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2 21:31

오로지 그녀뿐인 세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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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엔 너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너는 건물숲 여기저기를 누비고, 버스정류장 앞에 앉아 초록색 시내버스가 몇 대고 눈 앞을 지나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어느 작은 편의점에 들어가 거기 진열된 형형색색 과자와 음료수를 만질 수도 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했던 부모에게 배운대로 가게 물건을 집어들고 나올 때는 카운터 위에 정확한 액수 현금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너 이외엔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살다 외로움에 지치거든 아무 가게, 가급적 전면이 통유리로 된 의류매장 쇼윈도 앞에 가서 한참 동안 그 유리창을 쳐다보면 될 것이다. 유리에 비추어지는 장면은 더할 나위 없이 정상적인 모습들, 낯익은 거리 풍경에 사람들로 가득찬 풍경일 테니까.

 이 무인세계에서 유리는 불편한 진실을 말한다. 잘못된 건 세상이 아니라 네 자신이라고. 살아 있는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는 네 감각이 이상한 거라고.

 하긴 이제 와서 네게 그런 사실 따위 아무 의미도 없을 거다. 벌써 스무 해 이상, 그런 식으로 살아온 네게는.

 그런 네게 사랑이 찾아올 수 있으려면, 제법 거창한 기적 하나쯤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이런 건 어떨까? 평소와 다름없이 길거리를 거닐던 네게, 눈이 확 뜨일 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평생 너 이외에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을 직접 목격한 바 없는 네게 처음으로 똑똑히 보이는 살아있는 사람이 네 앞에 나타나는 거다. 너는 놀라고 또 반가워 정신없이 그에게로 달려가겠지. 보이지 않는 벽들이 네 어깨며 팔을 치고 지나가도, 그 바람에 몇 번인가 꼴사납게 바닥에 넘어질 수는 있어도, 너는 개의치 않고 그에게 달려들겠지.

 허나 생각해보자. 네가 그를 막상 대면한대도 무슨 얘길 할 수 있을까? 생애 처음 보는 산 사람이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이럴 때 어떤 말을 하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을거다. 네가 즐겨보는 TV 연속극에도, 가끔씩 들춰본 소설에도, 항상 왁자지껄한 인터넷상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담이란 숱하게 넘쳐난다. 물론 그것들은 필시 너와는 다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겠지.

 그러므로, 갑작스런 첫 만남에서 너는 그녀를 바로 눈 앞에 두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리란 걸 인정할 수 있으리라. 이 만남에 좀 더 감칠맛을 돋는 얘기, 비극적인 요소를 첨가해 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세상 사람들 중 유일하게 네 눈에 보이는 단 한 사람인 그녀가, 세상 사람 모두를 볼 수 있는 평범한 눈을 가졌으면서도 정작 너 하나만은 보지 못한다던지.

 어쩌면 그녀는 그 자리에 혼자 있던 게 아닌지도 모른다. 그녀는 너를 보지 못하지만, 곁에 있는 그녀 친구는 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딱 보기에도 수상쩍어보이는 네가 제 친구에게 접근하는 걸 그녀 친구는 용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전개도 가능하지 않을까? 곁에 있던 친구는 네 가슴팍을 세게 밀친다. 너는 보이지 않는 힘에 밀려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친다. 그 사이 친구는 여자 손을 붙잡아 끌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떠난다. 볼 수 없는 인파 탓에 너는 그들을 결코 쫓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끝난다면 너무 시시하다. 이쯤에서 다른 기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한다는 건 어떤 이에겐 기적같은 사건들이 하나하나 쌓여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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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 연재 중간중간 쉬엄쉬엄 올릴 짧은 단편입니다 ㅎ
 아직 글 쓰는 제게도 설정이 다 와닿지 않은 감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죠.
 참고로 연애물입니다.

 클레어님이 한번 하셨지만, 언젠가 저도 해보고 싶었던 작은 이벤트!! 글을 읽으신 분들은 설문조사도 참여해 보세요. 상품은 없지만 의외로 재미가 쏠쏠할지도?

 

  가장 앞으로의 전개와 비슷하리라 예상되는 기적을 선택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결과와 연동되는 이야기 전개...까지 제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불가능하고요;; 기적 내용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유명 영화 내용입니다. 특정 국적 영화가 많다고 느껴지는 건 착각일지도? 암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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