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3 19:27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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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분열


 


 


+  +  +


 


 Return to view..


 


+  +  +


 


 도저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해보이는 요 몇일이었으나, 나는 등교길에 올라 교문을 넘어선다. 학교에서 살육이 벌어진지 몇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그런일은 나쁜꿈인것처럼 학교는 지나치게 평범했다. 그리고 등교길에 오르는 아이들에게도 그 날의 공포같은건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성으로는 그것은 이상하다. 비정상이라고 호소하지만, 마음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하다. 그도 그럴것이,



 제일 이상한건 나 자신이니까...



 지금은 아침 세수로 인해 깨끗한 이 두손은 어제만 해도 짙은 원색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지금쯤 자고 있을 이슈미아도 처음만났을때 그 무서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사실이다.
 
 그럼에도 평화로운 일상을 시작한다. 그것에 의미따위는 없다. 따져보면 이곳에 올 이유따위 세상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는데, 어째서 나는 학교같은 곳에 가려는 걸까. 하지만, 학교마저 가지 않으면, 내가 갈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내존재의 무게를 대변하는 듯,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슈미아와 처음 만나, 싸웠던 운동장을 아무런 감흥 없이 가로질러, 학생통행이 금지된 중앙현관을 지나, 오른쪽 현관으로 향한다. 신발을 벗고, 신발장에 집어 넣고, 실내화를 꺼내고, 실내화를 신는 기계적인 행동이 일어나는 현관앞에 다달아, 그 행위에 동참하려는 순간, 나를 과녁으로 삼은 굵직한 시선이 신경을 건드린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꺼리낌없이 실내화로 갈아신는다. '굳이 그 시선에 대꾸할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야! 현사인!!"


 


 아무말없이 그 녀석의 옆을 지나가려던 찰나, 나를 정의하는 세글자가, 강렬하게 들려온다. 그 정의를 받아드릴지 말지, 선택할 시간도 없이 저절로 고개가 녀석을 향해 돌아간다.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분명 주위의 시선들도 이곳을 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 만큼이나 큰 울림으로 '현사인!!'이란 음파가 공기를 진동했는데도, 아무도 놀라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인 나조차 아무런 감각이 없다.


 


 "아, 안녕"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진부한 인사를 내뱉는다. 하지만 내 건성인 말투에 불만이 있는건지, 내 멍한 표정에 불만이 있는건지, 녀석은 상당히 화가 나 보인다. 아니, 너무도 진지한 얼굴인 탓에 타인의 시선에 그렇게 밖에 비춰지지 않을 표정이었다.


 


 "토요일에 있었던 일때문에 할말이 있어. 따라와."


 


 녀석은 내 교복재킷을 쥐어잡고 학교 본관 옆의 체육관으로 끌어당긴다. 다른 학생이 본다면, 삥뜯기는 장면으로 오해받을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생각없이 끌려가는 도중, 아무래도 상관없을 나를 끌고가는 녀석의 이름이 떠올랐다.


 


 이우경.


 


 아마, 작년에 같은 반이었고, 그리고 지난 토요일 바닷가 가는길에 주차장에서 만난 이상한 녀석이었다.


 


+  +  +


 


 "너. 정말 내가 보이는거냐? 내 목소리도 들리는거고?"


 


 도대체 몇번을 물어봐야 성이 찰 모양인지, 또 다시 같은 질문을 해온다. 우경이는 자신을 인식하는 이 '현사인'이란 존재를 거듭 의심한다. 하지만 그건 바보같은 의심이다. 당연히, 지금 앞에 서있는 것이 안보일리가 없는 것이다. 장님이 아닌 이상..


 


 "나도 하나만 묻자. 너. 정신병이냐?"


 


 평소의 멍한 표정을 한채 앞에 선 멍청이에게 쓴소리를 뱉는다. 그 말의 의미를 눈치챈건지, 단지 쓴소리에 기분이 더러워진건지, 우경이는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내 교복 재킷을 끌어당기던 우경이의 손은 어느새 멱살을 힘껏 부여잡는다. 우경이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내 망막을 태워버릴것만 같았다.


 


 "아니야, 야니야. 지금 이럴때가 아니지.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난 지금 집에 있단말이야. 너도 알지? 수교동? 학교까지 버스로 20분 거리라고! 근데, 내가 어째서 거기에 있는 거야!? 응!? 응!?"


