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30 07:53

이야기꾼 (3)

조회 수 33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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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자려고 시도했지만 녀석 덩치가 너무 커서 불가능했다. 오늘도 꼼짝없이 바닥에다 이불 깔고 새우잠을 자야될 성 싶다. 으유, 웬수같은 자식.

 

 엄청 졸리긴 하지만, 자기 전에 녀석 자세를 바꿔주어야겠다. 뒤척이다가 뿔을 벽에 찧지 않도록 수갑을 채워둔지라.. 보기에 변태같은건 물론이요 가만 냅두면 욕창이 질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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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아침이고 방에서 나와있다. 지금은 도저히 글을 쓸만한 상태가 아니다. 머리도 멍하고 속도 안좋고.. 계속 신전 안에 있었던 탓이겠지. 일단 좀 쉬자.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플레밍은 몸 상태가 안좋아지면 신전에서 나오라고 경고했었다. 빈혈이나 어지러움, 구토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활기가 거의 바닥났다는 뜻이기 때문에, 더 방치했다간 활기가 아닌 진기.. 그러니까 수명과 직결되는 에너지를 마샬에게 빼앗기게 될거라고 말이다. 내가 뭔 아낌없이 주는 호구도 아니고, 그건 절대 사양이다.

 

 난 너무 마샬에게 휘둘리고 있다. 대체 몇 번이나 그 이름을 언급한거지? 물론 그 녀석이 의도해서 내가 이렇게 된 건 아니지만.. 젠장. 그래서 더 열받아. 대체 그 놈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이런.. 문자 그대로 X질을 할! 이대로 가다간 1년 후엔 새끼치겠군.

 

 기분전환을 위해 화제를 바꿔보려고 한다. '자체 숙제'라고 표현했던 것들은 미뤄두고, 좀 더 정상적인 범주에 드는 걸로.

 

 나는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버섯이나 조개, 내장 같은 건 잘 못먹는다. 영양가가 높다는건 알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버섯 같은 경우엔 그 자체가 싫다는게 아니고, 굽거나 기름에 볶거나 했을때 생기는 특유의.. 즙? 하여튼 씹으면 나는 니글거리는 맛이 견딜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난 국에 넣고 끓이거나 다른거에 섞어서 삶은게 아니면 먹질 않는다.

 

 어패류는.. 일단 생긴게 좀 그렇지. 돼지나 소, 닭같은 동물은 내장하고 살코기를 따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조개는 그냥 올인원이잖아. 한번에 다 먹어야된다고. 거기다 은근히 잘 안넘어가고 비린 맛이 난다. 어쩌다보니 조개 관자는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패류는 질색이야.

 

 근데 해물을 걸고 넘어지니 게나 새우를 먹는건 왜 괜찮은건지 모르겠군. 새우젓도 괜찮고, 양념게장 마시쪙. 소금에 구운 대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새우나 게는 그 기원이 벌레 쪽이었던걸로 안다. 그런데도 메뚜기나 번데기 먹는건 끔찍하게 여기면서 어째 새우는 잘먹는단 말이야. 게 몸통에다 밥 말어먹는 것도 따지고보면 그 안에 있는 내장 싹 다 말아먹는건데.. 그건 아무 생각없이 삼키고.. 입맛에도 이중잣대가 존재할 줄은 몰랐군 그래.

 

 내장.. 난 순대하고 간이 한계다. 아니 한계였지. 지금도 허파나 염통은 차마 못먹겠지만, 곱창이나 생간을 먹을 정도는 되었다. 왜인지는 넘어갈란다.. 기껏 화제 전환 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긴 싫거든.

 

 먹는거 이야길 하다보니 속이 부글거린다.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다 끄집어내서 그런가, 지금 이게 위꼴인지 구역질인지 애매하다. 하지만 지금 뭘 먹는다면.. 샐러드! 아삭아삭한 샐러드가 좋겠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호텔 요리사가 포장마차를 끌고 나가는 날이다. 말을 자주 나눠본 적이 없어 자세한건 모르지만, 호텔에서 일하는게 싫은 모양이었다. 매릭이라고 했던가? 내가 모르는 비리나 노사분규라도 있는 모양이다. 흠, 내가 있을 때 사건이 터지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샐러드 정도는 물론 야채 채썰고 드레싱 뿌리고 뙇! 하면 끝인 야매요리.. 아니 간단한 에피타이저다. 꼭 요리사를 찾을 필요가 없지. 근데 문제는 이 도시에서 식용작물은 찾기 힘들다는거야. 바닷길로 오가는 무역품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곳이다, 여기는. 상품가치가 더 높은 꽃이나 약초같은걸 도시 차원에서 밀어준다고. 매릭은 그런 배경이 있는 이곳에서 텃밭을 꾸리고 있는 몇 안되는 외곬수이기도 하다. 그 양반 아니면 샐러드 만드는건 꿈도 못꾼다. 다음 주에 선박이 들어오기 전까진..

 

 계속 호텔 밖 벤치에서 글을 끼적이고 있으려니 배고픔이 구역질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뭘 본격적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때문에, 나는 간식거리를 살 요량으로 호텔을 등졌다. 물론 호텔에도 식당이 있고 스낵코너가 있고 그러지. 하지만 돈을 아낄 요량으로 숙박비에 식대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여기서 밥까지 먹기 시작하면 진짜 알거지되는거 순식간이걸랑.

 

 발품을 좀 팔다 할인행사 중인 식료품점을 발견했다. 들어가보니 값을 깎아주는건 통조림이나 캔에 든 음식 뿐이라 허탕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때 즈음엔 배가 정말로 고파져서 그거라도 먹기로 작정했다. 식료품의 대부분을 외부에 의지하다보니 할인할때 쓰는건 배가 들어오기 전에 남는 가공식품이 전부인 모양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차갑고 축축하고 짠내나는 고기 통조림..

 

 저장식품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통조림 음식이라고 내가 그걸 날로먹을 것도 아니지. 그래도 말이야.. 난 통조림 음식이 참 먹기 힘들다. 옛날에 희귀 광물을 조사하러 탄광에 들어갔다가 갇힌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비상식량이라고 쌓여있던게 통에 담긴 민달팽이였거든.. 그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인간이 아니라 도깨비였으니 당연한거겠지만.. 아 쏠린다 쏠려.

 

 역시 도저히 못먹겠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서 먹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건데.. 탄광 이야길 떠올렸더니 지금 민달팽이가 뱃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아.. 그냥 토하고 누워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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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2.03.31 04:40

    저는 사실 간도 못 먹습니다 ㅠㅠ

    순대만 겨우 먹을 정도에요.

    이거 얼핏 보면 현실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판타지 같기도 하고...;;

  • ?
    드로덴 2012.03.31 05:11

    홀로 무플방지위원회 꾸려나가느라 고생하십니다. OTL

    카테고리 퓨전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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