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디사이드 운영자 천무입니다.

연말이라 인사를 하나 남깁니다.

인디사이드(창조도시)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26년이 넘었습니다.
은근히 간간히 잘 꾸역꾸역 잘 버텨낸 세월 이었다고 봅니다.

 

지금의 인디사이드는
한때 북적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가끔 누군가 쓱 들어와 문 한번 열어보고
“아… 아직 있네?” 하고 나가는
잊혀진 폐광 도시 같은 분위기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이 폐광,
아직 전기가 들어오고 서버도 잘 돌고 있습니다.

그걸 유지하는 데에는
여전히 제 시간과 비용이 조금씩 들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달리 떼부자로 살고 있지는 않지만,
유지비 때문에 당장 문 닫을 상황은 아니랍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

 

작년에 서버 교체를 하면서
제 건강 상태에 따라 사이트의 존폐가 달려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꽤 건강합니다.

운동도 살짝 하고, 크게 아픈일이 없어야 하기때문에 꾸준히 병원에서 건강체크도 하고 약도 먹고, 그렇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 작년 11월에 돌아가셨는데, 향년 97세 셨습니다.

 

이거 장수 유전자를 받은거라면... 남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90세 정도면.. 앞으로 45년 정도는 더 운영 가능할것 같습니다.

 

다만 살짝 고장이 난 부분이 있긴 한데... 그것은...
노안입니다.

 

휴대폰을 점점 멀리 들고 보게 되더군요.
멀리있는건 지금도 기똥차게 잘보는데.

가까이 있는게 잘 안보이네요.

 

그렇다고 휴대폰 텍스트 크기를 크게 해서 보기엔 아직 그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그냥 멀찌감치 띄워놓고 보는걸로 타협을..

 

 

---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글 쓰고, 그림 올리고, 게임 만들던 분들이
지금은 사회 곳곳에서 각자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합니다.

 

그럴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문득,
인디사이드가 30주년이 되는 2029년쯤
한 번쯤 정모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 출신이라고 말해도 될 법한
꽤 유명해진 분들도 초대해서 의미있는 30주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물론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그냥 상상만 해보고 있는겁니다.

 

---

앞으로 이곳에
뭔가 대단한 걸 새로 얹거나
운영 방향을 확 바꿀 계획은 일단 없습니다.

 

뭘 할 에너지가 좀 부족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고...

 

다만 아주 조금, 
예전에 처음 ‘창조도시’를 하던 시절처럼
게임만을 다루기 보다는
글, 그림 같은 창작 콘텐츠 중심의 공간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때처럼 커뮤니티로 굴리는 건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고요,

 

요즘 시대에 맞게
개인 SNS랑 느슨하게 연결되는
“느낌적인 느낌” 정도를
어렴풋이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행력은 예전만 못하고,
개인적으로도 바쁘다 보니
현재는 상상 단계에서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

조금 무거운 이야기도 하나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작년 여름, 똥똥배님께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꽤 마음이 쓰였습니다.

 

창조도시 출신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한때 이곳에서 활발히 활동하셨던 분이고

 

개인적으로는 서로 친한적도 없고, 말을 친하게 주고받은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냥 저의 일방적으로 정이 좀 들었었던것 같긴 합니다.

사실 창조도시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에 대해서 묘한 친밀감과 정이 는편입니다.

 

아무튼 그 소식을 듣고
인디사이드 이름으로 화환 하나를 보낸 게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뒤늦게나마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마음으로 인사를 남깁니다.

 

---

창조도시가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은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였죠.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분들은
이제 30대 중반,
중학생이었던 분들은 40대를 바라보고 계실 겁니다.

당시 20대였던 저는
어느새 4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땐 왜 그렇게 서로 다들 진지했나 싶기도 합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고,
싸우기도 하고, 삐걱대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것마저도 다 지나간 이야기네요.

---

아무튼 당분간 서버는 잘 굴러갈 예정이고,
게임 데이터는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여기에 남겨주신 글과 기록들은 최대한 오래 보관할 생각입니다.

 

이곳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주 가끔,
정말 생각날 때 한 번쯤 들러서
“아직 있네” 하고 가셔도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30주년 정모를 하게 된다면
최소 6개월 전에는 공지를 올릴 테니,
그때까지는
몇 달에 한 번 정도
생각날 때 들러주셔도 충분합니다.

 

혹시라도 문자메세지로라도 소식을 받아보고 싶으신분들이 있으면 chunmu1@naver.com 으로 휴대폰번호와 이름(닉네임) 을 남겨주시면 기록해두고 있다가 뭔가 하게되면 안내문자는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창조도시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 분들은
이번 공지를 핑계 삼아
댓글로 한 줄 정도 남겨주셔도 좋겠습니다.

 

올 한 해도 각자 자리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