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6 21:21

[추리] 가짜 ~1화~

조회 수 444 추천 수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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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없는 생활이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한 어느 날 아버지가 어느 여자랑 집에 왔습니다. 나이는 아버지랑 비슷하게 보였지만 처음 보는 여자였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저를 보자마자 와락 안으며 많이 보고 싶었다고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냈냐고 하였습니다. 이상한 일이에요. 저는 이 여자를 처음 보는데 말이에요. 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자 아버지는 저에게 엄마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왜 그러느냐고 웃으며 말하셨죠. 아버지도 참. 아무리 제가 어린애라도 그런데 속을 리가 있나요. 어머니는 돌아가셨잖아요. 분명 이 여자는 어머니와 닮긴 했습니다만 역시 똑같지 않다는 것은 어린 아이가 판단하기에도 충분했습니다. 집에 걸려있는 어머니의 사진과 비교해도 똑같지 않으니까요. 분명 그것은 제 착각이 아닙니다. 확실히 이 여자는 어머니와 닮았긴 했지만 어머니는 아닙니다. 저는 저를 안은 그 품속에서 벗어나 제 방으로 도망쳤습니다. 뒤에서 뭔가 애절히 부르는 소리가 났지만 그 내용까지 기억나진 않습니다.

 그 후로 그 여자는 계속 저희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시종일관 그 여자를 무시하였습니다. 여자는 저에게 맛있는 것을 주고 안아주고 저에게 온갖 환심을 사려고 했지만 저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는 가짜입니다. 가짜 엄마입니다. 어머니가 없어졌으니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못된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여자를 엄마라 믿고 데려온 아버지가 의심스러웠죠. 어린 저도 알아봤는데 말이에요. 아버지는 무척 멍청한 가 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미쳐버린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아, 아버지는 어머니를 잊었구나. 그래서 새 여자를 데려왔구나. 흔히 말하는 재혼이었습니다. 저는 이 때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무척이나 실망했습니다. 어머니가 죽었는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새 여자를 데려와 살다니 너무나도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사이좋은 부부였는데 어떻게 어머니를 버릴 수가 있나요. 만약 반년이 아니라 십년이 지나 재혼했다하더라도 전 용납하지 못했을건데 말이죠. 그런데도 저에게 이 여자를 어머니라고 믿으라 강요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전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 그리고 어른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가정에서 안정감을 찾지 못하게 된 저는 그 때부터 행복이라는 것을 모르게 되었습니다.

 근데 최근 들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아버지도 가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가짜니까 가짜를 데리고 왔다. 이러면 말이 됩니다. 분명 폭발 때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구조대원에 의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어머니를 구조하려던 구조대원은 잔해에 깔려 죽었지만 아버지를 구한 구조대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분명 폭발을 대신해 맞았으니 무사할 리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그 때 그 구조대원의 생사에 대해 말하진 않았지만 분명 그 구조대원도 죽었겠죠. 그렇다면 왜 거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을까요? 어머니를 구하던 구조대원이 죽은 것은 말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전 인정하기 싫은 사실에 대한 하나의 추측을 하게 됩니다.

 폭발이 일어날 때 구조대원은 몸을 날려 아버지를 구했다. 그러나 전신과 얼굴에 큰 화상을 입게 된다. 구조대원은 고통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버지를 목 졸라 죽인다. 왜 내가 너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해야하냐는 생각에.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자신이 큰 일을 저질렀음을 안다. 그래서 죽은 아버지와 옷을 바꿔 입은 다음 아버지의 시체의 얼굴을 불에 지진다. 그리고 집을 탈출, 자신을 구하려던 구조대원은 죽었고 자신은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다며 아버지인 척하면 되면 간단한 겁니다. 그리고 화상흉터를 없애기 위한 성형이란 명목 하에 아버지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구조대원은 자신의 살인을 숨기고 아버지로 둔갑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물론 막대한 보험금도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옵니다. 진짜 아버지의 시체는 사고로 인해 죽은 것으로 될 테니까 자세히 조사되지 않을 겁니다. 아마 평생 교살로 죽었다는 것이 들키지 않을 테지요. 또 새로 이사하게 되었으므로 아버지는 이전에 알고 지내던 이웃과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 분명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이 가짜라는 것이 들킬 건데 그럴 염려도 없었던 거죠.

