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8 19:35

히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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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자른 네놈의 모가지에
 불을 피워 올린다고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는가.
 
 어찌 되었건 너는 피와 살로 이루어진 신의 피조물.
 몸에 가득 독을 품고 일어나
 스스로 죽음의 이빨을 날름거리지 않는가.
 
 몸에 칼을 박아도 죽지 않는다.
 목에 그것을 드리워도
 단단해진 머리는 그 신을 집어삼키기 좋지 않은가.
 
 죽어라. 결국은 땅으로 사라지는 뱀이여.
 나는 너를 밟고 일어선다.
 최후에 너의 피를 마시는 자.
 나도 히드라. 너의 독을 품은 자다.
 
 나는 죽지 않는다. 목을 잘려도 독을 뿜어내리라.
 내 앞에 신도 악마도 없다.
 암흑 속에서 스스로 태어나 심장도 없는
 그래, 나는 최후의 전사.
 세기말을 향해 치닫는 암흑의 맹수다.
 
 내 앞에 서서 자비에 웃음 짓는 비열한 인간을 위해
 십자가를 거꾸로 내리꽂아 불을 집혀 올렸다.
 세상을 먹고 독을 토하리라.
 돼지는 고통을 보고 웃지 않는가.
 비명을 듣고 희열을 느끼는 진흙탕과 같은 땅이다.
 
 나는 복수의 부름. 검은 연기를 집어삼키고 독을 빨아 일어난
 히드라. 동족의 피를 갈구하는 괴물.
 죽을 수 없고 죽지 않는 살아남은 카인.
 제우스의 번개에도 죽지 않는다.
 집어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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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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