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6 01:24

변화하는 나 그리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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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빈방에서 누워있는데 에이브가 와서 식사준비가 끝났다고 한다. 나는 지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여기 사람들에게 맞춰서 대량으로 만든 것이라 통이 커서 움직일 때마다 펄럭 거린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창가에 있는 식탁으로 가는데 여행 끝에 먹는 식사이기에 기대감이 밀려온다.


“뭐야, 이거”


하지만 식탁에는 수프가 담긴 그릇두개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건?”


물어봤지만 에이브는 대답이 없다. 주는 대로 먹으라는 건가.


“이게 다야?”


약간 감정이 담겨 크게 말했지만 에이브는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가만히 있는데. 부엌 쪽을 봤지만 요리를 할 때 사용한 큰 냄비하나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안 보인다. 별 수가 없다. 기대감을 저버리고 나도 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들 수밖에 없다.


“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실망이구먼.”


한 숟가락 떠먹고 바로 말했다. 영양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내 기분을 채워줄 음식이다. 이건 기대했던 육류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고 일단 뭘 넣어서 만들었는지 조자 모르겠는 음식이다. 정말로 이런 걸쭉한 죽 비슷한 건 생각지도 못했다. 에이브는 계속 멈추지 않고 먹고 있기에 일단 나도 몇 숟가락 더 퍼먹어 봤지만 무슨 맛으로 저렇게 먹고 있나 싶다.


“도대체 이거 무슨 맛으로 먹는 거야?”


잘도 먹는 에이브를 보고 한마디 더 했다. 그러자 에이브는 먹는 것을 멈추더니 싱크대 쪽을 가리킨다. 잘 보니 냄비 옆에 무언가가 놓여있다. 위쪽에는 둥근 마개가 있는 작은 병인데 소금이나 향신료 같은 것이 들어 있을 것 같다.


“잠깐.”


어이가 없다. 자기는 뿌려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는 거잖아. 생각해보면 이것도 전에 한번 있었던 일이다. 안에 든 것을 뿌려 다시 먹어보니 아까하고는 확실히 맛이 틀려졌다. 하지만 이미 반쯤 먹은 상태라 약간 답답해 온다. 에이브는 창밖을 보다가 잠깐씩 한 숟가락씩 먹고 있어서 다 먹으려면 한참 있어야 할 것 같아 나도 거기에 맞춰 남은 것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점심식사를 할 때라 밖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아이들 몇 명만 남아 있었다. 조금만 더 크면 일터로 나가겠지만 아직은 특별한 일을 안 시켜서 저렇게 모여 놀 수 있는 것이겠지. 숟가락을 들어 다시 먹으려는데 에이브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뭔가 말할 눈치인데 어째 표정이 안 좋다. 그래서 다시 몸이 긴장돼 온다. 안 뿌렸다고 말을 해야지 안 한건 너잖아.


“왜?”


대충 물어본다. 아마도 나는 약간 거만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겠지. 에이브는 뭔가 생각하는 듯 눈을 이리저리 딴 곳을 쳐다본다. 그러더니 부끄러움과 미안하다가 결합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긴장했다가 당황해 버린다. 이런 표정을 본적이 거의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맛이 없었어?”


갑자기 상냥하게 물어온다. 난 또 뭐라고. 마음이 안정되고 몸에서 긴장이 풀린다. 맛이야 좋았지 소금을 넣기 전에는 안 그랬지만. 내가 음식에 대해 뭐라고 해서 그런가? 아이들을 본다고 잠깐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신경을 써서 만들었나 보다.


“아니야 좋았어.”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건 알았는데 아까 음식을 처음보고 느낀 감정이 남아있어 대충 대답했다. 그랬더니 에이브는 숟가락을 놔두고 꼼짝을 안한다. 말은 안 해도 슬퍼할 때는 슬퍼한다. 가만히 있다가는 아직 비우지 못한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가버릴 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로 맛있다니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서 그릇을 비우고 맛있다면서 에이브 것까지 먹어야 하나. 지금 에이브는 숟가락을 절반도 채우지 않고 먹고 있어서 거의 먹지 않은 상태다. 저것 까지 먹다가는 도중에 배가 불러 쓰러질 것이다.


“…….”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확실히 침울해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집안에 들어오기 전에 날 발로 찼으면서 얼마 안가 반대로 변하다니.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문든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걸 만들 때 하나의 냄비로 만들었다. 당연한 예기다. 그리고 이것을 두 개의 그릇으로 나눴다. 이것도 아주 당연한 예기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나누기 전에 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것이든 상관은 없다. 그 것을 바로 확인하기 위해 실행에 옮겼다. 숟가락을 들어 에이브의 것을 먹자 밋밋한 맛이 느껴진다. 내가 병에 든 걸 넣기 전과 똑같은 맛이다. 에이브는 자기 것을 먹는 나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그래서 에이브의 숟가락을 든 뒤 내 것을 퍼서 건네준다.


“우읍!”


그러자 머뭇거렸다가 그걸 받아먹고는 신음소리를 낸다. 분명 강렬한 맛에 놀란 것이겠지. 억지로 삼키고는 이번에는 반대로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들썩인다. 벌칙게임을 한다고 소금을 잔득 넣은 국을 먹는 것 과 같다. 이런 식으로 벌칙게임을 할 수도 있구나. 내 입맛에는 아주 적당하지만 에이브에게는 방금 전 밋밋했던 게 맞았나 보다. 그렇다면 전에도 국에 소금을 넣었었나 보다. 그런데 내가 맛이 없어 해서 그때도 침울해 했었던 건가? 그리고 지금 다시 열심히 만들었다가 퇴짜 맞으니 침울해 했던 것이고. 전에는 에이브의 것까지 다 먹으며 억지로 넘겼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아도 돼서 살짝 다행이다. 단순히 입맛차이 때문에 이렇게 될 줄을 몰랐다.


“자 여기.”


컵에 물을 따라 건네줬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얼른 내 그릇을 비우고 그녀가 자신의 그릇을 비울 때까지 기다렸다. 마을사람들이 아직 있어 이 모습을 본다면 확신을 찬 소리로 수군거리겠지만 보통 애인이 만나 식사를 하면 서로 배부르다면서 억지로 안 먹으려고 한다고 한다. 남기지 않고 다 먹는 에이브를 보니 역시 우리 둘 사이는 동료일 뿐이다. 에이브는 요리를 혼자서 해서 혼자 먹는다. 그래서 자신이 요리를 얼마나 잘하는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남이 자신이 한 음식을 먹으려고 하니 긴장되고 그렇지 않다고 느꼈으니 침울해 진 것이지 그 남인 내가 애인이 아니라는 것은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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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쓰니 좋구먼~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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