 이렇게 아버지도 가짜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가짜 어머니는 가짜 아버지의 원래 부인이겠죠. 그러니 둘이 저렇게 사이좋게 지내는 것일 겁니다. 가짜 어머니가 가짜 아버지의 원래 부인이면 왜 이렇게 늦게 데리고 왔냐구요? 그건 아무리 어린 저라고 해도 바로 가짜를 데리고 오면 눈치 챌지 모르니까 반년이란 시간을 뒀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반년은 너무 짧아 전 금방 가짜라는 것을 알았지만 말입니다.

 아버지도 가짜란 것을 안 저는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일절 얘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이 가짜들은 그래도 진짜인 척 하려고 저에게 계속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저와 친하게 지내려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전 넘어가지 않았고, 이제 그들의 반응도 싸늘해졌습니다. 오히려 전 그들이 저에게 무관심해진 것이 더 편합니다. 그런데도 가끔 절 정신과에 데려가서 상담해야 되지 않냐고 하면서 저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분명 이제 슬슬 친자식이 아닌 제가 필요 없어져 정신병원에 장기요양 시켜 떼어놓으려는 것이겠지요.

 실제로도 한 번은 심리치료사를 만나봤는데 저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것이라며 뭔가 어려운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분명 어려운 말로 저를 혼란하게 해 스스로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더 이상 이런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중학교에 들어서게 되면서부터 학교에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나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물론 전 남자라는 인간들을 혐오하므로 남자 중학교라는 환경이 썩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만 집보단 여기가 훨씬 나았습니다.

 이제 학교이야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행복도 모르고 남자가 싫어 남자들과 어울리기도 싫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처음 같은 반이 된 아이인데 4월쯤에 쉬는 시간마다 항상 홀로 앉아있는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너 이름이 동창이지? 그럼 너랑 나랑 동창이네.”

황당무계한 녀석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개그라고 하는 것일까요? 저를 놀리려고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 시작해 저를 왕따 시키려는 음모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는 나보고 귀엽게 생겼다며 머리를 마구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또래에 비해 왜소합니다만 동급생에게 귀엽다고 쓰다듬을 당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왠지 전 그런 것이 싫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종종 그는 쉬는 시간에 찾아와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양 볼을 잡고 도리도리 하면서 좌우로 흔들곤 했습니다. 마치 어린애를 다루 듯이요. 그리고 그러다보니 어느 새 저와 친해져있었습니다. 저에게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것이에요. 정말 마술 같은 일입니다. 사람과 이렇게 쉽게 친해질 수 있다니, 그것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친해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최현명입니다. 제 이름이 동창이라서 특이한데 현명도 특이하다면 특이한 이름이군요. 그런데 그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미스테리한 녀석입니다. 일단 현재 저희 학급의 서기를 맡고 있는데 글씨체가 최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작년에도 서기였다고 하니 도대체 선생님들은 무슨 기준으로 서기를 뽑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현명이는 친구들에게 싸이코라고 불릴 정도로 엉뚱한 짓을 잘 합니다. 우선 친구들에게 이상한 별명을 붙이는데 능숙합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인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유행을 타 반 아이들이 모두 그 별명을 사용해 한 친구를 부르거나 합니다. 승용이란 친구는 초록이라고 불리는데 아직도 저는 그런 별명이 붙은 이유를 모르겠군요. 그 말고도 그는 쓸데없이 나서서 흔히 헛짓이라 불리는 행위를 해서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고는 하는데 왜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지는데 저런 짓을 할까 싶습니다. 게다가 그는 타인과의 대화중에 저질개그를 무척 잘 구사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동음이의어를 알고 있는 지 그것을 이용해 말도 안되는 개그를 구사해 모두의 분위기를 썰렁히 얼리는 재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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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1.02.07 17:48

    설이없는분이시군요

  • profile
    시우처럼 2011.02.11 06:39

    음?

    소방대원이 아버지를 목졸라 죽였다는 건가요?

    뭐, 어린애가 주인공이니까 그 말을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면 그 소방대원도 참 이상한 소방대원이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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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위험 2011.02.12 08:12

    보통은 주인공이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충격과 공포의 반전이라니니니니니니니

  • profile
    윤주[尹主] 2011.02.27 00:23

     애 말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네요 ㅎ

     계속 정주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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