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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의 길을


 나는 돌고 돌아 힘들게 걸어왔다.


 내 앞에 흩어지는 수많은 모래알과 같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바람과 맞서 싸워왔다.


 어느 날은 한없는 고뇌에 빠져 죽음의 늪을 바라보았고


 또 어느 날은 달과 별을 말동무 삼아 축배를 건넸다.


 어떤 때는 너무나 가슴이 아파져와 비에 젖은 땅을 뒹굴었고


 또 어떤 때는 더없는 허무 속으로 나 자신을 결박해 들어갔다.


 길고 긴 이 시간이 일기장에 조용히 스며들어가고


 이제 눈 감고 짧았던 이 시간을 돌이켜 보면,


 어느새 내 마음속에 자라나고 있던 은행나무 한 그루는


 사계절이 변하고, 내 가슴속의 바람과 바위로 닳아져야 함에도


 나의 은행나무는 가을이 와도 낙엽은 지지 않았다.


 그때 그대로 시간의 출발점에서 멈추어서서


 낙엽을 붙잡고 나를 기다리며 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저 창 밖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르르 떨며 지나가도


 항상 나는 나를 기다리는 은행나무의 따뜻함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


 언젠가 새로운 새싹을 준비하기 위해


 고개 숙여 쓸쓸하게 단풍잎을 떨어뜨리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다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은행나무의 봄은 가을과 함께 낙엽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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