 


 당황한 듯, 정신없이 말을 늘어놓는 우경. 그 속에서 알아 들을 수 있던건, 우경이는 지금 이곳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우경이의 형상은 도대체 무엇으로 정의해야하는건가? 자신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는 나는 그저 가만히 서있었다.


 


"안되겠어. 내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너 거기서 꼼짝말고 기다려!"


 


 순간, 우경이의 몸이 흔들린다. 또 빈혈인건가. 나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별달리 낳아지는게 없다. 하지만 증상은 더 심해져 우경이는 이제 흐릿한 형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지럽지 않다. 우경이는 꺼져가는 등불처럼 희미하게 떨린다. 정신은 어느때보다 뚜렷하다. 빈혈이 아닌건가?


 


 뒤늦게 빈혈이 아닌것을 깨달은 난, 두 눈을 비벼뜬다. 여전히 투명한 우경의 신체.


 


"후후, 안녕."


 


 인사할리가 없는 우경이의 입에서 '안녕'이란 단어가 흘러나왔다. 믿을 수 없어서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아무도 없을 뿐, 우경이의 목소리임을 더 분명하게 확신하게된다. 정말 이 녀석 제정신인건가? 지금 이곳에 있는 주제에 집에 있다고 헛소리를 하더니, 이젠 오늘 처음보는 것처럼 인사를 한다. 정신쪽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건가?


 


"아, 그런 '정신병자'보는 듯한 눈빛은 하지마. 난 니가 알고 있는 '우경'이라는 다른 사람이거든."


 


 들어본적이 있다. 소혜나 기진이가 가끔 이야기하는 연예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그 연예인과 혈연관계인거처럼 속이는 TV프로그램. 이 녀석도 비슷한걸까. 하지만 어째서 나에게 이런 장난을 걸어온걸까..? 난 우경이와 지나치는 타인수준의 관계인데. 또 이상한건, 이렇게나 비슷한 녀석이 어째서 교내에 알려지지 않은걸까...? 아니, '우경이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라는 소문조차 없었다.


 


"장난치지마. 너 누구야?"


 


"내 이름? 알잖아? 난 '이우경'이야."


 


"끝까지.. 장난칠생각이냐..?"


 


"하아.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구나. 잘들어. 난 '이우경'이야. 하지만 니가 알고 있는 '이우경'이라는 녀석과는 다른 녀석이지. 다시말해, '뿌리는 같은데 가지가 틀리다'이거지. 알겠어? 난 '이우경'이 아니면서, '이우경'인거야."


 


 지금 그 말대로 따르면 '이우경'이라는 존재는 2개가 되는건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중인격은 들어봤어도, 이중존재라니, 소설에 나올 법한 '도플갱어'라는 건가?


 


"믿지 못하는 표정이군. 뭐, 그럴만도 하지. 이건 비정상적인 현상이니까. 하나의 존재가 2개체 있다는건 심각한 오류지. 우리도 원래부터 이랬던건 아니야. 이렇게 2개로 갈라지기 시작한건 아마 1년남짓? 그리고 내가 이처럼 형체를 가지기 시작한것은 한 1주일전부터? 아직은 '사람'의 눈에 보일정도로 뚜렷하지는 않지만."


 


 마지막에 '사람'이란 단어는 거슬리는 미소와 함께 강조하는 우경. 그것은 이미 나의 정체를 꽤뚫고 있다는 증거.


 


"아. 그 정곡을 찔렸다는 듯한 표정. 너무 쉽게 인정하는거 아니야? 하긴, 너나 나나 이상한건 똑같으니까. 그리고 그 날, 학교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까지. 그치?"


 


 양손은 피가 몰려 새빨게졌다. 명백한 적의. 아니, 이건 무언가 달라. 적의라기보다는 더 압도적인 감정.


 


"소용없는 짓이야. 난 아직 확실하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게 아니거든. 그러니 나를 공격해도 쓸떼없는 짓이지. 존재하지 않으니, 상처입을리도 없는거지."


 


녀석의 말은 듣지 않은채 소름끼칠정도로 정확하게 눈앞의 목젓을 향해 손가락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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