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9 03:56

새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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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바위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아주 오래된 바위.


 바위에겐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친구는 당돌하게도 자신의 위에 둥지를 지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수도, 그렇다고 그 바람으로부터 지켜줄 무엇도 없는 자신의 위에 말입니다.


 '새야, 너는 왜 내 위에 둥지를 지었니.'


 '그냥.'


 새는 언제나 바위의 물음에 그냥이라고만 대답했습니다.


 바위는 새를 위해 해줄 게 없었습니다. 자신에겐 나무처럼 둥지를 보호해줄 나뭇가지도, 새를 숨겨줄 수풀도 없었기 때문이죠.


 '새야, 너는 왜 내 위에 둥지를 지었니.'


 '글세.'


 대답이 바뀌었습니다. 바위는 언제나 그냥이라고만 대답하던 새의 대답이 바뀐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가 떠났습니다.


 '새야, 다시 올거니.'


 '글세.'


 새가 둥지를 떠나 바다 너머로 날아갔습니다. 바위는 하염없이 새를 기다렸습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그리고 다시 비가 오고.


 하지만 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바위는 너무 슬펐습니다. 오랫동안 살아오며 언제나 외로웠고, 새는 자신이 살아오며 처음 만든 친구였기 때문이죠.


 다시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또 다시 비가 오고. 바위의 등에 이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새가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 더 이상 날개 짓을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새야, 돌아왔구나.'


 '으응.'


 새는 돌아오자마자 바위 위에 털썩 쓰러졌습니다.


 '아, 편하다.'


 새가 웃었습니다.


 '새야, 너는 왜 내 위에 둥지를 지었니.'


 '외로워 보여서.'


 몇 년 만에 새가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바위가 웃었습니다.


 '바위야, 편하다.'


 '고마워.'


 바위는 너무 기뻤습니다. 자신이 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생겼기 때문이죠.


 '바위야, 나 좀만 잘게.'


 '으응.'


 새가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린 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새도, 바위도.


 


 


 


 '...바위야, 너는 왜 등에 이끼를 만들었니.'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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