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2 23:30

[콩트] stone and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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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은 낮은 뒷동산과 작은 숲에
감싸인 아기자기한 마을이었죠. 마을의 뒷동산에는 작은 석상이
세워져 있었지요.

이 석상은 오랬동안 동산의 수풀 속에 숨겨져 사람들과 마을을 지
켜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도 없고 자신이 거기
있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석상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
답니다.

여느날처럼 화창하게 갠 날씨였어요.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도요.
돌은 평소처럼 그저 마을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웬 꼬
마아이 하나가 불쑥 나타나는 게 아니겠어요?

"어, 이상한 돌덩이네."

꼬마아이는 앙증맞은 손을 들어 석상을 만졌답니다. 석상은 난생
처음 가까이서 보는 사람, 그것도 아이였기 때문에 멍하니 바라보
고만 있었지요. 석상이 정신을 차릴 즈음에, 꼬마아이는 활짝 웃으
며 말합니다.

"좋아. 오늘부터 여길 내 비밀 장소로 해야지. 넌 내 이야길 들어주
는 사람이 되는거야."

꼬마아는 혼자 말을 끝내고는 즐겁게 흥얼거리며 다시 마을 쪽으
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석상은 곧 자기와 같이 있어줄 사람이 생
긴다는 설레임에 아이를 기다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로부터 여러 날이 흘러갔어요. 꼬마아이는 꾸준히 마을 뒷동산
에 올라서 석상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어요. 석
상도 묵묵하게 꼬마아이의 말을 들어 주었지요. 꼬마아이가 소년
이 되고, 소년이 청년이 되고, 청년이 중년으로 변할 때까지 그 일
은 계속되었답니다.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언젠가는 소년
이 된 꼬마아이가, 기사가 되고 싶다며 꿈을 말해줬지요. 몇 달 후
에는 집에 돈이 없어 기사 학교에는 가지 못하고 아버지를 도와 상
단을 꾸려 나갈 거라고도 했어요. 몇 년 뒤에는 상단 일은 너무 지
겹다면서 모험을 떠날 거라고도 했지요.


몇 년이 더 흐르고 이젠 중년이 된 꼬마아이가 다시 찾아왔을 때는
자신이 모은 재산을 가지고 뭔가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귀족 작위
를 사서 귀족이 되고 싶다고도 했답니다.

결국 돈으로 귀족 작위를 샀는지, 꼬마아인 그 이후로 또 한동안
찾아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석상은 꼬마아이가 다시 찾아올 때까
지 그리움을 안고 기다렸지요.

이윽고, 노인이 된 꼬마아이는 초췌하고 허름한 차림으로 석상 앞
에 나타났어요. 노인이 된 꼬마아이는 힘없이 말했지요. 귀족 따위
하나도 멋진 게 아니었다고, 서로를 속이고 서로를 죽이는 야만인
들일 뿐이었다고요. 귀족들의 꾐에 넘어가 자기의 모든 재산을 빼
았겼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노인이 된 꼬마아이는 석상의 앞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잡
고는 끙끙대며 물었어요. 이제 난 어쩌면 좋지? 뭘 하면 좋을까?
기사가 되기엔 너무 늦었어. 상단도 다시 일으킬 수 없어. 모험도
다신 할 수 없지. 난 이제 뭘 하면 되지?

석상은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었어요. 노인이 된 꼬마아이는 말
없는 석상을 바라보다가, 끝내는 화를 내며 석상을 찼어요.

"네까짓 게 내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내 상황을! 내 걱정을! 넌 단순
한 돌덩어리일 뿐이니까! 그냥 서 있기만 하고, 남이 뭐가 어떻든
전혀 관심없는 돌덩어리! 속으로 비웃기나 하겠지! 이 내 처지를!"

노인이 된 꼬마아이는 석상을 마구 차다가 침을 뱉고는 돌아갔어
요. 네까짓 거 꼴도 보기 싫다는 말도 했어요. 석상은 슬퍼 어쩔 줄
몰랐어요. 입을 열어 노인이 된 꼬마아이에게 무언가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팠거든요.

마을 쪽으로 사라져 가는, 노인이 된 소년을 보고 석상은 울며 중
얼거렸어요. 아무도 들어주는 이는 없었지만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지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들어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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