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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은 잘 좀 써본다고 했던 글인데, 쓰고나니 유난히 아마추어같은 글이란 감상을 들었네요 ㅠㅠ 안 어울리는 짓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


 뭐 그런, 어설픈 글입니다. 짧은 글 아무쪼록 재미있게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


 


 #1


 


 “…네가 누구라고, 꼬마 아가씨?”


 


 부지런히 핫쵸코를 홀짝이던 작은 입이 잠시 멈칫. 이어서 새까만 눈동자가 힐끔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혹여나 내가 잘못 말하기라도 했던가. 나는 곧장 쉽게 내뱉은 말을 두고 후회하며 곱씹어 보았다. 돌아오는 눈초리엔 명백히 한심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저씬 제게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넌 누구냐고."



 과도한 친절이다. 내가 무슨 치매 환자도 아니고.



 "묻는 게 당연하지. 지금 네 말 들으면 누구나 그렇게 물어볼걸?"
 "아니던걸요?"



 반박이 들어오기까진 단 일 초도 걸리지 않는다. 나는 또다시 스스로 심각하게 상식이 부족한 게 아닌지 의심해 보았다. 아홉 시 뉴스 시청만으론 부족한가? 신문이라도 구독해야하나?
 일단 물어나 보자.



 "아니라고? 누가 그러던."
 "제 친구들이요."
 "소꿉놀이 감치곤 유난히 장대한 이야기인걸."
 "저기요, 너무 눈에 띄게 애 취급은 마시죠. 보는 쪽이 다 기분 나빠지니까."



 물론 말상대를 애 취급해선 안 된다. 그건 사과해야지. 고개를 살짝 숙인 순간 두 눈에 들어온 상대 모습에 그 갸륵한 마음이 다시 슬금슬금 뱃속으로 기어들어가 버린다. 뭐야, 좋게 봐줘야 이제 겨우 초등학교나 다닐 법한 이 꼬맹인. 아, 나 이제껏 얘랑 대화중이었지?



 "애는…맞지 않나?"
 "아하, 이제 와서 어른 흉낼 내보시겠다! 다음은 뭐죠? 지루한 훈계를 줄창 늘어놓을 건가요? 미아 찾는 곳에 데려가 맡겨버리기라도 할 생각? 경찰서 문턱만 밟아 봐요, 어떻게 될지는 나도 책임 못 지니까."



 어떻게 될지는 나도 참 궁금하다.



 "궁금하면 직접 해보시죠? 저도 궁금하네요. 과연 새까만 발찌를 차게 될지, 화학 주사를 맞을지. 아, 그 전에 아동성범죄자 형기는 어떻게 되는지부터 물어봐야 할까요?"



 문득 테이블 하나를 사이로 마주 앉은 꼬마애 너머로, 벽에 걸어놓은 커다란 거울이 보인다. 간밤 잠을 설쳐 두 눈 밑이 거무스름한 30대 중반 남자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음, 면도 안한지 일주일쯤 됐나? 턱 밑이 좀 까슬까슬해 보이는 게. 눈 아래 살집도 좀 있고. 홈즈 선생이 그랬지. 눈 밑 살집이 잡히는 사람은 색을 밝히는 타입이라고. 반쯤 감긴 눈도, 빗지 않아 덥수룩한 머리도 한결같이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관찰 도중 우연히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친 걸 깨닫고 섬뜩해한다. 음, 어딘지 수상쩍어…….아니, 저건 나잖아!



 "아무리 봐도 교육하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중년 아저씨랑, 사촌이라 해도 믿지 못할 만큼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열 살 전후 여자애.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교육하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인상은 대체 뭔데?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게 있으면서도 내 머리 한편에서는, 그 아이가 말한 그대로인 장면이 그려진다. 다른 사람 구설수에 오르기 딱 좋은 그림이란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떡할까. 믿어주라고?"



 한 풀 꺾여 이렇게 물어보자 상대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머리를 조금 긁적이곤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어 맞은편에 앉은 그 여자애를 본다.



 이 아이 같지 않은 아이가 하는 말을 정말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은 얘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세요, 라니 무리인 게 당연하잖아. 이 영악한 꼬마 애는, 친구들은 자기 말을 믿어줬다고 하지만 글쎄, 진짜 믿어준 사람이 있기나 할까? 처음부터 얘한테 친구 따윈 없었다고 한다면 자기가 거짓말한 건 틀림없이 아니니까.



 당신에게 한 번 물어보자. 당신은, 믿을 수 있는지? 시대는 21세기, 이미 사람도 달나라로 보내고 이제 곧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때여서 더 이상이 세상에 믿지 못할 일 따윈 일어나지 않는다지만,


 


 '인간의 왕'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한단 걸, 당신은 정말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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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벗 2010.09.06 06:13
    아니, 저건 나잖아! (와핫핫핫)
    윤주님 글은 처음 보는데, 잘 읽었습니다. 아마추어같은 글이란 건 제게는 찬사라고 생각되는군요.
    전 프로의 실력은 존중하지만 그 거만함과 추한 맹신과 알맹이 없는 계몽주의를 싫어합니다.
    이 글은 탄탄하면서도 겸허한 느낌이 납니다. 그게 좋네요.
    아, 중간에 사촌이라 해도 믿지 못할- 에선 조카라고 해도 믿지 못할- 쪽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0.09.06 16:49
    그게 또 아마추어여서 부릴 수 있는 거만함과 맹신과 알맹이 없는 계몽주의도 있거든요;; 사실 이 글이 어설픈 이유도 그거고...이래저래 반성중입니다;

    확실히 조카가 괜찮네요. 감사합니다^^
  • profile
    클레어^^ 2010.09.06 07:40
    흐음... 심오하네요.
    남자와 아이... 누가 보면 남자가 아이를 납치해갈 것 같은 인상을 줄 거 같네요.
  • profile
    윤주[尹主] 2010.09.06 16:51
    벌써 심오하면 안되는데;; 어쨌거나 남 믿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 profile
    시우처럼 2010.09.06 10:44
    인간의 왕이라
    예전에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가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그때는 세상의 왕이긴 했지만요.

    이번 글은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전 작품이 뭔가 정통소설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글은 뭔가 대중적인 느낌? 솔직히 제가 무식해서 인지 저 한테는 이런 느낌이 글이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아무튼, 오랜만에 연재가 시작되셨으니 앞으로도 계속 쭈욱 기대하겠습니다.
  • profile
    윤주[尹主] 2010.09.06 16:55
    저도 대중적인 글이 좋아요. 많이 읽히는 글이 좋은 글....반드시는 아니겠지만 대체로 그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거나 가볍게 쓰려고 애쓴 글입니다만, 막상 또 읽다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같아요;; 역시나 글 올리시는 다른 분들이 대단하신 듯. 재미있고, 색다른 얘기들이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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