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7 05:55

(비평) 운수 좋은 날

조회 수 732 추천 수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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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일단 빨리 출발 좀 해주세요.”

 

  나는 갑작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를 백미러로 가만히 바라본다. 긴 머리에 작게 숨을 몰아쉬는 여자의 입술이 작게 오물거렸다.

 

아저씨, 빨리요!”

 

 여자의 재촉에 나는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여자는 연신 뒤를 힐끔거렸다. 사이드 미러로 검은색 양복 차림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달려오던 남자는 차가 멀어지자 휴대폰을 꺼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듯했지만 이윽코 남자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다시 여자를 살펴본다. 벌써 일주일째 아무런 소득이 없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운수가 좋은 듯 했다. 눈매가 살짝 올라갔지만 서글서글하게 큰 눈도 그렇고 그렇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 단호하게 다물어진 입술 역시. 자기주장이 강하면서도 색기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내 두 눈은 쉼 없이 정면과 룸미러를 오갔다.

 

어디로 모실까요?”

, 죄송해요. 강남역으로 가주세요.”

 

 차가 점차 멀리 떠나오자 여자는 조금씩 긴장이 풀리는 듯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였다. 여자의 눈동자가 창밖을 향한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여자의 시선을 쫓았다. 짙게 틴팅된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꺼져가는 생명처럼 어른거렸다.

  그리고 비로써 나는 미터기를 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녀가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던 순간이었다. 벌써 꽤 많이 달린 참이었다. 은근 슬쩍 미터기의 버튼을 누른다. 다행히 여자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미터기를 누르지 않는 일 따위. 사소한 것이지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절대로 의심받을 만한 일도, 어수룩한 모습도 보여서는 안 된다. 난 그저 평범한 택시 기사일 뿐이니까. 적어도 그렇게는 보여야만 했다.

 

저기 이 길, 강남역 가는 거 맞나요?”

 

 여자가 문득 말을 걸어온다. 그리곤 잘 보이지도 않는 창밖을 애써 살핀다. 쓸데없이 의심이 많은 여자였다.

 

이리로 가면 빠르거든요. 이 시간에는 강남대로가 많이 막혀요.”

그래요?”

 

 하지만 여자의 표정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는다. 하긴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지. 번화가로 향한다 하기에는 주변이 너무 한적하니까.

 

저기, 죄송한데 그냥 여기서 내려주시면 안될까요?”

 

 아, 또 이러네. 왜 여자는 다들 사람 말을 못 믿지? 나도 모르게 짜증스러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 내려주세요.”

 

 어금니가 꽉 조여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차를 도로변에 세웠다. 여자가 서둘러 손잡이를 잡아당긴다. 하지만 이 차는 뒷좌석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난 천천히 뒷좌석으로 몸을 돌렸다.

 

시끄러워.”

 

 여자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온몸을 문에 부딪쳤다. , 그런다고 문이 열리지는 않겠지만.

 

,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요!”

아 진짜. 시끄럽네.”

 

 쿵쾅거리며 창문을 두들기는 여자의 목 줄기에 스턴 건을 갔다댔다. 순간이었다. 여자는 얼굴에 당혹과 공포를 가득 담은 채로 옆으로 쓰러졌다. 유리창에 옆머리를 부딪쳤는지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검게 그을린 여자의 목에서 고기타는 냄새가 났다.

  창문을 조금 열었다. 밤공기의 눅눅한 기운이 차안으로 파고들었다. 사실 원칙대로라면 기절 시킨 여자를 바로 처리해야 할 테지만, 이곳은 아직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다행히 여자는 당분간 조용할 듯싶었다. 나는 다시금 여자의 얼굴을 살핀다. 그동안 모은 컬렉션과 비교해 봐도 이번 여자는 제법 쓸 만한 곳이 많았다. 아무래도 입술 쪽이 좋겠지? 나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좀 더 한적하고 아늑한 곳으로.

 

 가속 페달에 힘이 실린다. 타이어가 경쾌하게 노면을 밀어냈다. 나는 그렇게 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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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몇달만에 글이란걸 써보는 탓에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게 무척 힘드네요.

아무튼 하늘님 글만 올려오면 합평 준비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 말씀처럼 글이 짧아서 뭐라고 평가할 무언가가 좀 부족한 것 같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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