기 스러져가는 광경 속에


홀로 찬 바람 맞으며 섰다


나는 수백수천의 희생물이 아니요 또한


이들을 아가리에 집어넣는 괴물도 아닌


다만 늪구덩이 옆에 선 버들가지


 


두려운 갈대는 도망치며 부르짖고


모두들 부르짖음 앞에 수백수천의 군중이 되어


또 다른 괴물을 잉태한다


 


나는 다만 부르르 떨 뿐,


허나 분개가 아니라 두려움에


끼이기도 끼기도 싫은


의지의 이율배반 속에서 한 걸음, 비껴설 뿐


 


묵빛 그을음은 입속에서 쓸쓸히 불타고


영원히 썩을 땅 위에서


나는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


번뇌를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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