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6 19:44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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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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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Isuemia La Er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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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급히 사인이를 옆으로 밀어낸다. 분명히 늦었다. 사인이를 밀쳐낼 시간에 막아낼 준비를 했어야 간신히 피할수 있는것을 후회할 시간도 없이, 명치를 노리며 들이 닥치는 리케아의 손톱.


 


 양손으로 재빨리 그의 손목을 잡아 질주를 막아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빨리 물러서야 한다.


 


 펑!


 


 그의 손바닥에서 일어난 불줄기가 사정없이 뻗어나온다. 몇번이고 발을 굴려 다가오는 불꽃보다 몇발짝 앞서 뒤로 물러난다. 머리칼을 태우고 스치는 강렬한 불줄기. 전신이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주저할 시간이 없다. 이 화염의 뒷편에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을 리케아가 날 찢기 위해 나타날테니.


 


 그전에 먼저 파고들어 그의 심장을 취해야한다.


 


 "왜곡된 거짓의 단절(Severance)."


 


 내 앞에서 불줄기를 집어삼키는 허공의 단층에 기대어 불지옥에 뛰어든다. 최소한의 기척으로, 최대한 빠르게 불지옥 건너편에 있을 그를 해체하기위해 달려나간다. 격렬하게 춤추는 화염을 뚫고 나가던 중, 예리한 죽음의 기척이 경고를 울린다. 감각으로 느낀 찰나, 시야에 비친 검극처럼 섬뜩한 손톱.


 


 "읏!"


 


 옆으로 피하기엔 리케아의 손길이 증오스러울 정도로 빠르고, 급히 방향을 바꾸기엔 내 속도는 안타까울정도로 빨라져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두 눈동자를 질주하는 손길에 집중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3이란 숫자를 떠올린다. 여전히 내 목을 향해 달리는 손길. 2. 점점 빨라지며, 1. 불길속에 악마같은 그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지금!


 


 오른쪽 발목을 힘껏 박찬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발밑을 스쳐지나가는 손톱. 그리고 팔목이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그의 어깨를 밟고 다시한번 도약한다. 허공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신체가 앞으로 쏠린다. 그대로 속도에 몸을 맡긴채, 어깨부터 바닥에 부딪히고, 험악하게 몸을 굴려, 겨우 정지한다.



 그리고 몸을 돌리...


 


푹!


 


 순간 복부를 꿰뚫는 고통. 목이 메이는 통증을 참아내며, 간신히 고개만 뒤로 돌린다. 아무것도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영문을 알수 없어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자, 어느새 와있던건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리케아.



 "과연.. 공간(空間)의 에르카. 설마 나의 ....을 그리 쉽게 ...낼꺼라고는. 하지만, 적혈(Postgenity)와의.... 극복할수 없는 모양...보군."


 


 갑자기 청각이 마비된건가, 리케아가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내 복부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리케아의 오른팔에 범벅이된 자신의 피를 보고나서부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리케아는 계속 입술을 움직이지만, 고막이 찢어진듯 고요하기만하다. 피를 쏟아내는 고통이 점점 뜨거워진다. 심박수가 증가하는 모양인지 흘러내리는 피는 강물처럼 세차다. 입술이 간지럽다. 코끝에서 맴도는 신선한 비린내.


충동? 갑자기? 그저 자신의 피를 본것뿐이잖아. 사인이에게 찔렸을때도 멀쩡했었는데, 어째서 이제와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참는다. 이대로 충동에 휘말리면, 살아남을 수 없어. 나, 여기서 죽을 수는 없잖아. 입술이 너무 간지럽다. 끝까지 살아남아야하잖아.


 


 이 저주의 끝까지 살아남아야하잖아! 입술을 깨물어보지만 가려움은 심해져간다. 온힘을 다해 본능을 억제한다. 그러나 이미 무너진 댐은 손바닥 하나로 막아낼 수 없다. 가려워. 의지와 상관없이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려한다. 안돼, 그것만은 절대로 막아야해. 무너지고 말꺼라고. 안돼, 안돼, 안돼! 제발. 멈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하하하하하!



 "새벽의 ... 를 어... 소거했....는 묻지 않.... 죽....!!"


 


 리케아의 소리가 웅웅거린다. 아, 시끄러워. 시끄러워. 금붕어처럼 뻐끔거리지마.


 


 ".......다"


 


 "뭐....?"


 


 이미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완벽하게 미쳐버린 자신.


 


 "죽. 인. 다!"


