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1 21:44

어떤 재회

조회 수 411 추천 수 4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는 오랜 외로움이었나요. 그래서 그 골목에서 오래도록 나를 기다렸나요. 지친 몸을 이끌고 꺾인 모퉁이를 비틀비틀 무겁게 돌아서다 흠칫,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나는 알았지요. 그 골목, 어딘가 부서진 가로등이 노오랗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 가로등만큼이나 외로운 그대가 그곳에 움츠린 채 서있었음을. 마주친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더랬지요.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숨을 천천히 고르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십이월의 밤은 어찌나 춥던지, 어떤 말도 미처 꺼낼 수 없었던 것은 그 추위 탓이었는지, 혹은 울컥 가슴을 죄어오던 내 마음 때문이었는지, 왜 그 겨울, 우리의 삶은 그토록 삐걱였는지, 하필 그곳에서 우리는 마주치게 된 건지, 왜 결국 나는 긴 침묵 끝에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는지. 왜 이제야 왔어요, 찬바람에 얼어붙어 시린 입을 힘겹게 열던 나는.
그대는 말이 없었지요. 그러나 얼마나 많은 얘기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쌓여있었던가요.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툭, 쏟아져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눈물들이, 우리는 목이 메어서, 숨이 막혀서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결국은 무너져 내리고 말았던. 이제는 기억할 수 있나요, 가로등처럼 부옇게 그리움이 번지고 찬 공기는 외투 속으로 아프게 스며드는데, 우리는 그저 울기만, 울기만 했던 그 겨울밤의 어떤 재회, 말이에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160 행복과 불행사이 3 샤이, 2010.02.22 378 2
» 어떤 재회 2 소나무 2010.02.21 411 4
2158 소망 4 소나무 2010.02.20 393 5
2157 추적 3 乾天HaNeuL 2010.02.20 288 1
2156 싫다... 1 샤이, 2010.02.19 274 2
2155 어둠의 환희 2 乾天HaNeuL 2010.02.19 251 1
2154 생명의탄생 7 여노 2010.02.18 302 2
2153 환희 2 乾天HaNeuL 2010.02.19 296 1
2152 파장 2 乾天HaNeuL 2010.02.17 307 1
2151 비상(飛上) 3 게임 2010.02.16 305 3
2150 폐품 2 RainShower 2010.02.16 353 3
2149 울적한 날 1 乾天HaNeuL 2010.02.17 300 0
2148 귀향 1 乾天HaNeuL 2010.02.26 276 0
2147 돌겠다. 2 乾天HaNeuL 2010.02.12 301 3
2146 당신 몰래 살아가도 되죠? 2 은빛파도™ 2010.02.12 413 4
2145 겨울장마 3 乾天HaNeuL 2010.02.11 286 3
2144 성(性) 3 평운 2010.02.10 376 3
2143 작은 꽃 3 乾天HaNeuL 2010.02.09 306 3
2142 언제부터 였을까. 5 천무 2010.02.09 413 5
2141 너의 이름을 1 乾天HaNeuL 2010.02.09 338 2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