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5 08:27

꿈을 쫓는 자 - 03

조회 수 398 추천 수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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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사냥꾼

 

바라는 게 뭔가?

프레이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그의 거대하고 고급스러운(또 비싸기도 한) 나무 탁자에 걸터앉아 앉아 있었다기 보단 몸을 지탱할 수 없어 탁자에 기대어 있었다 있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프레이저 앞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서방의 고려인 특유의 짙은 검은색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그는 프레이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주변엔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프레이저를 호위하던 보디가드들이 새하얀 시체가 된 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의원님이 파일 0번에 관해 의원회 몰래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고려인의 특징인 작은 코와 눈을 가진 그가 미소를 지을 때마다 눈이 거의 감겨져 매우 선량해 보이는 미소였지만,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와 함께 보이는 그의 미소는 왠지 모르게 잔혹하였다.

 

몰래! 절대로 몰래 하지 않았네, 아직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아 보고를 미루었을 뿐, 아무것도 꾸민 일이 없네!

제가 여기 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프레이저는 얼굴이 더욱 하얗게 되어선 책상에서 쓰러지듯 내려와 고려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남자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제발! 제발 죽이지는 말아줘!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주겠네!

커다랗게 뜬 그의 눈이 초점을 맞추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렸다.

 

한스 실버레이가 제 7부대에 있었던 마지막 생존자였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의 혈육이 소실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그 기록을 가지고 있네! 파일 0! 그가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도 있네!

그의 말투는 어느새 애원조로 되어 있었다.

 

검은 늑대라…….

남자가 관심을 보이자, 프레이저는 더욱 빌어대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잠적할 테니, 제발 날 살려주고 의원회엔 잘 둘러대주게!

거짓 보고는 할 수 없습니다.

남자의 얼굴이 블라인드 사이로 흘러 들어온 새벽 빛에 차갑게 빛났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남자의 다리를 부여잡고 있던 그의 손이 풀리며, 프레이저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뒤로 넘어졌다. 그의 목엔 가늘고 길쭉한 날을 가진 단검이 박혀 있었다. 이젠 시체가 된 몸뚱어리의 목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피에 부츠가 더러워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고려인은 프레이저의 방을 뒤져 문서란 문서는 전부 책상 위에 모아 놓았다. 그는 방 한편에 놓여져 있는 주인 잃은 갈색 서류가방을 가져와 책상 위의 문서들을 전부 집어넣었다. 방을 나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그는 가죽 재킷 주머니에서 작은 단말기를 꺼내었다. 작은 스크린과 여러 가지 번호판이 달린 단말기를 이리저리 조작하자, 작은 신호음과 함께 통신이 연결되었다.

 

헌터입니다.

일은 완수하였나?

낮은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나이든 남성의 낮은 목소리였지만, 마치 음성 변조가 된 듯한 느낌의 소리였다.

 

, 문서도 전부 수거하였습니다. 프레이저의 말로는 한스 실버레이의 혈육이 파일 0번에 관한 기록을 소지하고 있다 합니다.

일단 프레이저의 문서를 전송하도록 하게. 그리고 서둘러서 실버레이 장군의 혈육을 찾아 기록을 회수하도록.

소유자는 어떻게 하지요?

짧은 침묵 후 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되도록이면 기록만 회수하도록 하게. 하지만 저항이 심하다면 죽여도 좋네.

.

통신이 끊어졌다. 코드네임 헌터. 목표물을 사냥하여 절대 놓치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 고려 출신의 암살자는 네온 정부의 스파이였다. 프레이저가 극비사항인 파일 0번에 관해 의원회 몰래 일을 꾸미고 있었다. 의원회는 그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헌터를 보내어 프레이저를 제거하였다. 그가 무슨 일을 도모하고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문서들이 제국으로 보내지고 나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북쪽이라…….

남자는 고개를 돌려 건물 벽에 붙은 기차 노선을 확인하였다. 최 북단의 캠프벨 작업지구까지 가는 기차는 하루 뒤에나 있었다. 실망하는 남자 뒤로 기차의 경적이 울렸다. 중앙 산업지구로 가는 화물차이다. 헌터는 얼른 기차 선표를 확인하였다. 지금 화물차에 걸쳐 타고 중앙에 도착하면 바로 북행 열차를 탈 수 있다. 그는 화물차가 출발하기 시작한 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은빛 늑대

 

 실버레이가 눈을 떴을 때 열차는 이미 헤링턴 역에 도착해 있었고, 날 역시 새 버려 새벽의 옅은 푸른색 빛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쓰고 있었던 안경을 잠시 벗어 좌석 앞의 작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는 살짝 남아있던 피로에 얼굴을 문질렀다.

 

기차의 출발을 알리는 요란한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헤링턴에서 분명 사람 몇이 기차에 탔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버레이가 앉아 있는 칸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탑승 시간이 시간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다들 중앙 칸들을 차지하느라 바쁠 터이다.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기차 밖을 잠시 보다가, 가방에서 꺼낸 작고 낡은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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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1.15 08:53

     고려인이라는 말에 잠시 혹했네요 ㅎㅎ 이게 역사소설류였나, 하고요;;

     마치 영화같은 장면들, 진행이 마음에 들어요. 저도 예전에 그렇게 써보고 싶었는데, 왠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부럽네요^^

  • ?
    Mr. J 2011.01.15 09:07

    나름 SF입니다 ㅋㅋ

    동양인에 고려인이라는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서 그렇게 써봤습니다.

     

  • profile
    시우처럼 2011.01.16 19:39

    아, 역시 관록이 묻어나는 글이라고 할까요.

    문장과 대화가 멋스럽고 자연스러운 것 같아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정말, 그야말로 한 권의 정식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

     

    그나저나 놈놈놈인가요?

    실버레이와 암살자와 그 도적여자

    이 세 인물이 중요 인물이 될 것 같긴한데.. ㅎ

  • ?
    Mr. J 2011.01.17 07:47

    많이 부족한 글인데 감사합니다.

    시놉시스대로 쓰게 된다면 놈놈놈놈놈이 될거 같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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