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4 23:48

성배:행복한 세상(계속)

조회 수 570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 씨발! 또 그 꿈이다. 또라고! 입고있던 옷은 온데간데 없고 알몸에다가, 공기는 습하고 쉰내가 난다. 이번엔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꾸고있어야할까. 꿈이면 꿈답게 좀 모호하고 알수없는 연관성없는 개드립이 막 튀어나와야 정상인데, 이건 그런거없고 그냥 갇혀있을 뿐이다. 거기다 꿈이란걸 자각하고 있고, 감각도 생생하다. 전부터 꿈을 과하게 체화(몸 체, 될 화)해서 꾸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건 그게 극으로 치달은 경우다.

 

 이 꿈은 참 단조롭고 갑갑하다. 움직일 수도 없고, 주변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푸르딩딩한 조명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이상한 기분으로 계속 있다보면 깨는 꿈. 아니 잠깐만.. 혹시 이거 진짜로 파워에이드 캔 속에 들어가있는거 아니야? 초한정판 크리스탈 캔에 들어있는 파워에이드! 조그만 고깃덩어리는 덤! 어이구 씨발. 그럼 내가 여기서 나가는 날엔 크로노스 뱃속으로 들어간 크레토스랑 싱크로가 좀 맞겠네. 망명의 블레이드가 없어서는 개뿔 식도 연동운동에 짓눌려서 조기사망하시겠다. 아 크레토스 횽. 나 좀 여기서 꺼내주세요. 시크하고 잔인한 그리스 영웅은 나 같은건 개무시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꿈에서 깰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 뿐이다. 정신이 또렷하다보니, 나는 졸지에 24시간을 풀로 깨어있는 처지가 되었다. 이게 뭔 미친 짓거리야. 정신과 상담을 빨리 받고싶은데, 자꾸 입원하는 통에 그게 되질 않는다. 여기가 종합병원이긴 한데 하필 정신과 의사들이 식당에서 음식 잘못먹고 식중독으로 줄줄이 입원해놔서.. 이런거 보면 의사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원래부터 사람인데, 생명을 다루다보니 위엄이 철철 넘쳐흐른단 말이야. 직업이 사람을 인간 이상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하지만 마냥 우러러볼 수도 없는게 그 위엄이 무너지면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추하다는 생각까지 들어버린다. 따지고 보면 외과고 벼농사고 예능이고 간에 다 분업인데, 한 사람이 할 수 없어 나눠서 일을 나눠서 맡게된 것인데 거기에 귀천이 생겨버렸다. 인간 참 불쌍한 동물이다. 어휴.. 하나의 직업을 가지는 것 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할 일을 대신 떠맡는 것인지. 모두가 그렇게 해나가니 겨우겨우 살아간다. 한 명 한 명이 전지전능해져야 이런 불안한 삶도 끝이 나겠지. 하지만 우리가 전지전능해지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계속해서 우리의 일을 대신 해줄 도구를 만드는 것 뿐. 아마 이래가지고는 우주에 대수축의 날이 올 때까지도 이런 불안한 생명체로 남아있을거야..

 

 우주란건 참 무섭고 대단하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개념을 만들고 가설을 증명해도 증명하기 힘든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시간이 그렇다. 우리는 3.5차원에 살고 있다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가로, 세로, 높이의 3차원에 시간이라는 새로운 축이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체 시간이란 뭔지? 우주가 대팽창으로 시작되었다면, 시간도 그거랑 같이 생겨난 것인가? 그렇다면 우주가 팽창을 멈추면 시간은 다시 역행하는 건가? 1번째 대팽창 후 대수축, 2번째 대팽창 후 대수축, 그리고 계속 반복. 역사와 삶도 반복.. 그런 건가? 이 넓은 우주에서 지구 하나에만 생명체가 살고있는, 이런 상황이 무수히 반복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기만 미치겠다. 답은 낼 수 없는데 궁금하고, 그러면서도 알아서는 안될 것 같고, 그런데 알 수는 없고.. 아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이런 생각은 진짜 질색이야. 무섭다고.