 


 그리고 전부다 무너져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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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낌새가 이상하다. 물론 아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야간순찰이라도 도는지, 이쪽으로 벌써 경찰차가 2번이나 지나쳤다. 말그대로 지나쳤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는데도, 리케아의 불꽃이 인도를 휘감을때 조차 경찰차는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하지만 지금 느낀 이상함은 조금 다르다. 이슈미아가 리케아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 난후부터였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아픔이 아련하게 퍼져나간다. '구해야한다.'라고 불투명한 음성이 귓가를 어지럽힌다. 환청이라는 녀석인건가. 이상하다. 이렇게 강렬하게 무언가를 해야한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나? 없었다.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어째서 환청마저 들릴정도로 난 이슈미아를 구하고 싶은거지?


 


 내가 그녀석을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말도 안돼는 소리를.


 


 그러는 사이에 겹치고 겹친 환청은 뇌를 짓이길정도로 거슬리는 소음이 되었다. 그만, 그만! 일단 몸을 움직여야 저녀석을 구할게 아니냐고. 그만해!


  하늘색 원피스는 이미 원피스라고 불리울수 있는 물건이 아니였다. 사방이 피투성이. 군데군데 과격한 움직임으로 찢어진 부분. 할퀴어 찢어진 부분. 걸레라고 봐도 무색할 정도의 상태.


 


 원피스의 사정따위 봐줄생각은 없는지, 이슈미아는 오직 리케아를 산산조각 내기위해 양손을 휘두를 뿐이었다. 아무런 기교도 없이 오로지 직선적으로 상대의 신체를 무작위로 분해하기 위한 난폭한 손길. 푸른 빛줄기가 허공에 남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 그런것이 내 눈에 수많은 빛줄기가 춤을 추는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볼수 있던것도 잠시였다. 지워지지 않는 고막의 울림이 신경을 마비시킨다.


 
 쾅! 쾅!


 
 보도 블럭이 분쇄되는 굉음이 아련히 울린다. 지끈지끈거리는 머리 속을 정리해보려 애를 써본다. 여전히 무겁기만한 걸음을 간신히 옮긴다. 이런 걸음걸이로 어느 세월에 이슈미아를 구하게 될까. 절대로 무리다. 구하기는 커녕 4~5발자국 떼기도 어렵다. 그만 떠들어대라니까. 알았으니, 제발 멈추라고.


 


 그 소리를 청각이 없는 환청이 들을리가 없다.


 


 "제, 제길..."


 


 욕지기가 올라온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때마다 뚜렷히 들려오는 '구해야한다.' 넘어질듯 말듯 전진하던 무렵, 밤이 되어 내려앉은 어둠이 사라졌다. 벌써 아침이 되었을리는 만무. 이글거리는 가로수의 그림자가 유령처럼 괴기하다. 유난히 환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폭팔한 용암처럼 솟아오른 지옥의 불기둥이 검은하늘을 태워버릴듯 날뛴다. 그리고..



그 속엔 흔들리는 불꽃을 따라 뒤틀리는 리케아의 그림자.


 
 죽는다. 저것에 닿으면 확실하게 죽는다. 나조차 느낄수 있는 위협을 이슈미아는 느끼지 못했는지, 진홍의 눈동자를 빛내며 지옥을 향해 달려든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맞춰 점점 어지러워지는 환청.



 구해야한(구해야한다.)다. 구해야(구해야한다.)한(구해야한다.)다. 구해구해구해구해구해!!



 환청이 폭주한 탓일까, 리케아의 화염이 뜨거운 탓일까, 뇌가 녹아내릴듯이 저린다. 서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과부화가 걸린듯 삐걱댄다.



 쿠아앙-!



 고요한 공기를 뒤엎는 폭풍이 환청을 쓸고 가버린다. 동시에 리케아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진홍의 해일. 가로수는 무기력하게 잿더미로 화한다. 보는것만으로도 녹아버릴듯한 화염이 몰아쳐 오는데도, 오히려 전보다 빠르게 리케아를 향해 질주하는 이슈미아. 아스팔트마저 용암처럼 걸죽하게 만드는 고열. 이슈미아의 오른손이 어깨위로 올라간다. 자신 앞에 있는 모든것을 먹어치운 불꽃의 포식자는 이슈미아를 삼키려고 입을 크게 벌린다. 그리고 치켜든 오른손을 대지에 구멍을 뚫을 뜻한 기세로 내리꽂는 이슈미아.



 끼이잉.



