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1 06:55

수정/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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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기록 따윈 없었고


풀잎이, 공기가 떨릴 어떤 소리만이 남아


사람들의 뇌 속에 각인되었다.


 


쉽게 그리고 지울 수 없던 옛날,


사람들의 삶의 기록도 이와 같았고


업적을 남긴 사람을


그때는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지우개가 생겼다.


지우개 말고도 다른 것으로도 수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정은 흔적이 남아


사람들은 보물찾기를 할 수 있었다.


 


어떤것에 수정되어서 없으면


반드시 어떤 곳에 나타났다.


보물찾기는 성공했고


수정으로는 사람의 머리를 속일 수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 백지와도 같은 하얀 바탕에


수정한 흔적도 없이


글자를 쓰고 지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엹어져간다.


이전의 기록도, 그때의 사람들의 생각도,


심지어는 누군가의 생각 그 자체도.


이제 남겨진건 백지 한장.


 


...무엇을 쓰고 지울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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