 

 무슨 소리가 났다. 동시에 갑자기 주변이 밝아졌다. 유리같은 벽에 막혀 소리나 빛은 무디지만, 분명하다. 처음으로 꿈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검고 커다란 형체가 벽 너머에서 어른거린다. 2미터는 넘을 것 같은 크기다. 그 형체는 제자리에서 한참 서있다가 잠깐 움직이고, 다시 서있다가 움직이고를 반복했다. 그런 식으로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차츰 내 쪽으로 다가온다. 대체 뭘까? 각도가 계속 바뀌면서 눈에 띈 점은, 그게 덩치가 아주 큰 인간형이고, 허리 주변에서 1미터가 넘는 길다란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가벼운 두통 수준이 아니라, 머리 속에서 뭐가 헤엄을 치는 듯한 감각이다. 헤엄을 쳐도 곱게 칠 것이지 아주 머리통을 하아아아아악!! 아악, 악!!! 두통이 점점 더 심해진다 머리를 붙잡고 몸을 배배 꼬지만, 그렇게 한다고 아픈게 견딜만하지는 않아 아파서 죽을 것만 같은데 멀리 있어야 할 검다란 것이 갑자기 이 쪽으로 홱하고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더 가까이 어렴풋한 모습이 뚜렷해질때까지

 

 초록색 눈을 보았다. 수염과 털로 뒤덮인, 엄지 손가락만한 이빨이 돋아나온 주둥이를 보았다. 밤하늘 같은 피부를 살갗을.. 벌렁거리는 코를 보았고.. 두통이 멎고 꿈도 깬다.

 

 "아아악, 씨발! 뭐야! 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얼굴이었다. 늑대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하지만 저런걸 대체 어디서 봤지? 아 생각하는 것은 지긋지긋해. 24시간 좆까! 난 16시간만 살아도 돼! 병원 옥상에 가서 땀이라도 식혀야지.. 아까 그 두통도 체화가 되었는지 온 몸이 다 젖어버렸다. 목발부터 짚고.. 나가자.

?
  • profile
    윤주[尹主] 2011.08.05 08:39

     이 외계인들인지 뭔지, 그러고보면 참 무리수 설정 남발하네요;; 정신과 의사가 줄줄히 식중독이라니...

     남자가 보는 '현실'이란 건, <매트릭스> 비슷한 건가요? 무슨 목적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
    드로덴 2011.08.05 09:02

    ~_~..매트릭스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은 통제되어야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460 Lady ~ 공략 불가 그녀 (Pilot) 4 윤주[尹主] 2011.08.09 528 1
1459 [이제 좀만 있으면 마지막이네요]별의 이야기 Side A - 31. 안녕, 민시현... 2 클레어^^ 2011.08.09 444 1
1458 Military Team Manager [MTM] [9화] 4 모에니즘 2011.08.09 611 1
1457 (비평) 그 날 34번 버스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6 시우처럼 2011.08.08 699 2
1456 (비평) 일반 사회 3 다시 2011.08.08 608 2
1455 Lady Dragon Knight (16) 2 윤주[尹主] 2011.08.08 504 1
1454 (비평)재수 참 없는 날 4 윤주[尹主] 2011.08.08 663 2
1453 『각자의 시각에서 보는 감각 로맨스』횡단보도 제 8화! 2 ♀미니♂ban 2011.08.08 600 1
1452 [한여름에 크리스마스, 새해가 웬말이냐?]별의 이야기 Side A - 30. 새해 복 많이 받아. 2 클레어^^ 2011.08.06 465 1
» 성배:행복한 세상(계속) 2 드로덴 2011.08.04 570 1
1450 프리휴먼3 file dbeld 2011.08.04 635 0
1449 대왕전설 제 2 장 #2. 2 Alex 2011.08.04 870 1
1448 성배:행복한 세상 2 드로덴 2011.08.04 645 1
1447 횡단보도 가상 캐스팅! [업데이트ver.2] 2 ♀미니♂ban 2011.08.04 788 0
1446 대왕전설 제 2 장 #1. 2 Alex 2011.08.03 785 1
1445 대왕전설 제 1 장 #2. 2 Alex 2011.08.03 548 1
1444 대왕전설 제 1 장 #1. 4 Alex 2011.08.03 554 1
1443 대왕전설(Legend of Great King) -프롤로그. 2 Alex 2011.08.03 589 1
1442 Military Team Manager [MTM] [8화] 2 모에니즘 2011.08.03 550 1
1441 E. M. A. (2-6) 환청 2 윤주[尹主] 2011.08.03 543 1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