 섬광같은 푸른줄기와 함께 공간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는 현상이 눈앞에 벌어졌다. 아니 공간이 흘려내렸다고 표현하는게 더 맞는 표현인건가. 이슈미아는 물론, 이슈미아가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왼쪽의 모든 것들이 내려앉았다. 아니, 오른쪽의 모든것들이 올라간건가.


 


 정면에서 봤다면, 마치 잘못마춘 퍼즐처럼 보였겠지. 아니면 지진으로 생긴 단층과 흡사하거나.


 


 간단히 말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이슈미아를 중심으로 어긋나버린것이다. 충격적인 광경에 눈동자를 움직일수가 없었다. 엇갈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는 공간.


 


 그리고 한치의 오차없이 끼워진 세상의 맞물림.


 


 "크,크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그런가! 그런건가!!.. 이 얼마나 얄궂은 장난입니까. 정말 당신이란 존재는!!.."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허벅지까지 그어진 선혈의 직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광소를 터트리는 리케아. 이슈미아는 관절이 끊어진 인형처럼 위태롭다.


 


 "이거야말로 저주라고 불리는 운명이 아닌가!? 안그런가? 저주받은 에르카여."


 


 리케아는 넘쳐흐르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듯 고개를 숙여 이마를 집는다. 아무런 대답없이 초점없는 눈동자로 서있는 이슈미아는 다리부터 머리까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럼, 부디 힘내시길, 꼬마 아가씨. 아, 그쪽의 소년도. 크크크"


 


 비릿한 웃음이 불꽃에 휩싸인다. 활활 타오르고 꺼져버린 불꽃. 리케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대로 죽은걸까, 아니면 어디론가 사라진건가. 하지만 그런건 어찌되도 좋다. 일단은 그녀에게 가야한다.


 


 단숨에 뛰어가, 쓰러진 그녀의 상체를 받쳐 들어올렸다. 목이 메인다. 왜? 눈동자에 느껴지는 물기. 왜? 가슴이 아프다. 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왜? 왜?


 


 몇일전, 나는 이 녀석을 죽일정도로 상처입혔고, 그보다 더 이전엔 이 녀석도 나를 죽이려고 했다. 헌데, 같이 지내던 몇일동안 정이라도 든건가. 그렇게 빨리드는 정따위 들어본적도 없다. 하지만 지금 마음을 아프게하는 슬픔은 어디에서 온건가.


 


 수위가 넘쳐, 흘러버린 눈물.


 


 이슈미아의 감긴 눈두덩이에 내려앉아 흐른다. 천천히 열리는 이슈미아의 눈동자. 호수빛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핏빛만이 감돈다.


 "...나....."


 


 떨리는 입술을 움직이는 이슈미아.


 


 "나....목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갈증'을 호소한다. 그 말에 내 몸은 즉시 반응한다. 교복의 긴소매를 접어 올린다.


 


 그리고 연분홍 입술앞에 팔을 들이민다. 나 무슨짓을 하는거지? 라고 반문을 해도, 내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새하얀 송곳니가 살을 파고든다. 아프지 않다. 괴롭지도 않다. 아깝지도 않다.



 단지, 알수없이 이슈미아가 애처로워 보일뿐이었다.



+  +  +


 


Other side


 


+  +  +



 "오늘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많이 보는거 아니야? '나'?"


 


 백발의 여자는 현사인, 흡혈귀의 피를 열심히 빨아 먹고있다. 그걸 지금 난 허공에 떠서 바라본다.


 


 "그보다 괜찮을까 몰라. 이런식으로 자꾸 나를 불러내면, '난' 어떻게 버틸려고 이러나. 후후"


 


 꿈나라에서 저 모습을 보고있을 날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렇게 허공에 떠있는것도 '내'가 저 현사인이라는 흡혈귀를 안보이는데서 볼수있기를 원해서 일테지? 그래도 말이야, 하늘을 날다니 참,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다. '나'라는 녀석도.


 


 "뭐, 그것도 괜찮지. '내'가 죽기전에 기념할건 하나정도 있어 나쁠건 없으니까."


 


 얼마 않남았다. 이 좁은 '의자'를 같이 앉는 불편한 짓거리가 끝날 날이. 다 저 사인이라는 녀석덕에, '내'가 더빨리 나를 인식해버려서 일이 빨라졌지. 일단 고맙다고는 인사는 해주지. 이젠 서로를 인식했으니, 머지않아 '나'와 난......


 
 '의자'를 빼앗기위해 서로를 죽어야겠지.


 
 그리고, 이우경은 '이우경'를 죽이고 이우경이 되는거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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