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8 02:06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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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 빠진 인생을 살고 있었지. 웃기는 일이야.”


그는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푸념이라면 푸념이겠지만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나도 내 삶을 꽤나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그게 아니더라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의 대답을 원했고 그 후에야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조금의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무표정이었지만, 나는 언제나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너는 어쩌겠다는 거지.”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푸하핫!”


그는 내가 못미더운지 눈가를 약간 찡그렸다.


“난 말이야. 아아,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 그 녀석이 필요할 거라면서 이걸 주더군.”


나는 주머니에서 펜을 하나 꺼냈다.


“난 왜 이게 필요한지 모르겠어.”


그는 펜을 잠시 바라봤을 뿐 달리 반응이 없었다.


“그래, 그 녀석을 믿고 이 펜을 적극 활용해 보자고.”


나는 흰 벽에 선을 그었다. 그리고 하나의 글을 써내려갔다.


‘즐거운 것, 긍정적인 것, 그리고 편안한 것. 그것이 나다.’


“어때? 나는 이런 사람인데. 너도 한번 써보지 그래?”


나는 그에게 펜을 쥐어 주었다. 의외로 그는 스스럼없이 벽으로 다가가 선의 반대쪽에 하나의 문장을 썼다.


‘비가 내리는 만큼 그는 미소를 지었고 물이 고이는 만큼 그는 울었다.’


그는 펜을 내게 돌려주었다. 나는 잠시 멍해있었다. 그가 쓴 글은 단순한 허세도 아니었고 단순한 시의 구절도 아니었다. 나는 왠지 지금 이 상황이 우습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얼굴에는 전혀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왠지 앞으로는 절대 웃음을 짓지 못할 것 같았다.


한참의 침묵 후, 그가 다가왔다.


“웃어라. 그게 너니까.”


참 황당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내가 힘을 주었다.


“그럴까?”


정말로 입가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아, 이제 그 녀석이 왜 펜을 가지고 가라고 했는지 좀 알 것 같군.”


새어나오던 웃음은 얼굴 전체로 퍼졌다.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웃음의 이유를 찾았다는 점.


나는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럼 그만 가볼게. 너도 가끔은 웃으라고.”


“나는 언제나 이곳에서 자전하며 속죄를 받아야하니까...”


그는 뒷말을 흐렸지만 대충 짐작이 갔다. 심장이 멈출 듯 한 피로가 쏟아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동안 그의 말이 어렴풋이 들렸다.


“돌고 도는 동안만큼은 너는 웃어줬으면 좋겠다.”


 


 


----------------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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